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6일 (5)
‘세운4구역 인가’에 다시 불붙은 종묘 갈등

‘세운4구역 인가’에 다시 불붙은 종묘 갈등

종로구 변경인가 고시 뒤 민주당·시민사회 반발 확산
전현희 “법·절차 파괴”…서울시의회 민주당 “예산 집행 중단”
서울시 “관련 심의 거친 적법 결정”…세계유산영향평가 쟁점

승인 2026-06-25 16: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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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묘 정문 앞에서 열린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 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인성 기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묘 정문 앞에서 열린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 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인성 기자
6·3 지방선거 전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던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 갈등이 선거 이후 다시 불붙었다. 종로구가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고시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가 인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다음 달 새로 출범하는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행정사무조사와 관련 예산 집행 중단까지 예고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경실련·종교단체·고고학 관련 학회, 서울시의원 등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묘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 고시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전 의원은 “지난 19일 강행된 세운4구역 초고층 개발 변경인가 고시는 법과 절차를 파괴한 명백한 위법”이라며 “국가유산청의 법적 이행명령과 유네스코의 중지 권고마저 무시한 채 임기 종료를 앞둔 전임 구청장이 기습적으로 도장을 찍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SH공사는 이행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불복했고, 서울시는 소송 중에 안전영향평가를 통과시켰으며, 종로구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시를 강행했다”며 “오세훈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합작해 정당한 행정명령을 짓밟은 초법적 유착”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도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김인제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제12대 민주당 서울시의회는 개원 즉시 임기 말 고시의 배경과 서울시·종로구청 사이의 유착·외압·특혜 의혹을 성역 없이 조사하겠다”며 “위법성과 특혜 의혹이 명백히 해소될 때까지 종묘 앞 개발 관련 서울시 예산 집행을 전면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김기덕 서울시의원도 “제12대 서울시의회가 이 문제를 첫 번째 사안으로 다루고 원점으로 돌려놓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변경인가 고시 즉각 취소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 전면 수용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른 중앙정부의 직권취소 명령 발동 △감사원의 공익감사 청구 수용 및 특별감사 착수 △제12대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조사권 발동 및 관련 예산 집행 중단을 요구했다.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공사현장 앞에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공사현장 앞에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71.9m→141.9m로…세계유산영향평가 전 인가 두고 충돌

세운4구역은 2018년 최초 인가 당시 문화재위원회 심의와 이코모스 전문가 자문을 거쳐 최고 높이 71.9m로 계획됐다. 이후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철거·매장문화재 발굴 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하면서 최고 높이는 141.9m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녹지생태도심’ 사업의 일환으로, 이 일대 건물을 철거하고 남북 녹지축을 조성하는 대신 고밀 개발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쟁점은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 여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하는 서한을 올해 세 차례 보냈고, 국가유산청도 행정명령을 통해 평가 이행을 지시했다. 그러나 SH공사는 이 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시는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건축물 안전영향평가를 통과시켰다.

이번 논란은 지방선거 직후 종로구가 변경인가를 처리하면서 다시 확산했다. 새로 당선된 유찬종 종로구청장 당선인은 관련 절차 중단을 요청했지만, 임기 종료를 앞둔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지난 18일 변경인가를 처리했다. 변경인가는 19일 종로구보에 고시되면서 법적 효력이 발생했다.

시선은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세운4구역 문제가 보존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종묘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도시 등은 주변 경관 훼손을 이유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가 박탈된 전례가 있다.

서울시는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쳤다며 반박했다. 서울시는 “종묘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도심 재정비와 문화유산 보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충실히 진행해 왔다”며 “세운4구역 변경인가는 관련 법령에 따른 행정절차와 각종 심의를 거쳐 적법하게 이뤄진 결정으로, 즉각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요구”라고 밝혔다.

이어 “감사 청구 등은 관련 기관이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며 “근거 없는 정치적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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