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6원 오른 1547.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에는 1548~1549원대를 오가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549.0원)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된 영향이다.
올해 면세업계의 실적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475만9471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의존도를 낮추고 점포 운영 효율화를 추진한 결과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도 모두 흑자를 냈다. 롯데면세점은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11% 늘어난 323억원을 기록했으며 신라면세점(122억원), 신세계면세점(106억원), 현대면세점(34억원)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고환율이다. 면세점은 해외 명품을 달러로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환율이 오르면 매입 원가가 상승한다. 여기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가격 정책상 판매가격을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려워 백화점 등 다른 유통채널과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준환율 조정이나 환율 보상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있지만 결국 마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명품 브랜드들의 유통 전략 변화도 시내면세점에는 부담이다. 개별 자유관광객(FIT)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고 브랜드들이 수익성이 높은 백화점과 공항면세점에 무게를 두면서 시내면세점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루이비통도 롯데면세점 명동본점과 신라면세점 서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등 국내 시내면세점 매장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들은 통상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 ‘고환율’ 국면으로 인식하는데, 지금은 그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지고 있다”며 “기준환율을 조정하면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 가격이 3~4% 정도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조금이라도 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준환율을 조정하고 환율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응해 면세업계는 토종 K-브랜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K-뷰티를 비롯해 K-푸드와 K-패션 비중을 늘리고, 외국인 관광객의 체험형 소비 수요를 겨냥한 상품 구성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수록 명품 중심에서 K-상품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재편하는 움직임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올해 1~5월 건강식품 포함 식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다. 신세계는 명동점 내 식품 큐레이션존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를 중심으로 국내 인기 식품 브랜드와 면세점 전용 상품을 확대하면서 식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삭토스트 소스’ 등 면세점 한정 상품도 품절 사태를 빚는 등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같은 기간 외국인 대상 K-뷰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6%, K-푸드 매출은 70% 증가했다. 롯데면세점은 BTS 협업 푸드 브랜드 ‘아리(ARIH)’를 비롯해 간편식·건강식 브랜드, 음료, 전통 식품 브랜드까지 입점 범위를 넓히며 다양한 K-푸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환율 보상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며 고환율 부담을 상쇄하려 했지만, 지금은 고환율이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장기화된 만큼 별도의 환율 이벤트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신 반응이 좋은 K-상품을 강화하고 다양한 기획전과 시즌별 프로모션 등을 통해 소비자의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