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류는 물론 자동차, 전기·전자제품에 폭넓게 쓰이는 나일론을 석유 대신 미생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팀이 재생가능한 탄소원인 글리세롤을 이용해 ‘나일론6’과 ‘나일론6,6’ 생산에 필요한 핵심 단량체 3종을 대장균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나일론은 산업의 핵심 고분자 소재다.
나일론6은 의류, 필름, 어망 등에 사용되고, 나일론6,6은 높은 강도와 내열성을 바탕으로 엔진 부품과 전기·전자 소재에 활용된다.
그러나 핵심 원료인 아디픽산, 헥사메틸렌다이아민, 엡실론 카프로락탐 대부분이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생산해 많은 에너지와 화석연료가 투입되고 상당한 온실가스도 배출한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을 화학공장처럼 활용하는 시스템 대사공학 기술을 적용했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미생물 내부 대사경로를 설계하고 재구성해 원하는 화학물질 생산 능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생산 공정을 두 단계로 분리했다.
먼저 상류 균주가 글리세롤을 먹고 공통 전구체인 아디픽산을 생산한다.
이후 하류 균주가 이를 받아 헥사메틸렌다이아민 또는 엡실론 카프로락탐으로 전환한다.
이는 공장에서 각각의 생산라인이 역할을 나눠 맡는 것과 같다.
이 같은 분업 구조는 미생물 내부 대사 부담을 줄이고 전체 생산 효율을 높였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나일론6,6의 핵심 원료인 아디픽산과 헥사메틸렌다이아민, 나일론6의 원료인 엡실론 카프로락탐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생산했다.
특히 연구팀은 효율 향상을 위한 상류 모듈에서 인공지능(AI) 기반 효소 설계를 활용해 핵심 효소의 성능을 개선했다.
이를 통해 발효 공정에서 아디픽산 생산량을 리터당 6g 수준까지 높였다.
또 하류 공정에서는 신규 카복실산 환원효소와 트랜스아미나아제를 조합해 헥사메틸렌다이아민 생산성을 높였다.
엡실론 카프로락탐 생산 과정에서는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효소를 하나로 연결한 융합효소를 설계해 반응 효율을 개선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시간차 공배양 전략을 도입했다.
일반적인 공배양이 여러 미생물을 동시에 투입하는 것과 달리 시간차 공배양은 상류 균주가 먼저 충분한 양의 아디픽산을 생산토록 하고, 하류 균주를 나중에 투입해 물질 전환 효율을 더 높였다.
이 전략을 유가식 발효 공정에 적용한 결과 글리세롤만을 원료로 헥사메틸렌다이아민 230.8mg/L, 엡실론 카프로락탐 808μg/L 생산했다.
이는 글리세롤에서 직접 나일론 단량체를 생산한 사례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번 연구는 분업형 미생물 플랫폼으로 복잡한 화학물질 생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평가받는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원료는 물론 의약품 중간체와 정밀화학 소재 생산에도 확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원료로 사용한 글리세롤은 바이오디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폐기되거나 저부가가치 용도로 사용되던 자원을 고부가가치 화학소재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환경제 구현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AI 기반 효소 설계와 시스템 대사공학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향후 다양한 바이오 기반 고분자 원료 생산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특훈교수는 “재생 가능한 탄소원으로부터 나일론 생산에 필요한 핵심 단량체를 제조할 수 있는 모듈형 미생물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효소와 대사 흐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다양한 바이오 기반 고분자 원료를 생산하는 핵심 기술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안다희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 4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논문명: Metabolic engineering of Escherichia coli for the biosynthesis of nylon 6 and nylon 6,6 monomers / 저자: 이상엽(KAIST, 교신저자), 안다희 (KAIST, 제1저자), 채동언 (KAIST, 제2저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