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542.7원에 마감해 전 거래일보다 0.9원 올랐다. 장중에는 1549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 속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주식 대규모 순매도도 환율 상승 압력을 더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번 환율 급등을 경제 기초여건과 괴리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외환 수급 불균형에 따른 단기 충격이라는 진단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이 보유 주식의 약 10%, 140조원 안팎을 매각하면서 이를 환전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올랐다”며 “자산 재배분이 마무리되면 환율도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고환율 원인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리밸런싱을 지목하며 “정상화 과정이며 시간 문제”라고 언급했다.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지금 (환율이)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여진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주식시장 리밸런싱만으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화 약세와 고환율 흐름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원화 약세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이 거론된다. 대규모 현금성 지원금에 더해 전년 대비 8.1% 늘어난 700조원대 예산을 편성하는 등 지출을 대폭 확대한 결과, 시중 유동성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지난해 수개월 동안 8% 안팎의 높은 수준을 보였다. 8%대 증가율은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M1), 정기예금 등 단기성 예금을 합친 광의통화로 일반적으로 시중에 풀린 돈(유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현재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를 활용한 추가 지출 확대를 고심 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유류세 지원 등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에는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국민 경제 대도약의 발판을 닦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확장 재정 기조를 재확인했다. 구윤철 장관 역시 최근 2차 추경론엔 거리를 두면서도 “국가 발전은 물론 청년·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양극화 해소에 쓰겠다”며 재정지출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시작으로 수차례 금리 인상 신호를 내비쳤다. 성장·물가·환율·부동산 등 주요 변수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통화와 재정의 엇박자로 금리 인상 효과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통화량은 물가를 통해 통화가치에 반영된다. 늘어난 통화량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물가가 오르면 구매력 하락으로 통화가치는 떨어진다. 실제로 2022년 영국에서 트러스 내각이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 반대로 대규모 감세·재정 지출 정책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폭락과 국채시장 혼란을 겪은 바 있다.
특히 한국처럼 수출·수입 비중이 큰 개방 경제에서는 환율 안정이 곧 물가와 성장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재정 확대가 단기적으로 경기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통화 가치 하락과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성장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환율은 현장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인천에서 제조업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수출기업은 환율 덕을 볼지 몰라도, 수입 원자재와 포장재 가격이 오르면서 우리 같은 중소업체와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비용 폭탄을 맞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민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왜 이렇게 빚을 내서 돈을 뿌리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세금으로 다시 걷을 돈 아니냐”며 “환율·물가·집값이 다 불안한 상황에서 재정 운용이 느슨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 대외 신인도 하락과 외국인 자본 유출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현금성 재정 지출을 억제해 시중 유동성을 관리하고, 한미 통화 스와프 공고화 등 제도적 방어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