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삼성전자 신고가에 힘입어 장중 사상 처음 88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반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성장펀드와 연기금 자금 유입, 시장 구조 개편 등을 근거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코스피·코스닥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실제 자금 흐름과 투자 심리는 아직 코스닥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형주 쪽에 더 쏠리는 모습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연초 대비 이날까지 108.5% 상승한 반면 코스닥은 13.5% 오르는 데 그쳤다. 두 시장 간 수익률 격차는 95%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코스닥 시장 개설 이후 가장 큰 수준의 디커플링이다. 이날 역시 코스피는 3.68% 오르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8788.38)를 경신했지만 코스닥은 2.3% 하락하며 1050.03로 떨어졌다.
AI 반도체 쏠림에 ‘K자 장세’ 심화
시장에선 이같은 극명한 온도차의 배경으로 AI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수급 쏠림을 꼽는다. 엔비디아를 앞세운 글로벌 AI 투자 붐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전·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코스피 상승을 견인하는 반면, 코스닥은 일부 성장주를 제외하면 오히려 부진해서다. 삼전·닉스 등 일부 대형주만 오르는 ‘K자형 장세’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체감 온도는 코스피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코스닥을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며 ‘반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코스닥이 역대 최대 수준의 소외를 겪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상대적인 회복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정책 자금 유입과 연기금 투자 확대, 상장폐지 강화 등 시장 구조 개편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미래에셋증권은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향후 코스닥 시장에 약 10조4000억원(전체 약 6.9%) 규모의 직·간접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기금 운용평가 체계 개편 과정에서 코스닥150 지수가 일부 반영될 경우 연기금 자금 유입 효과도 20조원대(국내 주식 운용 규모의 5% 정도)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성장펀드를 매개로 민간·공공 장기 자금이 코스닥으로 유입되고, 연기금이 코스닥 핵심 지수를 담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코스닥 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다.
실제 수급 변화는 일부 포착된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올해 들어(1월1일~6월1일)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122조639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약 2조8687억원을 순매수했다. AI 반도체주 중심의 쏠림 장세 속에서 전체적 시장 기준으로 보면 외국인 자금이 코스피에서 빠져나가는 사이, 코스닥으로는 선택적인 유입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과거처럼 상장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상장폐지 강화와 장기 자금 유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질 낮은 종목을 정리하고, 정책·연기금 자금으로 우량 성장주를 키우겠다는 방향성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아직 코스닥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대형주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정책 모멘텀’보다는 구체적인 주문·실적 가시성이 있는 종목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관련 업종 및 종목으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가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서버에 들어가는 HBM 공급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추정치도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벤트를 좋아하지만 추세는 결국 주문서가 만든다”며 “AI 투자의 본류는 메모리이며, 수주·실적이 눈에 보이는 기업에 프리미엄이 붙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KB증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HBM4 공급 물량 가운데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은 “베라 루빈 플랫폼부터 HBM4 적용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의존도가 한층 커질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HBM4 수요의 80% 이상을 양사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과거 코스닥 정책 ‘학습 효과’…“이번엔 다를까?”
코스닥 반전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과거 경험에 대한 ‘학습 효과’가 투자자들의 심리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성장주 반등 기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실제 주가지수와 기업 실적으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정책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못하거나, 단기간 ‘테마 장세’로 소화되는 데 그친 경험이 반복되면서 “정책만으로는 믿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쌓였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미래 기대보다 실적 가시성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있다”며 “코스닥 디커플링이 해소되려면 정책 발표에 따른 기대감보다, 실제 이익 개선과 수급 유입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성장펀드·연기금·상장폐지 강화 등 호재성 재료가 동시에 나왔지만, 코스닥 기업들의 펀더멘털과 주주환원, 유상증자·CB 남발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할인 요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