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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뒤떨어진 ‘당뇨병 용제 일반원칙’…“진료현장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시대 뒤떨어진 ‘당뇨병 용제 일반원칙’…“진료현장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대한당뇨병학회 기자간담회…치료 패러다임 소개
15년째 ‘메트포르민’ 중심 급여 기준
“췌장장애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펌프 지원 필요”

승인 2026-04-24 17:41:04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이 기존 혈당 조절 중심에서 심혈관·신장질환 등 동반질환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여전히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GLP-1)’ 계열 치료제와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SGLT-2)’ 억제제 등 최신 치료제가 진료지침에서 주요 약제로 자리 잡았음에도 실제 임상 현장에선 급여 제한으로 인해 환자 맞춤형 치료에 어려움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화 대한당뇨병학회 보험이사(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 진료과장)는 2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환자의 동반질환 여부에 따라 SGLT-2 억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우선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료지침이 바뀌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재의 급여 기준은 실제 진료 흐름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메트포르민 중심의 당뇨병 치료 약제는 최근 GLP-1RA나 SGLT-2 억제제 등 치료 옵션이 다양해졌다. 국내외 학회 가이드라인에선 메트포르민을 필수적인 1차 치료 약제로 권고하지 않고 있으며, 환자 개개인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의 중요성과 함께 최신 치료 옵션을 통한 합병증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겐 GLP-1RA 당뇨 치료제인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등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혈당 강하제를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최신의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하려고 해도 까다로운 급여 기준이 걸림돌이다. 지난 2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받고 있는 오젬픽은 제2형 당뇨병이면서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 계열 약제를 2~4개월 이상 병용투여해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7% 이상인 환자 중 BMI(체질량지수)가 25㎏/㎡ 이상 또는 인슐린 요법을 할 수 없는 경우에 급여가 적용된다. 환자는 메트포르민+설폰요소제+오젬픽 3종 병용요법 시 급여가 인정되고, 이를 통해 혈당이 개선되면 2종 병용요법(메트포르민+오젬픽)에도 급여를 적용받는다.

의료 현장에선 오젬픽의 사용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급여 기준상 오젬픽을 사용하려면 기존에 어떤 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했는지, 목표 혈당에 도달하지 못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메트포르민이나 설폰요소제 등 과거 약제 사용 여부가 중요한 기준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임상 현장에선 설폰요소제 사용이 크게 줄었다. 학회는 당뇨병 환자의 동반질환을 고려한 치료가 국내외 진료지침의 핵심 방향인 만큼, 급여 기준도 이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보험이사는 “환자가 이미 SGLT-2 억제제를 사용하고 있거나, 심혈관질환·만성신장질환·심부전 등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최신 진료지침상 해당 질환에 맞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급여 기준은 여전히 과거의 약제 사용 순서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맞춰 약제를 선택하는 데 제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여 기준 까다로운 ‘오젬픽’…“재검토 필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구시대적인 ‘당뇨병 용제 일반원칙’이다. 당뇨병 용제 일반원칙은 지난 2011년 처음 마련됐다. 당시에는 국내외 진료지침에서 메트포르민을 1차 약제로 권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와 학회가 논의를 거쳐 메트포르민 중심의 급여 기준을 만들었다. 처방패턴에 부합하고, 비용효과적인 약물 사용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인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15년이 흐른 지금 당뇨병 용제 일반원칙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젬픽 급여 기준과 관련해선 BMI 기준도 쟁점이다. GLP-1 계열 약제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고가 약제라는 점 때문에 BMI 기준이 포함됐지만, 당뇨병 치료 목적에서 이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진이 환자에게 적합한 약제를 알고도 급여 기준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오젬픽의 전액 본인부담 금지 조항도 현장의 불편을 키우고 있다. 같은 계열 약제가 비만 치료제로도 쓰이는 만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는 의료계도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기존에 유사 약제를 사용하던 당뇨병 환자가 치료 목적에 따라 약제를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까지 제한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종화 대한당뇨병학회 보험이사(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 진료과장)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학회는 해당 문제에 대한 의견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달한 상태다. 현재는 당뇨병 용제 일반원칙 개정 방향이 상당 부분 마련됐고, 재정 영향 분석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회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일반원칙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 방향의 핵심은 메트포르민을 반드시 1차 약제로 사용해야 한다는 제한을 완화하고,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나 GLP-1 계열 약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복잡하게 약제별로 나뉘어 있는 급여 기준을 계열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김 보험이사는 “당뇨병 용제 일반원칙 개정은 단순히 특정 약제의 급여 범위를 넓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변화한 진료지침과 실제 임상 현장을 건강보험 제도가 얼마나 따라갈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애 유형에 ‘췌장장애’ 포함되지만…“한계 여전”

당뇨병 환자 지원과 관련해선 췌장장애 장애인 등록 제도도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오는 7월부터 췌장장애가 새로운 장애 유형으로 포함되면서 기존 15개 장애 유형에 더해 16번째 장애 유형으로 인정된다. 복지부 고시에선 췌장장애를 ‘6개월 이상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이 없는 중증 내분비 기능 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1형 당뇨병 환자 상당수가 췌장장애 기준에 해당할 수 있고, 2형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췌장 기능 부전이 뚜렷한 일부 환자는 등록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애 등록이 곧바로 진료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췌장장애가 장애 유형으로 인정되더라도 중증·희귀난치질환 산정특례처럼 직접적인 본인부담 경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췌장장애 환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 지원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는 환자가 직접 기기를 구입한 뒤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어서 절차가 번거롭다. 의료계는 이를 요양비 방식이 아닌 요양급여 체계로 전환해 병원에서 처방과 관리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보험이사는 “당뇨병 치료는 이미 환자의 동반질환과 장기 예후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지만, 급여 기준과 제도는 아직 그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오젬픽 급여 기준, 당뇨병 용제 일반원칙 개정, 췌장장애 등록 제도는 모두 같은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와 지원이 실제 현장에서 가능하도록 제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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