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취업 준비 청년들 사이에 직무 경험을 구매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인턴 같은 실무 경험의 문이 좁아져, 비용을 들여서라도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유료 프로그램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30일 쿠키뉴스 조사 결과 청년들에게 직무 경험을 제공하는 부트캠프의 수는 전국 70여 곳에 달했다. 운영 주체도 다양했다. 학원 형태의 민간 교육기관뿐 아니라,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카카오 같은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전국 40개 대학과 함께 ‘청년도약 인재양성 부트캠프’를 통해 직무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등 부트캠프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부트캠프는 짧은 기간 동안 특정 직무를 집중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군대 신병 훈련소를 뜻하는 용어에서 유래했다. 웹 개발과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IT 분야 과정이 주를 이루며 대부분 3~6개월 단위로 운영된다. 국비 지원으로 진행되는 부트캠프는 비용 부담이 적거나 없다. 하지만 민간 교육기관이 운영하는 과정은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1000만 원대까지 수강료를 요구한다.
실제 다수의 청년들이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 교육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재무 분야 취업을 준비 중인 김진영(30·가명)씨는 3개월에 30만원인 직무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그는 “돈을 쓰지 않으면 실무에서 활용하는 데이터나 사례를 접하기 어렵다”며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가영(30·가명)씨는 마케팅 분야로 직무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3개월에 200만원인 부트캠프에 등록했다. 그는 “국비 과정은 개강까지 오래 기다려야 했고 원하는 직무와 맞지 않아서 민간 부트캠프를 알아봤다”고 했다.
유료 부트캠프는 취업 준비 청년들에게 존재하는 하나의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쿠키뉴스가 지난 5월22일부터 6월15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0·30대 청년 105명 중 28.6%(복수응답)는 직무 교육이나 유료 부트캠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자격증 취득(70.4%)과 대외활동(69.5%), 실무 유사 경험(46.6%), 공모전·프로젝트(45.7%), 인턴(43.8%)과 포트폴리오 제작(43.8%) 등과 함께 직무 경험과 스펙을 쌓는 방식 중 하나인 것이다.
민간 부트캠프가 취업 준비 청년들을 유혹하는 무기는 높은 취업 성공률이다. 과거의 부트캠프가 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취업이 1순위 목표인 것이다. 일정 기간 안에, 혹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면 수강료 일부를 환급해주는 상품도 있었다. 예를 들어 1년 안에 중견기업에 취업이 안 되면 수강료 80%를 환급해주는 식이다. 한 부트캠프 관계자는 “취업률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말이 80%지 그 이상이다. 공부를 따라오지 않는 학생도 있어 100%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또 다른 부트캠프 관계자도 “졸업생은 전원 취업에 성공했다”, “연봉 5000만원 미만으로 취업한 사례는 없다”며 취업 성과를 강조했다.

기업들이 줄인 신입 교육·훈련 비용이 청년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기업이 도맡던 신입사원 교육 기능을 민간 교육기관이 떠안은 결과, 청년들이 스스로 비용을 들여 스펙을 쌓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다수의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유료 부트캠프에 일정 금액 이상의 비용을 지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쿠키뉴스 설문조사 응답자의 84.8%(89명)가 취업을 위한 직무 경험과 스펙 확보를 위해 유료 프로그램에 비용을 지출했다고 답했다. 10만~50만원을 썼다는 응답이 29.5%(31명)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 이상 지출했다는 응답도 26.7%(28명)에 달했다. 응답자 81%(85명)는 취업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출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앞으로 50만~100만원을 더 쓰겠다는 응답이 23.8%(25명)로 가장 많았고, 100만~300만원은 20%(21명), 300만원 이상도 5.7%(6명)로 나타났다.
800만원을 투자했지만 취업하지 못한 문씨의 사례처럼, 유료 부트캠프에서 받은 직무 교육이 반드시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 역시 문제다. 지난해 약 94만원을 내고 3개월간 실무 프로젝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재경(24·가명)씨는 “프로그램에서는 기업 참여와 실무 경험을 강조했지만, 실제 기업 관계자와의 접점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턴이 아닌 프로젝트나 교육 프로그램은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결국 취업 준비 과정에서 또 다른 비용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씨 역시 “홍보한 취업률에도 의문이 든다”면서 “부트캠프 수강 완료 이후 취업이 됐는지 확인 전화조차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공채의 종말과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는 “최근 청년들이 인턴십이나 계약직 등 조직 외부에서 본인의 자원을 총동원해 스스로 숙련도를 쌓은 뒤 시장에 나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숙련의 외부화’는 취업 시장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개인 자산에 따라 취업 기회를 불평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각자도생 방식으로 숙련을 형성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취약계층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 단계부터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유료 직무 경험이 취업의 입장권처럼 자리 잡을 경우, 계층에 따른 청년들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연구본부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기업이 신입사원 교육에 투입해야 할 비용 부담이 일부 청년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재은 전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도 “채용 시장도 사교육화됐다”면서 “대학 입시처럼 유료 직무 경험은 부모 소득과 정보 접근성에 따라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받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신입을 뽑아 교육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이제는 청년이 직무 경험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신입 교육 비용이 청년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김은빈 김수지 기자 surge@kukinews.com
[편집자주] 신입 지원자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모순. 기획의 시작이었다. 기업은 신입 채용 공고에 ‘경력 우대’를 기본으로 적는다. 정부는 취업 준비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권한다. 신입 면접장엔 인턴과 경력자가 가득하다. 무경력 청년들은 조용히 수백만 원을 들여 경력을 사거나, 시간을 경력으로 바꾼다.
경력이 기본 스펙이 된 시대. 궁금해졌다. 경력 없는 신입 지원자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경력을 쌓고 있나. 신입 사원을 교육하던 기업의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됐나. 정부의 취업 정책은 어떻게 기능하고 있나. 쿠키뉴스가 채용 시장의 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12편에 걸쳐 보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