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어 ‘티키타카(tiqui-taca)’는 탁구공이 빠르게 오고가듯, 짧고 빠른 패스를 주고받는 축구 전술을 뜻한다. 한국에선 대회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묘사로도 쓰이는 ‘티키타카’는 사실 스페인 축구를 대표하는 단어이고, 이는 전 세계 축구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축구 전술에 큰 영향을 줬다.
티키타카의 창시자인 ‘무적함대’ 스페인이 ‘특급 조커’ 미켈 메리노의 두 경기 연속 결승골 맹활약을 앞세워 벨기에를 돌려세우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 올랐다. 스페인은 ‘뢰블레 군단’ 프랑스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펼친다.
스페인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전 두 번째 경기에서 후반 43분 터진 메리노의 결승골로 벨기에를 2-1로 제압했다.
아르헨티나를 끌어내리고 피파 랭킹 2위로 올라선 스페인과 네덜란드와 자리를 맞바꿔 피파 랭킹 8위로 올라선 벨기에의 대결은 예상대로 팽팽했다. 다만 볼 점유율은 스페인이 높았다. 특유의 ‘티키타카’를 바탕으로 우세하게 경기를 풀어나간 스페인은 전반 30분 터진 파비안 루이스의 선취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스페인은 오른쪽 풀백 페드로 포로의 패스를 다니 올모가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날카로운 슈팅에 즉각 반응한 벨기에 골키퍼가 이를 쳐내자, 문전으로 쇄도하던 루이스가 세컨볼을 컨택해 오른발 슈팅으로 벨기에 골문을 열었다.
0-1로 뒤진 벨기에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전반 41분 티모티 카스타뉴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샤를 더케텔라러가 헤더로 연결하며 스페인 골망을 흔들었다. 스코어는 다시 1-1 원점으로 돌아갔고, 앞선 미국과 16강전에서 전반에만 멀티골을 터뜨린 더케텔라러의 이번 월드컵 3호골로 기록됐다.


한편 스페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와 32강, 16강 등 도합 5경기 연속으로 이어온 무실점 경기도 마감했다. 스페인 골문을 지킨 우나이 시몬 골키퍼가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부터 이날 경기 전까지 7경기 연속 지켜낸 무실점 기록도 끝났다. 이날 전반 41분 실점하기 전까지 우나이 시몬 골키퍼는 무려 649분 동안 무실점으로 스페인 골문을 철옹성으로 만든 바 있다.
이번 대회 유일한 무실점 팀이던 스페인의 골문 공략에 성공한 벨기에는 후반전에도 대등한 승부를 펼치면서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후반 ‘골키퍼 교체’라는 악재에 울었다. 왼쪽 허벅지 통증을 느낀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라운드에 투입된 세네 라멘스 골키퍼가 결국 실점하고 말았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43분, 연장전으로 향하는 분위기에서 스페인 수비 파우 쿠바르시르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교체 추입된 라멘스 골키퍼는 방향을 잘 읽었음에도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실책성으로 흘러나온 세컨볼은 불과 2분 전 교체 투입된 스페인 메리노의 발에 걸렸다. 메리노는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벨기에를 무너뜨렸다.
앞선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도 교체 투입 직후 결승골을 뽑아낸 메리노는 두 경기 연속 결승골로 ‘특급 조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벨기에는 이날 패배로 루카쿠·더브라위너 등 ‘황금 세대’들이 쓸쓸하게 퇴장하는 결과를 맞았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무려 16년 동안 준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날 벨기에를 제압한 스페인은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에 빛나는 프랑스와 오는 15일 오전 4시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4강전을 펼친다.
피파 랭킹 2위 스페인과 1위 프랑스가 펼칠 이번 월드컵 4강전은 앞선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준결승 ‘리턴 매치’이기도 하다. 당시 스페인이 프랑스를 격침하고 결승에 올랐고, 잉글랜드마저 제압하고 ‘유럽 챔피언’ 왕좌를 차지한 바 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