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8일 (5)
중동전쟁 여파 약국까지…“불필요한 조제 관행 바꿔야”

중동전쟁 여파 약국까지…“불필요한 조제 관행 바꿔야”

약포지, 시럽병 등 부족 우려
“편의성을 위한 관행 돌아봐야”

승인 2026-04-08 06:00:08
(사진 왼쪽부터) 시럽병과 약포지. 이찬종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원자재 수급 불안이 확대되면서 약국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약국가에서는 이를 계기로 처방·조제 과정의 불필요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일선 약국가에서는 갑작스러운 ‘약포지 대란’이 벌어졌다. 약국에서 조제약 포장에 사용하는 약포지의 원료가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같은 나프타로, 공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약사들이 약포지를 대량 구매하면서 유통업체가 구매 수량을 한 달 분량으로 제한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일선 약사들은 약국마다 약 2~3주 분량의 약포지가 남아 있어 나프타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환자 처방 조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습기와 온도에 취약한 의약품 특성을 고려하면 조제약 포장에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사실상 없고, 대형병원의 경우 자동조제기를 활용해 조제를 진행하고 있어 약포지가 부족할 경우 약제부 업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약국가를 중심으로 원자재 공급 대란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대한약사회는 약포지 부족 우려에 대응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재고 현황 파악에 나섰다.

약사회에 따르면 제조사에는 약 2주~1개월 분량의 재고가 확보돼 있으며, 유통업체에는 약 2주에서 6주 분량이 남아 있다. 이를 종합하면 약국에도 약 3주 치 재고가 남아있어 당장 약포지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약포지와 달리 소아 환자용 처방 조제에 사용되는 시럽병은 원료 공급 문제로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약사회에 따르면 시럽병 제조사들이 이미 원료 수급 문제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선 약국 재고도 1주에서 1개월 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공급 지연 우려로 일부 가수요가 발생하면서 현장에 혼란이 있었다”며 “정부와 협력해 매점매석 등 유통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막고, 생산·공급 상황을 모니터링해 약국에 물품이 우선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전쟁 장기화 등 다양한 변수를 염두에 두고 정부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일선 약사들이 불안 심리에 휘둘려 불필요한 수준의 선주문을 하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전했다.

이처럼 중동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부족 사태가 약국가에도 영향을 미치자, 일부 약사들은 이를 계기로 처방·조제 과정의 불필요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 편의를 위해 시행해온 장기 처방 의약품 낱알 포장을 지양하는 등 관행을 바꿔 원자재 절약과 환경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기도에서 활동 중인 약사 A씨는 “그동안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가 1개월에서 3개월 분량 처방을 받을 경우 환자 편의를 위해 약을 한 알씩 개별 포장해 제공해 왔다”며 “이번 원자재 부족 사태를 계기로 장기 처방 환자에게는 개별 포장 대신 제약사 포장 단위 그대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과 환자를 위해 제공하던 시럽병도 유리병 형태의 원 포장 제품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며 “편의성을 위해 해온 관행을 점검하고, 이번 원자재 공급 대란이 끝난 이후에도 사용량을 줄일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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