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 치료제를 더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
한국화학연구원 박지훈 박사팀은 면역세포에 항암 유전자를 넣는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열쇠 단백질’인 SRV2 외피 단백질을 발굴했다.
이 단백질은 현재 널리 쓰는 RD114보다 유전자 전달 성능이 뛰어나 차세대 CAR-T·CAR-NK 치료제 생산 비용을 낮추고 치료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CAR-T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꺼내 유전자를 삽입한 뒤 다시 몸속에 넣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대표적인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운 혈액암에서 뛰어난 효과를 갖췄지만,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이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암세포를 인식하는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 유전자를 면역세포 안에 넣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질병 유발 능력을 제거한 바이러스 전달체를 사용한다.
전달체 표면에 있는 외피 단백질은 면역세포 표면의 특정 수용체를 찾아 결합한 뒤 세포 내부로 진입한다.
마치 자물쇠에 맞는 열쇠처럼 세포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
현재 CAR-T 생산에는 주로 고양이 레트로바이러스 유래 RD114 외피 단백질이나 수포성구내염 바이러스 유래 VSV-G 단백질을 사용한다.
특히 RD114는 레트로바이러스 기반 CAR-T 생산 공정의 표준 기술로 자리 잡았다.

연구팀은 더 높은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을 탐색했다.
그 결과 원숭이 레트로바이러스 2형(SRV2) 유래 외피 단백질이 면역세포 표면의 ASCT2 수용체와 효율적으로 결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SCT2는 T세포와 자연살해세포(NK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 수용체다.
원래 세포가 영양분을 흡수할 때 활용하는 통로지만, SRV2 외피 단백질은 이 통로를 이용해 유전자를 세포 안으로 전달한다.
연구팀은 SRV2 외피 단백질을 적용한 레트로바이러스 전달체를 제작해 기존 RD114 기반 전달체와 성능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 SRV2 전달체는 바이러스 생산량 자체가 더 높아 같은 시설과 시간으로 더 많은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T세포와 NK세포, B세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SRV2 전달체의 더 높은 유전자 전달 효율을 갖췄음을 확인했다.

실제 CAR-T 생산 과정에서 CD19를 표적으로 하는 CAR-T를 제작했을 때 SRV2 기반 전달체는 기존 RD114 대비 약 20~25% 높은 CAR 유전자 발현율을 기록했다.
CAR-NK 세포 생산에서도 5~12% 높은 발현 효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CAR-T 세포의 항암 능력도 평가했다.
시험관 실험에서는 SRV2 기반 CAR-T가 기존 방식보다 암세포 제거 능력이 우수했다.
동물실험에서는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백혈병 세포를 이식한 쥐를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은 종양이 빠르게 성장해 46일 안에 모두 사망했다.
RD114 기반 CAR-T를 투여한 그룹에서는 4마리 중 2마리가 33일째 종양이 발생했고 63일에 사망했고, 나머지 2마리는 생존했다.
반면 SRV2 기반 CAR-T를 투여한 그룹에서는 4마리 가운데 단 1마리만 41일째 종양이 발생했고 71일째 사망했다.
나머지 3마리는 실험 종료 시점까지 종양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SRV2 기반 치료제가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더 오래 유지하고 생존율도 높이는 경향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CAR-T와 CAR-NK 생산 공정의 핵심 부품을 개선해 치료제 제조 효율을 높일 가능성을 제시해 큰 의미를 갖는다.
현재 글로벌 CAR-T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환자 1인당 치료 비용이 수억 원에 달해 접근성이 낮다.
SRV2 기술이 대량생산에 적용되면 치료제 생산 수율 향상과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스케일업이 확인되면 2~3년 내 현장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박사는 “기존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던 RD114보다 우수한 항암 유전자 전달 성능을 가진 후보를 발굴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석민 화학연 원장은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성패는 생산 효율에 달려 있다"며 ”이번 기술이 치료제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전문정 학생연구원(충남대)가 1저자로 수행했고, 연구결과는 지난4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논문명: Discovery of a novel envelope protein derived from simian retrovirus 2 for pseudotyping retroviral vectors used for production of CAR immune cells)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