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시간 늘고, 투자전략 다변화”…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효과 [쿠키인터뷰]

“거래 시간 늘고, 투자전략 다변화”…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효과 [쿠키인터뷰]

김영돈 넥스트레이드 경영전략본부장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출범은 해외와 같이 거래소 간 경쟁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 제고와 선택폭을 넓히는 계기가 마련되고, 결국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것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년 3월 우리나라 최초의 실질적인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본격 출범한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해외 주요국처럼 복수 시장·경쟁 체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정규거래소와 대체거래소가 경쟁하며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자 편익을 증대해 왔다. 

김영돈 넥스트레이드 경영전략본부장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호주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호주증권거래소(ASX) 단일시장체제로 오랜 기간 운영됐다”며 “이후 지난 2011년 차이엑스(현 CBOE Australia)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거래비용이 줄고, 가격발견 효율성이 올라가는 등 시장의 질적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00년 금융투자협회에 입사해 채권부 부서장, 자본시장혁신과제 TF 부서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해 3월부터 넥스트레이드에 합류한 인물이다. 현재 넥스트레이드의 미래비전 준비를 위한 경영전략마련과 대외협력, 국제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그간 한국거래소(KRX)는 자체적으로 세계 유수의 거래소로 성장했으나, 경쟁이 없어 변화 유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해외의 복수 시장 체제 운영에 따라 국내에서도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 설립 근거를 지난 2013년에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다양한 규제 요인과 자본시장의 거래 여건이 부족해 대체거래소 설립은 지난 10년간 불발됐다. 김 본부장은 “금융당국의 ATS 점유율 한도 확대 등 규제 완화와 지난 2021년 증시 여건이 크게 개선된 이후 증권회사 중심으로 대체거래소 설립위원회가 자발적 조직돼 넥스트레이드가 설립됐다”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는 현재 상장 주식 프로세스에서 ‘매매체결’ 기능만을 수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상장, 청산, 결제, 시장감시 등은 현행과 동일하게 예탁원 및 KRX를 통해 이뤄진다. 김 본부장은 “하루 12시간으로 늘어난 거래시간과 거래소 대비 20~40% 저렴한 거래비용, 중간가 호가 등 신규 주문방식 도입, 보다 빠른 체결속도를 넥스트레이드만의 경쟁요소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넥스트레이드 시장은 거래소 개장 전에 열리는 프리마켓(08:00~08:50), 거래소 정규시장 시간에 열리는 메인마켓(09:00~15:25), 그리고 거래소 정규시장 마감 후에 운영되는 애프터마켓(15:40~20:00) 등 3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다만 거래소 정규시장의 시가(始價)가 결정되는 시간(오전 9시) 전 10분간, 종가가 결정되는 시간(오후 3시30분) 전 5분간은 거래소 시가 및 종가 결정에 유동성을 집중시키기 위해 넥스트레이드에서의 매매 체결은 중단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거래방식은 정규거래시간, 프리마켓, 애프터마켓 모두 일반적으로 알고 계신 접속매매방식으로 이뤄지며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넥스트레이드에서는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상장주식의 모든 종목(약 2700개) 거래가 가능하다”면서도 “거래가 잘 형성되지 않는 종목까지 대체거래소에서 거래될 경우, 가격급등락 가능성 등 투자자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넥스트레이드는 주가지수 구성종목과 시가총액·거래대금 상위 종목 등 800여개 상장종목만을 거래시킬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거래소 시장 운영시간에는 거래소시장 조치(매매정지 등)가 넥스트레이드에도 바로 적용된다”며 “넥스트레이드가 단독 운영하는 프리마켓과 애프터 마켓 시간에는 가격 급등락 및 투기거래 우려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안정화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넥스트레이드가 마련 예정인 안정화 장치에는 △호가유형 제한(지정가 주문 외 타 주문 제한) △공매도 금지 △변동성완화장치(VI) 운영(거래소와 동일) △거래소 공시 연계한 매매거래정지 등 시장조치 시행 △언론 등 모니터링 강화 △자체 매매거래정지 조치 등이 있다.

다양한 투자전략 구사 위한 ‘신규 주문방식’ 도입…‘투자자 관심도 제고’는 숙제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국내 시장에 존재했던 호가 주문방식 외에 중간가 호가와 스톱지정가 호가 등 신규 주문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중간가 호가는 통합시세(NXT+KRX)의 중간 가격으로 호가를 자동 생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주문 시 가장 싼 매도가격인 최우선 매도호가(NBO)와 가장 비싼 매수가격인 최우선 매수호가(NBB)의 평균 가격으로 호가가 자동 계산돼 결정되는 방식이다. 

스톱지정가 호가의 경우 투자자가 정한 가격인 스톱가격에 도달될 시 사전에 지정한 가격으로 호가가 제출된다. 통상 기관투자자가 로스컷 대응을 위해 활용하는 호가 방식이다. 김 본부장은 “이같은 새로운 호가 도입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더욱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더 넓은 선택 기회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가격의 거래가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이후 중간가 호가와 스톱지정가 호가 외에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주문 유형을 추가할 계획도 고려 중이다. 앞서 대체거래소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약 300개가 넘는 주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중간가 호가 등 신규 주문방식의 도입 예정은 우리나라에 적합함과 동시에 이해가 쉽고 많은 사용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 영향”이라며 “호주 대체거래소에서는 mid-point(중간가 호가)와 같은 주문방식과 자체 상장 ETF 등 금융상품을 통해 1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외 호가들도 하나씩 검토하면서 도입할 것으로 전망되나, 미국처럼 몇백개의 호가들을 도입하면 피로도가 있다는 해외 측 전문가들 주장이 있어 한국거래소의 진행 상황도 보면서 서로 경쟁을 통해 호가유형을 도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이전 넘어야 할 관문도 존재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대체거래소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은 넥스트레이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오랫동안 단일시장에서 거래해 온 투자자에게는 복수 시장체제가 생소하게 느껴져서다. 

김 본부장은 “증권시장이 복수가 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실 수 있다. 이는 증권회사는 고객이익에 부합하게 고객 주문을 이행할 법적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한 자동주문전송시스템을 갖출 것이기 때문”이라며 “투자자의 주문은 더 싸게, 더 비싸게 사고팔 수 있는 최적의 시장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두 개의 거래소는 주문을 보다 많이 유치하기 위해 주문 방식 다양화, 수수료 인하 등을 경쟁할 것으로 투자자 입장에서 대체거래소 출범에 따른 이익을 향유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넥스트레이드의 최우선 목표는 안정성을 바탕으로 대체거래소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이후 해외 ATS와 같이 증권형 토큰 등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상품의 거래를 통해 차별화도 이룰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테스트 과정과 본인가 획득을 통해 전산 및 규제적 기반을 확충하고 내년 3월 중 시장을 오픈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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