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고용노동부가 이달 19일을 기준으로 분석해 발표한 ‘원청 사업장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사업장 439곳을 대상으로 하청 노조 1161곳이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사업장에 소속된 조합원 수는 총 16만 4000여 명이다.
월별 추이를 보면 법 시행 첫 달인 3월에 363곳의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교섭 요구가 집중되었으나, 4월 42곳, 5월 23곳으로 점차 줄어들며 시행 초기 과열 양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전체 교섭 요구 대상인 원청 사업장 439곳 중 자율적인 교섭을 진행 중인 42곳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밟고 있는 54곳을 포함해 총 96곳(21.9%)에서 교섭 절차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단계적인 절차 이행 과정을 거쳐야 하는 특성상 인천의료원을 포함해 실제 본교섭에 돌입한 사업장은 10곳(2.3%)에 불과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인 만큼 교섭요구가 먼저 늘어나고, 그에 따른 교섭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라며 “사업장별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실제 교섭이 진행되는 사례가 순차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청 노사 역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경우 본교섭 개시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현재의 원하청 교섭 진행 속도가 이례적으로 더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진 원청 사업장은 총 141곳이다. 이 중 73%에 해당하는 103곳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었다. 이 외에 13곳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절차를 밟고 있고, 4곳은 후속 절차를 검토 중이며, 나머지 32곳은 아직 결정서가 송달되지 않은 상태다.
노동부는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103곳 중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한 사례가 13곳(12.6%)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상당수의 원청이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교섭에 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노위나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모두 받아보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교섭단위 분리 문제 역시 우려했던 바와는 달랐다. 분리 여부가 결정된 원청 29곳 중 12곳(41.4%)이 노동위의 인용 결정을 받았는데, 교섭단위가 지나치게 세분화되는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분리가 인정된 경우 대부분 2개 교섭단위로 나뉘었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최대 분리 사례도 3개 단위 수준에 그쳤다. 분리가 인정된 원청 12곳의 평균 교섭단위는 2.2개로 집계됐다.
교섭요구를 받은 원청 439곳 중 256곳은 노조가 교섭요구 이후 노동위 시정신청 등 별도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이를 교섭 지연이나 원청의 거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업종이나 사업장별 특성에 따라 노동위의 판단이나 노정협의 결과를 지켜보려는 신중한 태도가 상당수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노동부는 이번 법 시행 100일을 지나며 현장에서 교섭 절차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노동위의 판단이 축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법적 절차를 통해 교섭 대상과 범위, 교섭단위가 구체화하고 있으며 원하청 간 대화의 틀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올해 사업장 내 교섭 질서가 확립되면 내년에는 제도가 더욱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노동부는 원하청 교섭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지방노동관서 전담팀을 중심으로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원하청 노사가 노동위 판단과 교섭창구단일화 등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차분하게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영계를 향해서는 “노동위 판단이 내려진 경우 법원 판단을 기다리기보다 당사자 간 교섭에 적극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노조를 향해서는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의제를 중심으로 문제 해결과 교섭 성과를 만들어가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노동 현장의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만 치달아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노사 간의 자율적 대화를 이끌어낼 ‘상생 협의체’와 같은 실효성 있는 중재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산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단순히 제도 시행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노사가 겪을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산업별·상황별 세부 지침을 신속히 구체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