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자를 위한 세상 언제쯤

[기자수첩] 환자를 위한 세상 언제쯤

환자를 위한 세상 언제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지난해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 이후, 정부는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궁극적인 해결 방법 나서기에 나섰다. 2018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망 사건 이후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한 ‘임세원법’이 마련됐다. 하지만, 환자가 수술실에서 사망했어도 이를 해결할 국회 내 법안 통과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

‘공장식 유령수술’로 권대희씨가 사망한 지 벌써 5년이 흘렀지만, 수술실 내 CCTV 설치와 관련한 법안 통과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권씨는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중 뇌사상태에 빠졌고, 49일 뒤 끝내 사망했다. 권씨의 어머니인 이나금씨는 병원의 CCTV와 의무기록지 등을 압수해 아들의 죽음을 파헤쳤고, 수술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밝혀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이른바 ‘권대희법’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

지난해 21대 국회가 들어서면서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수술실 내 CCTV 설치·행정처분 의료인 이력공개·금고형 이상 의료인 면허취소’ 등 세 가지 법안을 놓고 ‘환자안전 3법’이라 부르며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상임위인 복지위 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들 법의 통과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고,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 의장은 “3월 국회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 ‘금고형 이상 의료인 면허취소 법안’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류됐고, 16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안건에서 제외돼 이 달 내 통과가 무산됐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안도 수술실 내에 설치하기보다는 입구에 설치하는 것을 ‘의무’로 하고,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의견이 모이고 있다. 법안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진 셈이다. 해당 법안 역시 이 달 내 재논의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들은 해당 법안에 대해서 모두 환영했다. 복지위가 지난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세 법안에 대해 90%가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국회는 누군가가 사망하고 다쳐야만 법안 등 해결책이 만들어져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일 처리를 한다고 비판받는다. 하지만, 환자안전을 위해서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모양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소를, 얼마나 많은 환자를 잃어야 정부와 국회가 움직일까.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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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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