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이 26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탱크 데이’ 프로모션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버디워크’ 행사 기획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초 행사 방향은 버디워크 콘셉트와 여름 e-프리퀀시 연계 상품 중심으로 설정됐다. 이후 올해 3월 커머스 매출 상황과 버디워크 연계 행사 운영 방향 등이 논의되면서 신규 행사 아이템 검토가 본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탱크’ 네이밍과 ‘책상에 탁!’ 문구도 이 과정에서 등장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머스팀은 4월 중순 ‘탱크 텀블러’ 네이밍과 행사일을 5·18로 정한 배경에 대해 “텀블러 이름과 상품 재고 및 입고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군사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탱크’ 표현이 사용되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논란이 된 ‘책상에 탁!’ 문구는 담당 임원이나 경영진 보고 없이 실무진 선에서 삽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커머스팀은 조사 과정에서 “기존 텀블러 홍보 문구였던 ‘가방에 쏙’과 라임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AI에 물어봤다”, “당시에는 5·18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 달 14일 스타벅스 앱에는 ‘한 손에 착’, ‘책상에 탁’, ‘가방에 쏙’ 등의 문구가 담긴 콘텐츠가 실제 게시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논란 과정에서 내부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실제 행사 기안은 최소 두 차례 이상 본부장과 대표이사에게 메일로 보고된 뒤 결재 라인에 올라갔지만,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행사명과 디자인, 홍보 문구 등이 담긴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채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논란이 된 이번 마케팅은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로 이어지는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쳤지만 단 한 차례의 문제 제기도 없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 실무자 과실보다 조직 전반의 리스크 관리 실패에 가까운 사례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은 사회적 논란 가능성이 있는 마케팅의 경우 법무·홍보·대외협력 조직 등을 통한 사전 검토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역사적 민감성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별도 검증 과정이 사실상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는 프로모션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 예산부터 예상 효과, 디자인, 문구까지 여러 단계에서 검토가 이뤄지는데 이번 사안처럼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건 이례적”이라며 “단순 실무자 실수라기보다 내부 프로세스와 최종 승인 단계에서의 관리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마케팅 기획안이 올라오면 예산과 기대 효과 등을 먼저 검토한 뒤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며 “문제가 된 이미지 역시 여러 단계를 거쳤을 텐데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국 윗선까지 포함된 구조적 문제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을 즉각 해임했다. 또 이번 마케팅에 관여한 실무진 5명 전원을 직무배제 및 대기발령 조치했다. 그룹 측은 향후 경찰 수사를 통해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즉시 해고는 물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