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룰은 이름은 낯설지만 은행에서 보험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규제입니다. 보험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정부가 왜 보험 판매 비율까지 정해 놓았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20년 넘게 유지된 이 규제는 왜 만들어졌고, 지금은 왜 바뀌기 시작한 걸까요.
먼저 방카슈랑스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카슈랑스란 은행이나 농협, 우체국 같은 금융기관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제도입니다. 소비자는 은행에 예·적금을 들러 갔다가 저축성보험이나 상해·질병보험 같은 상품을 함께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적용되는 규제가 바로 ‘25%룰’입니다. 이는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이 특정 보험사 상품을 전체 판매량의 25% 이상 팔지 못하도록 한 규제입니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이 보험상품을 100건 판매했다면 삼성생명이든 한화생명이든 특정 보험사 상품은 최대 25건까지만 판매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상품이라도 이미 신규 판매 비중 25%를 채웠다면 더 이상 가입할 수 없습니다. 은행은 다른 보험사 상품을 안내해야 합니다.
왜 굳이 판매를 막았을까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은행이 특정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까지 제한했을까요. 이 규제가 처음부터 25%였던 것은 아닙니다. 방카슈랑스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2003년에는 판매 한도가 49%였습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에서도 보험을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서도 특정 보험사 상품으로 판매가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절반 수준의 제한을 뒀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은행 판매 채널의 영향력이 컸습니다. 은행과 거래 관계가 깊은 대형 보험사나 은행 계열 보험사 상품으로 판매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중소 보험사는 은행 판매 채널에 진입하기조차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결국 금융당국은 2005년 판매 한도를 49%에서 25%로 낮췄습니다. 특정 보험사로 판매가 쏠리는 것을 막고 다양한 보험사가 은행 판매 채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로 이후 은행과 보험사 간 제휴는 크게 늘었고, 시장도 과거보다 특정 회사에 덜 집중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업계에서도 25%룰이 이런 변화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바꾸려는 걸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작용도 드러났습니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소비자 선택권 제한입니다. 소비자가 특정 보험상품에 가입하려고 은행을 찾았는데도 해당 보험사의 판매 비중이 이미 25%를 채웠다면 가입할 수 없습니다. 은행은 다른 보험사 상품을 권유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 상품을 선택하거나 충분히 비교하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현장에서는 “고객이 만기가 된 보험을 다시 가입하려 해도 다른 상품을 추천하거나 이후 다시 방문해 달라고 안내하는 사례가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도가 중소 보험사에만 유리한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소 보험사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놔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더라도 판매 비중이 25%를 넘으면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정 보험사 쏠림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제가 오히려 경쟁력 있는 상품의 판매를 제한하는 셈입니다.
시장 환경도 20년 전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최근에는 시장 위축으로 일부 보험사가 은행과의 판매 제휴를 중단하면서 판매 비중 규제를 맞추기도 어려워졌습니다. 판매하는 보험사 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특정 상품에 소비자가 몰리면 25% 기준을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거와 같은 강한 판매 규제가 여전히 필요한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입니다.
해외 사례도 규제 완화 논의에 힘을 보탰습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는 특정 보험사 상품의 판매 비중을 제한하는 규제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도 주마다 은행의 보험 판매 방식은 다르지만 특정 보험사의 판매 비중을 제한하는 연방 차원의 규제는 없습니다. 대부분 시장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바뀌나
이런 변화 속에서 금융당국도 규제를 단계적으로 손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 규제를 처음 완화하면서 생명보험 상품은 최대 33%, 손해보험 상품은 최대 50~75%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다만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로 판매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유지했습니다. 은행은 같은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 상품은 전체 판매의 25%까지만, 손해보험사 상품은 33% 또는 50%까지만 판매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제도 개선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하반기에 성과와 부작용이 없는지 등을 보고 판매비중을 변경할지, 제도화할지, 연장할지 등을 전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일반 보험사의 판매 비중은 생명보험 기준 50%까지 확대하되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상품은 현행 25% 제한을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장기적으로는 판매 비중 규제를 더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높은 중소 보험사들은 우려를 나타냅니다. 규제가 완화될수록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력이 높은 대형 보험사로 판매가 다시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중소 보험사 관계자는 “결국 무한 경쟁 시대가 되는 것”이라며 “금융지주 계열 판매 제한이 유지되더라도 은행과 거래 기반이 강한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20년 전 25%룰은 특정 보험사로 판매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앞으로는 보험사 간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어떻게 보장할지 균형점을 찾는 일이 새로운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