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을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방안’이 논의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연합해 대기업·중견기업과 단체협상에 나설 경우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정 적용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법·제도 정비를 추진한다.
협상 참가자가 모두 소기업·소상공인인 경우에는 별도 심사 없이 공정위에 협상 참가자, 상대방, 행위 내용을 통지하는 즉시 담합 규정 적용이 면제되며, 효력은 5년간 유지된다. 대상은 업종별 매출액 15억~140억원 이하,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인 사업자로 국내 전체 사업자의 약 98.2%(약 816만개사)에 달한다.
협상 참가자에 업종별 매출액 15억~1800억원 규모의 중기업이 포함될 경우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참가 사업자들의 연매출 합산액이 협상 상대방보다 작고, 각 참가 사업자의 상대방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30% 이상인 경우 관련 서류를 공정위에 신고하면 담합 규정 적용 면제 효력이 3년간 부여된다.
다만 공정위는 단체협상으로 소비자 이익이 현저하게 침해되는 경우에는 향후 금지명령을 통해 통제할 방침이다. 중기업이 참여한 단체협상 역시 경쟁 제한 우려가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향후 금지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경제적 강자를 상대로 담합 규정 위반 우려 없이 공동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업자 간 가격, 거래조건, 거래량, 거래지역 등에 대한 합의와 정보교환이 허용되면서 이를 대기업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배달 플랫폼이 꼽힌다. 현재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 입점한 업체 점주들은 제도 시행 이후 수수료, 광고비, 정산주기 등 거래조건을 놓고 단체협상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협상 과정에서 공동 대응이나 단체행동도 원칙적으로 허용돼 그동안 개별 사업자가 갖기 어려웠던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달앱 시장에서는 그동안 입점업체들이 플랫폼과 개별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여서 수수료와 광고비 등 거래조건을 둘러싼 협상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 등 자율 협의체가 운영되기도 했지만 참여 단체가 분산돼 있고 대표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실질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도 개별 사업자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기 어려웠던 이유다.
공정위 시장감시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제도는 특정 산업이 아닌 전 산업에 적용되는 것으로, 협상 대상이 제한돼 있지 않다”며 “배달앱의 경우 수수료뿐 아니라 노출 방식이나 정산·납품 주기 등 거래조건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면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콧 등 단체행동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큰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 예외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파급효과가 크거나 가격 인상 등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경우에는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기준은 하위 규정을 통해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약관 변경이나 수수료 정책 개편 과정에서도 입점업체들의 사전 협의 요구가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배달앱 입점업체 단체 관계자는 “아직 가이드라인이나 어디까지를 협상 가능한 단체로 인정할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면 실제 단체행동이 가능한지 다시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며 “지금까지는 법적 지위가 없거나 규모가 작은 단체들은 배달앱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고, 여러 단체가 나눠져 있다 보니 대표성을 인정받아 배달앱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어디인지도 모호해 단체행동에 나서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배달 정책이나 배달앱의 일방적인 약관 변경 등에 대해 협의 필요성이 있다”며 “운영 방식이나 정책 변경이 플랫폼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입점업체들과의 협의를 거쳐 이뤄지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이후에는 수수료 등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