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방약을 먹고 운전하면 정말 처벌받나요?”
정부가 ‘약물 운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런 질문이 잇따라 올라왔다. 최근 공개된 단속 기준에 따르면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 등 마약류 의약품을 투약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적발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불안장애, ADHD 치료에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도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한 환자들까지 도로 위 잠재적 범법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단속 규제가 낙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질환의 중증도나 개별적인 의학적 상태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가이드라인을 유포하는 일은 적절한 관리 하에서 중추신경계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을 ‘도로 위의 시한폭탄’으로 매도하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특정 집단을 위험군으로 분류하는 낙인 효과는 대중의 인식을 왜곡하고, 환자들의 심리나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현 정부의 단속 기준은 과다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정상적인 처방 범위에서 약을 복용한 환자들을 도로 위 위험군으로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약물운전 규제뿐 아니라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행보 역시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오해를 키우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일대 약국을 방문해 최근 4년간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의 처방량이 2배 이상 증가한 배경을 점검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가로 해석했지만, 식약처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남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접근은 자칫 ADHD 증상을 보이는 아동과 보호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초기 치료가 중요한 소아 정신질환의 특성을 고려하면 낙인 형성은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약물 오남용 범죄의 상당수는 프로포폴, 펜타닐, 케타민 등 마약류 의약품과 관련돼 있다. 전문의가 처방한 향정신성의약품까지 동일한 단속 대상에 포함되는 이유는 현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규제 기준에 있다.
현재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 단속의 근거가 되는 법은 2000년 제정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관리한다. 의료 환경이 지금과 달랐던 20여 년 전의 기준이 큰 틀에서 유지되면서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오해를 키우고 있다.
정신과 진료 문턱이 과거보다 낮아진 지금, 오래 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정책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더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마약류 의약품을 오남용하는 행위이지, 치료를 받는 환자가 아니다.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을 구분하는 정교한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 디테일을 강조해온 정부의 메시지가 정신과 환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