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0일 (0)
사회적 입원의 악순환, 재택의료와 통합돌봄이 고리를 끊는다 [병원이 집으로]

사회적 입원의 악순환, 재택의료와 통합돌봄이 고리를 끊는다 [병원이 집으로]

노동훈 원장(대한재택의료학회 정책이사)

승인 2026-05-07 06:00:05 수정 2026-05-07 09:14:13

현대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류에게 장수라는 축복을 선물했지만, 동시에 어디에서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라는 숙제를 안겨주었다. 우리 주변에는 의학적으로 병원에 계실 이유가 없는데도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이를 사회적 입원이라 한다. 

치료가 아닌 거처가 되어버린 병원

사회적 입원이라는 용어는 생소할 수 있다. 의학적인 급성기 치료나 수술이 끝났음에도 집에서 돌봐줄 가족이 없거나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퇴원하지 못하고 병원에 머무는 상태를 말한다. 병원이 치료의 공간이 아닌 대안 거처가 되어버린 셈이다.

사회적 입원은 환자 개인과 사회에게 상처를 남긴다. 환자는 평생을 살아온 익숙한 이웃과 가족으로부터 격리, 고립된다. 병원 침상이라는 좁은 공간에 갇힌 어르신들은 신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기도 한다. 국가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 돌봄이 시급한 곳에 자원을 쓰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재택의료,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병원이 아닌 집 중심의 의료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핵심이 재택의료다. 재택의료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 문턱을 넘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가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다. 

의정부 민락동의 노 부부가 있다. 처음엔 우리를 반기지 않았다. 아내를 방문진료 했지만, 나도 혈압 측정해줘, 라는 한 마디에 남편의 혈압을 조절했다. 통풍 치료도 함께 했다. 이제는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가족들도 부담을 내려 놓았다. 병원에 모시고 가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이다.

과거에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의료진이 환자의 안방으로 찾아간다. 욕창 관리, 비위관 교체, 만성질환 모니터링 등 집에서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어르신들에게 아파도 내 집에서 지낼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며, 불필요한 입원을 막는 방어선이 된다.

의료와 돌봄이 만나는 통합돌봄의 가치

하지만 의료만으로는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할 수 없다. 질병 관리와 함께 식사 보조, 주거 환경 개선, 정서 지원 등 일상적인 삶을 돕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병원을 나선 어르신이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려면 문턱을 없애고 안전바를 설치하는 주거 개량부터, 식사 배달, 외로움을 달래줄 이웃의 방문이 필요하다. 의료가 생명을 지키는 기술이라면, 돌봄은 삶을 유지하는 온기다. 두 기둥이 촘촘하게 맞물릴 때 사회적 입원이라는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

존엄한 삶의 마무리, 내 집에서 삶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살던 익숙한 공간에서, 손때 묻은 가구와 사랑하는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며 살아가길 원한다. 삶의 마지막 여정 또한 차가운 병원이 아닌, 평생의 추억이 깃든 나의 집에서 맞이하는 것이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는 길일 것이다.

최근 경기도 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고인의 임종을 선언했다. 아버지의 임종이 가까워진 것을 안 가족이 모두 모였다. 평온한 가운데 슬픔을 위로하며 임종선언을 했다.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장례 및 행정 절차에 대한 안내를 드렸다. 집을 나서며 가족에게 말했다. 익숙한 집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하셔서 그런지, 얼굴이 편안해 보이고,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의료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삶의 질을 회복하고, 우리 사회가 고령화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존엄의 문제다.

이제는 의료의 중심축을 병원에서 지역사회라는 삶의 터전으로 옮겨야 한다. 모든 국민이 나고 자란 정든 곳에서 건강하게 나이 들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삶을 주도하며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재택의료와 통합돌봄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마주할 미래를 위한 따뜻한 준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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