극단이 짓밟은 법치…정치권·유튜버의 위험한 공조

극단이 짓밟은 법치…정치권·유튜버의 위험한 공조

권영세, 보수 유튜버들에 설 명절 선물
권성동 “유튜버도 대안 언론, 명절에 인사한 것”
정치권 안팎 “유튜버들을 지지자들로 보니 대항할 수 없어”
일각서 “극단성향으로 갈수록 중도 못 잡아 선거에선 패배”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지난 19일 오전 서부지법 창과 외벽 등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유튜버들의 극단적 폭력 선동이 전례 없는 법원 난입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이러한 유튜버들의 과격한 행태를 방관하거나 동조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법원 난입 사태에서 현장에 있던 유튜버 3명이 체포됐다. 일부 유튜버들은 자신이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마저 실시간 중계하며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시위대의 법원 난입 과정을 생중계하며 경찰들을 향해 “밀어”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서 자극적인 발언과 행동을 이어간 유튜버들의 생중계는 법원 주변에 있던시위 참가자들의 동요를 일으켰으며 이들이 난입을 시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정치권이 유튜버들의 극단적 행동을 방관하거나 오히려 부추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사건과 관련된 유튜버들에게 폭력은 안 된다는 원론적인 메시지만을 내놓았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당은 오히려 극단적인 성향의 유튜버들의 행태를 두둔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부지법 폭력사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유튜버를 포함한 보수 유튜버 10명에게 설 선물을 보내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유튜버도 대안 언론”이라며 “명절에 인사차 조그만 선물하는 거 가지고, 과도하게 정치적 해석을 하고 비난하려는 태도가 저는 오히려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유튜버들을 두둔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폭력 사태 교사 및 조장 논란을 일으켰다. 서부지법 폭력 사태 당시 윤 대통령 지지자 17명이 서부지법 담장을 넘다 경찰에 붙잡히자 일부 지지자들이 윤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윤 의원은 “관계자하고 얘기했고 훈방될 것”이라고 답해 비판을 받고 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이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충분히 제지하지 못했다며 경찰의 대응을 문제 삼기도 했다. 조 의원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경찰이 폭력 행위자들에게 진입로를 열어주고 있다, 경찰이 끝까지 막아서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도 음모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에서 “윤석열 측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가 사건 당일 새벽에 법원 인근에서 특정 인물들과 동석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이번 사태 배후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인들과 유튜버들의 결합으로 극단주의적 행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성 지지층 확보에 몰두하는 정치권은 유튜버들의 극단적 활동을 묵인하거나 방치하면서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케이팝에서 코어팬덤이 필요한 것 처럼 정치권도 코어팬덤이 필요하다. 그거 자체가 정치의 속성을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부분이지만 폭력을 선동한다거나 극단적인 방식을 선동하고 부추기는 부분들은 극히 자제해야된다”며 “여야를 떠나서 정치권이 보편주의에 입각해 엄격하게 지적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SNS필터버블(개인맞춤정보형태)로 정보를 받다보니까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영상들이 계속해서 대중들에게 흡수된다”며 “정치권에서는 유튜버들을 지지층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감히 대항하는 발언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버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극단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에 공포감을 줘야 사회 질서를 훼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의 극단적 행태가 결국 중도층의 표심을 얻지 못해 선거에서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정치권이 극단을 선택하면 중도층의 선택을 받을 수 없으며, 이는 집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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