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대란 직후 금융권이 공동 설립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는 설립 23년 만에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금융소비자국장 주재로 상록수 주주사 9곳 실무자를 긴급 소집해 보유 채권 규모와 향후 처리 방향을 점검했다. 회의에서 주주사는 상록수가 보유한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연체)을 최단 시일 내 새도약기금에 일괄 매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상 외 잔여 채권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해 추심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로써 약 11만명, 채권액 약 8450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무자가 장기 추심의 굴레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게 될 전망이다. 새도약기금이 채권을 매입하는 즉시 추심은 중단된다.
이번 조치는 이 대통령이 21회 국무회의에서 상록수의 장기연체채권 추심 문제를 공개 비판한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카드대란 때 금융기관들은 정부 세금으로 도움을 받았는데 국민들의 연체채권을 아직도 추심하고 있다”며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 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을 다 받은 금융사들이 혜택은 누리고 공적 부담은 안 지겠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필요하면 입법을 해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시장의 관심은 상록수 사태의 불똥이 장기연체채권을 대량 보유한 2금융권과 대부업권으로 튈지에 쏠린다. 새도약기금은 금융권의 자발적 협약에 기반해 참여 기관이 보유한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해 상환능력이 없는 차주의 채무를 소각하거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구조다. 현재 매각 대상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 2700여곳 가운데 다수 금융사가 협약에 가입했지만, 대부업권의 참여는 여전히 ‘반쪽’에 머물러 있다. 장기 연체채권 보유 기준 상위 30개 대부업체 중 새도약기금 협약에 가입한 곳은 15곳에 불과하다.
대부업권이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6조8000억원 가운데 채무조정 채권을 제외한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 채권은 약 4조9000억원으로, 전체 대상 채권(16조4000억원) 중 약 30%에 해당한다. 장기연체채권 상당 부분이 대부업권에 쏠려 있지만, 정작 이들 상당수는 기금 밖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대부업계가 새도약기금 참여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매입 가격’이다. 기금의 평균 매입가율이 액면가의 5% 수준인 반면, 대부업권의 부실채권 평균 매입가율은 20%대 중후반에 형성돼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예컨대 액면가 100만원짜리 채권을 대부업체는 약 20만원대에 샀는데, 새도약기금에는 5만원에 팔아야 하는 셈이다.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채권을 넘길 유인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예금·적금 등 수신 기능이 없는 대부업체는 대부분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조달금리 부담도 만만치 않다. 대부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장기연체채권을 ‘헐값’에 넘기면 손실을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대부업계는 일단 청와대·당국 기조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추가 참여 논의는 진행 단계라는 입장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상록수 건을 기점으로 취약 차주 지원에 더 박차를 가하자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은 맞지만, ‘새도약기금에 당장 참여하라’는 식의 직접적인 요구가 온 것은 아니다”라며 “새도약기금 추가 참여 문제는 협회 내 실무 부서와 개별 회원사의 사업 여건을 함께 보면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장기연체채권을 대량 보유한 대부업체들의 새도약기금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업계 간담회를 지속해서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 2월 발표한 ‘연체채권 관리 절차 개선 방안’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해서 보완·점검하는 등 포용금융 확대에 속도를 높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