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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너구리’ 몰고 온 농심...순한맛·캐릭터 무기로 ‘신라면’ 넘을까 [현장+]

日에 ‘너구리’ 몰고 온 농심...순한맛·캐릭터 무기로 ‘신라면’ 넘을까 [현장+]

승인 2026-04-19 12: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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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엑스포 도쿄 2026’에 마련된 ‘너구리의 라면 가게’ 부스. 이예솔 기자

출시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을 앞세워 일본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농심이 다음 카드로 ‘너구리’를 꺼내 들었다. 매운맛으로 쌓은 인지도를 기반 삼아, 덜 자극적인 맛과 캐릭터 경쟁력을 더해 현지 소비층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6일 찾은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시티 ‘코리아 엑스포 도쿄 2026’ 행사장에 마련된 ‘너구리의 라면 가게’ 단독 부스에는 현지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완성된 라면을 받아 든 방문객들은 곧바로 자리를 옮겨 맛을 봤다. 매운맛과 순한 맛 너구리를 나란히 놓고 번갈아 맛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특히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층까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분위기였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 같은 반응이 확인됐다. 이날 만난 아야카씨(21)는 “한국 라면은 일본 라면보다 더 자극적인데, 처음 신라면을 먹었을 때는 너무 매워서 놀랐다”며 “너구리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시가키 나오코씨(65) 역시 “한국 여행을 10번 넘게 다니면서 매운 음식에 익숙해졌고, 일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자주 먹는다”면서 “나는 (너구리) 순한 맛이 더 입맛에 맞고, 딸은 매운맛을 좋아한다”고 했다.

 ‘코리아 엑스포 도쿄 2026’에 마련된 ‘너구리의 라면 가게’ 부스. 이예솔 기자

맛뿐 아니라 캐릭터도 주목받았다. 너구리 특유의 귀여운 이미지가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 취향과 맞아떨어진 모습이다. 농심 일본 법인은 현지 반응을 반영해 캐릭터 귀를 더 크게 강조하는 등 디자인을 일부 조정했다. 

로지나씨(27)는 “넷플릭스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서 한국 라면에 관심이 생겼는데, 캐릭터를 보고 너구리에 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현장 기록에서도 확인됐다. 부스 한쪽 벽면에는 관람객들이 남긴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문장과 함께 하트와 너구리 캐릭터 그림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ノグリ、おいしいです”(너구리 맛있어요), “また食べたい”(또 먹고 싶어요), “かわいくて好き”(귀여워서 마음에 들어요), “辛すぎなくてちょうどいい”(맵지 않아서 딱 좋아요) 등이 적혔다.

흥행 성과도 기대치를 웃돌았다. 농심은 당초 하루 방문객을 400~500명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시간당 약 150명이 시식에 참여했다. 행사 첫날 누적 시식 인원은 880명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운영된 점을 고려하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코리아 엑스포 도쿄 2026’에 마련된 ‘너구리의 라면 가게’ 부스. 이예솔 기자

이처럼 현장 반응이 확인되면서 농심의 일본 전략도 한층 분명해지고 있다. 일본 라면 시장은 연간 약 7조원 규모로, 소유·미소·돈코츠 등 달고 짠 맛이 중심을 이룬다. 농심은 이 시장에서 ‘매운맛’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입지를 확대해왔다. 1981년 도쿄에 해외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1986년 수출을 본격화했고, 2002년에는 ‘농심재팬’을 설립하며 현지 영업 기반을 구축했다.

매출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법인 매출은 2019년 71억엔(한화 약 657억원)에서 2020년 94억엔(약 870억원), 2021년 111억엔(약 1027억원)으로 늘었고, 이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며 지난해에는 200억엔(약 1850억원)을 돌파했다. 연평균 약 17% 성장이다. 농심은 현지화된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해 2030년까지 매출 400억엔, 일본 인스턴트 라면 시장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 기존 성장 축에 너구리를 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보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정영일 농심재팬 성장전략본부장은 “신라면이 일본에서 40년간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는 너구리를 별도로 육성해 두 브랜드 간 시너지를 내고 접점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너구리가 이미 스테디셀러지만, 해외에서는 신라면 외에 단독 브랜드로 확장하는 첫 사례”라며 “신라면 중심에서 단독 브랜드로 확장했다는 점은 그만큼 브랜드 접점이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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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솔 기자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을 취재합니다. 트렌드는 가볍게, 독자의 목소리는 무겁게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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