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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텍사스촌' 소외 이웃 선물 중 인기 품목은 '예상 밖'

'미아리텍사스촌' 소외 이웃 선물 중 인기 품목은 '예상 밖'

[쿠키칼럼-이미선] 내부순환도로 교각 밑은 지붕 있는 밥집
집창촌 '언니'들이 줄 서서 가져갔던 것은 바로 ‘꽃’

승인 2022-11-28 15: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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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칼럼 - 이미선 ] 

# 통통 산타마을 그리고 온라인 앵벌이통통
산타마을에는 누가 살까요?제가 산타할머니가 되어 빗자루를 타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다 보니 세상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와 여기저기 참견하면서 함께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어울렁더울렁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마을입니다.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소외된 이웃을 위해 들어오는 선물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꽃과 화분이다. 약국 안 화분. 사진=이미선 제공

어떻게 해야 그분들이 웃을 수 있을까. 저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수 있을까. ‘어떻게’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통통’이라 이름 붙인 까닭은 제가 좀 통통하기 때문이지요.저희 마을에는 세 개의 동네가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 성북천 인근의 ‘바하밥집’

# 저희 약국 인근의 지역 어르신들과 주민

# 미혼모 가정, 두 명의 엄마와 4개월 여아와 6살 여아

‘바하밥집’은 사실 음악가 바하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바나바하우스 밥집’의 줄임말로써 사도 바울의 길을 열어 주었던 성경속의 인물 바나바, 자신 소유를 모두 팔아 어려운 사람들 앞에 내어 놓아 모두에게 나눠 줬던 바나바…그 귀한 삶의 흔적을 뒤따라가는 홈리스 자활센터입니다.

추운 겨울 성북천 다리 밑에서 노숙하던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던 컵라면 몇 개로 시작하여 이제는 일주일 2회 150인분 전후의 하루 식사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성북천 교각 밑에서 식탁을 펴고 배식을 하였고 많은 자원 봉사자들의 참여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따스한 밥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대면이 어려워진 지금은 하루식사를 나누어 드리고 있다 보니 난관에 봉착하였지요. 경기불황과 물가인상으로 후원의 손길이 줄어들고 나눔이 필요하신 분들은 많아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흔하디흔한 마스크도 귀한 물건이고, 겨울의 필수품인 핫팩도 가격이 올라서 고민이 많습니다.

겨울 노숙의 필수품인 침낭은 또 어찌 마련하나…걱정이 많은 요즘입니다. 지치고 힘든 사람들의 시린 겨울나기를 조금이라도 따스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선 약사에게 전해진 기부 물품. 이미선 약사(가운데)가 봉사자들과 함께 했다. 사진=이미선 제공

저희 약국이 자리한 곳은 하월곡동 88번지 속칭 ‘미아리텍사스’ 성매매 집창촌입니다. 남들이 뭐라 하던 저는 이곳이 고향입니다. 시커먼 아스팔트의 내부순환로가 뒤덮어버린 정릉천의 반짝이던 물길을 아직 기억합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어머니는 커다란 이불빨래를 했고, 그 옆에서 저와 친구들과 물장구치며 해가 지도록 신나게 놀았지요. 업소들이 정릉천 변을 따라 하나둘씩 생겼고, 일하는 언니들도 만나게 되었고 그 언니들의 아픔과 눈물을 많이 만났고, 이 동네가 나이 들어가듯 저도 나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재개발예정지역이어서 오래된 집들이 많고 집세가 비싸지 않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살고 있습니다.매주 금요일 반찬 천사들이 이곳에 내려앉으면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핍니다.

누구의 도움을 받는 일을 주저하시던 김 할머님을 설득하여 기초 수급권자신청을 하여 국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 시작하였고,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신청도 시작하였습니다.

관공서와 지역주민을 연결하는 일이 참으로 좋습니다.십 수년째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 알려져서 다양한 후원물품이 들어옵니다. 부활절 계란, 의류, 신발, 빵, 김치…정말 다양한 종류의 많은 물품들이 있는데 그중에서가장 인기가 좋아서 정말 줄 서서 가져갔던 것은 바로 ‘꽃’이었습니다.

당진 꽃농장에서 올라온 포트화분에 심겨진 작은 모종들…수선화, 다육이, 앙증맞은 꽃들…작은 약국이 꽃밭이 됐지요.성매매 일을 하면서 거칠고 험한 삶을 살아도 마음 깊은 곳에는 꽃을 사랑하는 따스함이 가득한 친구들이 많다는 귀중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이쿱생협’의 귀한 후원품도 정말 인기 좋았습니다.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인기 좋았던 컵밥, 잦은 음주와 흡연으로 지친 몸을 달래주었던 다양한 한방 차, 나중에는 모자라서 힘들었지만 감사의 마음이 약국에 가득했습니다.

제 혼자의 힘과 정성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많은 분들의 관심과 후원과 기도로 가능했음을 고백합니다. 마지막으로 통통 산타마을이 키우는 두 꼬마 이야기.

한 아이는 만 5세가 넘은 여자아이입니다.

2018년 몹시 더웠던 여름, 그 모녀를 만났습니다. 에어컨 없이 지내다가 아이엄마가 더위 먹고 쓰러지고 완전 엉망이 되어버린 미혼모 가정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급하게 후원금을 모아 에어컨과 분유와 기저귀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온라인 앵벌이’는 시작되었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자라나는 아이의 몸에 맞는 새 겨울옷을 보내준 후원자가 있었고, 돌 사진이 없어서 아쉬워하는 모녀를 위해 세 돌 생일 기념사진을 멋있게 찍어주었던 후원자도 있습니다. 그 사진들은 지금도 제방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미혼모 자녀를 데리고 서울 한 아쿠아리움을 찾은 이미선 약사. 사진=이미선 제공

모녀가 지방에 거주해서 몇 달에 한 번씩 서울 나들이를 하고 있으며, 저의 집에 머물면서 여기 저기 세상과 서울을 만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함께 서울을 잘 보고 있습니다. 지난여름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별마루 도서관을 다녀오고 지하철도 처음 타보고 너무도 신나하는 아이의 텐션을 제가 따라가지 못해서 모녀를 보내고 몸살을 앓았답니다.
서울 속칭 '미아리텍사스촌' 동네는 이미선 약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과 기도로 아이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이제 4개월 된 꼬물이는 이 동네에서 만난 아이입니다.

한부모 가정 등록을 위해 관공서와 연결하고, 당장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 옷, 기저귀 등등도움을 구하여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물품과 후원금을 보내주셨고 백일 떡도 돌리고 예쁜 사진도 찍고 두 모녀의 올 겨울은 따스하고 행복합니다.

저의 온라인은 제 가족과 친족, 페이스 북친구, 하월곡동 한성교회 성도, 숙명여대 약대 동문회, 성북구 약사회, 숙명 민주동문회, 숭인초등 총동문회 동문 선후배, 옵티마케어 약사회원, 약사 문인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성북구협의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희 통통 산타 마을의 식구이십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약사 이미선 
1961년 생.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태어나 현재 하월곡동 88번지에서 26년 째 '건강한 약국' 약사로 일하고 있다. '하월곡동 88번지'는 소위 '미아리텍사스촌'으로 불리던 집창촌이다. 이 약사는 이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약사 이모'로 불린다. 그들을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도 취득하여 주민 상담, 지역 후원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아주 조금이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ms6445@hanmail.net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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