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서른 넘으면 청년 아냐…與 그대로면 자연스럽게 신당” [쿡 인터뷰②]

이준석 “서른 넘으면 청년 아냐…與 그대로면 자연스럽게 신당” [쿡 인터뷰②]

“청년 문제 청년이 다뤄야 한다는 건 ‘가스라이팅’”
“맹목적 ‘친윤’, 이재명만 대통령 만들어” 
“한동훈, 황교안과 비슷한 길 갈 것”

2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젊은 보수 정치인이라고 평가받는 이준석 전 대표는 26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서른 살이 넘으면 더 이상 청년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일 수 있지만, 20대만을 청년으로 규정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는 “서른 살을 넘긴 이후에는 본인 스스로 ‘청년’임을 내세운 적이 없다”면서 ‘청년정치’에 과도한 의미 부여는 오히려 좋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청년정치’가 마이너리그가 되어선 안 된다는 식의 얘기를 계속하지만 청년정치는 대단한 게 아니다”며 “그냥 젊은 사람이 하는 정치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활기가 돌면 알바부터 사장까지 다 잘 되는 거지 꼭 집어 청년의 경제만 잘되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청년들이 청년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가스라이팅과 같다”고 설명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불거지는 이준석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표현을 아꼈다. 대신 “집권 여당이 변화를 거부하고, 대안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인식이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12월쯤 탈당 여부를 결심하겠다’고 한 유승민 전 의원의 말에도 동의했다.

한동훈·원희룡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년 전 한 장관이 황교안 전 대표와 똑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실제로도 그럴 것 같다”며 “태생부터 비슷하고 젊은 축에 속했던 두 분은 보수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부류로 대권주자 1위까진 가지만 확장성의 벽에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들은 한 장관이 비례로 나가 (국민의힘) 총선을 지휘하면 된다고 하던데 연동형 비례제에서는 결국 위성정당으로 가야만 할 것인데 그건 선거법 위반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원 장관에 대해서는 “과거 굉장히 존경하던 선배였다”며 “그런데 정권을 잡고 국토부 장관이 된 후 달라졌다. 옛날의 원희룡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 판단은 존중하며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아울러 “(원 장관과) 비슷하게 가고 있는 김병민·장예찬 최고위원도 좋은 결과를 바란다”고 말을 전했다.

또 그는 정치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의에 “하나의 이정표”라고 표현했다. 이 전 대표는 서산대사의 시 ‘답설’을 인용하면서 “늘 내가 걸은 눈 위 발자국은 다음 사람이 따라오는 길이 된다’라는 글귀처럼 또 다른 이를 안내하는 역할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스스로 입증하겠다고도 말했다.

2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다음은 이 전 대표와 일문일답.

-신당 창당 얘기가 나온다. 계획한 바 있나
▷신당 창당은 기술적인 문제다. 끌고 간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새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고, 집권 여당이 변화를 거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여 신당이 된다. 공정은 결국 어느 선에서의 능력주의, 토론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문화 위에서 가능하다는 게 제 정치 철학이다. 그런 철학이 더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물론 양비론으로 가선 안 된다. ‘이쪽저쪽 싫으면 우리 찍어라’의 대명사가 안철수 의원이 아닌가. 보다시피 갈수록 힘이 약해지지 않나. 

-유승민 전 의원이 12월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짜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상식적인 얘기다. 12월 되면 예비후보 등록하고 총선 움직임이 시작된다. 그때까지 (국민의힘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기 어려우니 그런 말을 한 것. 보수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도 보수가 아닌데 왜 보수 전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 땜에 절멸의 위기를 맞아야 하느냐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보수 세력의 분열을 우려하는 내부 의견이 있는데
▷신당 창당의 아픔이 있는데 왜 그러느냐는 얘기가 있다. 반대로 말하면 ‘박근혜 키즈’로만 알려진 이준석이 그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이준석이 됐다. 현실이 어렵다고 도피만 하는 이들에게 큰 정치적 기대를 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께 정신을 차려달라고 드리는 말이다. 요즘 유튜브 채널에 와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잘 협조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근데 지금 그분들이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준석·유승민 제명하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결국 이재명만 띄워준 게 아니겠느냐. 이제 스스로 되돌아볼 때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 안철수 의원이 이 대표의 제명을 윤리위에 요구했다.
▷그 사람은 평가할 가치가 없다. 60대가 돼 우리 당에 와 얻은 깨달음이 이준석·유승민을 아무 때나 까면 어르신들이 페북에 와서 호응해준다는 것 아니겠나. 그걸 어디에 써먹을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상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TK(대구·경북)를 찾아 진짜 보수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뻐꾸기 탁론’을 예기했다
▷처음 겪는 경험이다. ‘보수 진영의 대통령이 만들어졌는데 민주당 계열 인사들만 득세시키는 정권은 처음 본다’는 표현도 있었다. 대구가 민주당 인사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윤 대통령 본인의 콤플렉스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댓글 수사했고 탄핵 수사하면서 친박 세력을 거의 멸문지화에 가까울 정도로 수사했다. 그러다 보니 친박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다는 본인의 오점을 만들었다. 보수에서 그 덩어리를 빼고 시작하니 10년도 더 전에 장관을 다시 등장시켰다. 민주당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과도 척을 져 친노·친문과 함께 못한다. 이재명 수사한다고 이재명 쪽과도 함께 못하니 결국 과거 국민의당 계열과만 소통한다. 국민통합을 얘기한다고 김한길 위원장이 나서고 있는데 아마 대구·경북에서 지금 인내할 수 있는 ‘역치(閾値)’를 넘어설 것이다. 

-윤석열 신당 가능성은 없나
▷계획했을 것이다. 다만 이젠 불가능해 보인다. 6개월간 본인을 정치 천재라고 생각하고 김한길 위원장의 말을 들으며 여러 구상을 했을 것이다. 이재명 구속부터 막히니 우왕좌왕하고 있다. ‘돈봉투 의혹’ 수사를 강하게 해 비명계(비이재명계)를 민주당에서 뛰쳐나오게 하고, 그다음에 통합이란 명분으로 윤석열 신당과 붙일 계획이었을 것이다. 근데 다 어그러지니깐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해외 계속 돌면서 복권 긁고 있다.

-당의 위기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출마설이 돌고 있다. 총선에 도움될 거라고 보나
▷한 장관이 황교안 전 대표와 똑같은 길을 갈 것 같다고 예언한 적 있다. 두 분은 태생부터도 비슷하다. 상대적으로 젊고 보수가 좋아할 만한 부류다. 보수 어르신들이 밀어주면 대권주자 1위까지는 쉽게 간다. 근데 확장성의 문제가 생긴다. 지역구 문제도 있다. 강남과 같은 쉬운 지역구로 가면 비웃음을 사고, 어려운 데 나가서 떨어지면 망신당한다. 비례도 못 간다. 어떤 이는 한 장관이 비례로 가서 총선 지휘하면 된다고 하던데 연동형 비례제에서 비례 못한다. 결국 위성정당으로 가야 하는데 어떻게 지휘하나. 선거법 위반이다. 한 장관도 머리 터질 거다. 

-그러면 원희룡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은
▷원 장관은 사실 보수의 소장 개혁파로 굉장히 존경하던 선배였다. 근데 정권 잡고 국토부 장관이 된 후에는 국민이 실망했을 거다. 그간 오랜 비주류 생활을 해 고생했기에 개인적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지금의 원희룡은 옛날의 원희룡이 아니다. 좋은 성과 있길 바란다. 또 비슷하게 가고 있는 김병민·장예찬 최고위원도 좋은 결과를 바란다. 

-40대를 앞두고 있지만 청년정치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본인을 어떻게 규정하나
▷서른 넘은 순간부터 ‘청년’이란 단어를 안 썼다.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인 것은 맞지만, 서른 살 넘으면 청년 소리하면 안 된다. 이 말에 상처받은 분이 있겠지만 평균 수명과 관계없이 청년은 20대까지만 끊으면 된다. 나이 ‘인플레이션’ 해서 좋을 게 없다. 40살 됐으면 그냥 아저씨다. 무슨 ‘청년드립’ 치면서 젊은 척을 하겠나. 김병민·장예찬 최고위원도 천하람 당협위원장도 청년이 아니다. ‘청년 팔이’ 하는 사람 있으면 안 된다.

-정치권에서 ‘청년정치’의 중요성은 강조하는데
▷‘청년정치’가 마이너리그로 가면 안 된다는 얘기를 계속 한다. 근데 청년정치가 대단한 건가. 그냥 젊은 사람들이 하는 정치일 뿐이다. 청년들이 청년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가스라이팅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년 문제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경제가 활기가 돌면 알바부터 사장까지 다 잘 되는 거지 꼭 집어 청년의 경제만 잘되게 할 수가 있나. 청년 문제라는 ‘마이너리그’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주당에서는 청년 공천 30% 의무화 얘기가 나온다
▷지난 지방선거는 어느 때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진출했다. 이준석 당대표가 있으니 젊은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어’라면서 많은 의지를 보여 실제 공천이 됐기 때문이다. ‘청년 할당제’를 한다고 했으면 생물학적으로만 나이가 젊을 뿐 청년으로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그런 사람들만 청년 공천받았을 것이다.

-이준석에게 정치란
▷오늘 내가 걸은 눈 위 발자국은 다음 사람이 따라오는 길이 된다’라는 서산대사의 시 ‘답설’의 구절처럼 하나의 이정표라고 생각한다. 정치 시작한 지 벌써 12년이 다 되어 간다. 누가 끌고 당겨준 게 아니냐고 하는 이도 있는데 스스로 증명했다고 본다. 노원구 상계동 출신이라는 얘기를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중산층 가정서 태어난 이준석이 열심히 공부했더니 나랏돈으로 유학도 갔다 올 수 있는 세상, 그 사람이 나중에 아이들 가르치는 교육 봉사 열심히 해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누구에게 빚지지 않고 정치할 수 있는 세상, 고생하면서 메시지 유지했더니 전당대회에서 3000만원 쓰고도 당대표 될 수 있는 세상. 이런 게 ‘사다리가 살아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많이 더 깊이 고민하겠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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