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거세진 인공지능(AI) 의식 논쟁에 대해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IBS 하콴 라우 뇌과학이미징연구단장팀은 캐나다 몬트리올대, 미국 뉴욕대와 공동으로 현재 의식 연구의 방법론적 한계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공동연구진은 AI와 동물, 태아, 뇌 오가노이드의 의식 여부를 판단하는 현재 연구 방식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AI가 정말 의식을 가졌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과학계가 의식 자체를 어떻게 검증하고 있는지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AI도 고통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라는 논의가 학계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최신 AI가 단순 계산을 넘어 주관적 경험(감응성)을 가질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동물과 태아, 실험실에서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의 의식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문제의 핵심이 의식을 측정하는 현재 실험 방식에 있다고 봤다.
지금까지 의식 연구에서는 주로 특정 자극을 피험자가 봤다고 보고할 때와 보지 못했다고 답할 때의 뇌 활동 차이를 비교했다.
대표적인 ‘양안경합(binocular rivalry)’ 실험은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이미지를 제시하면 사람은 두 이미지를 동시에 인식하지 못하고 번갈아 경험한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에서 의식과 관련된 뇌 신호를 추적했다.
그러나 공동연구진은 이런 실험이 의식 자체를 측정하는지, 아니면 단순 정보처리 강도의 차이를 보여주는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극이 의식될 때는 뇌의 지각·인지 처리도 동시에 강해지고, 반대로 의식되지 않을 때는 정보처리 자체도 함께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실험만으로는 의식이 사라진 것과 정보처리가 차단된 것을 분리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가 AI 의식 논쟁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최신 AI가 사람처럼 언어를 생성하거나 감정 표현을 흉내 낸다고 해서 실제 주관적 경험을 가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
이는 복잡한 정보처리 능력과 의식적 경험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연구논문은 의식과 정보 처리를 구분할 수 있는 단서로 신경심리학 사례를 제시했다.
대표 사례인 맹시(blindsight) 환자는 시각피질 손상으로 의식적으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지만, 장애물을 피하거나 물체 위치를 맞히는 행동은 가능하다.
또 ‘반측 무시’ 환자는 한쪽 시야를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면서도 해당 정보가 행동에는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이런 사례가 의식적 경험과 정보 처리가 서로 분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현재 의식 연구가 과거 심리학의 실패를 반복할 위험도 경고했다.
19세기 말 동물이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의식을 가졌다고 추론하는 연구가 확산했고, 이후 행동주의 심리학 등장과 함께 의식 연구 자체가 학계에서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오늘날 AI 의식 논쟁 역시 충분한 검증 없이 과장될 경우 비슷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콴 라우 단장은 “이번 연구의 목적은 특정 대상이 의식을 가졌는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이 어떤 과학적 근거 위에서 나오는지를 평가하는 데 있다”며 “의식 여부 논의가 윤리·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은 훨씬 더 엄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27일 국제학술지 ‘뉴런(Neuron)’에 게재됐다.
(논문명: The Ethical Impasse of Current Consciousness Science/ 저자: Vincent Taschereau-Dumouchel(캐나다 몬트리올대, 제1저자 및 공동 교신저자), Jun Seo Hwang(IBS/성균관대, 제2저자), Hakwan Lau(IBS/성균관대, 공동 교신저자), Joseph E. LeDoux(미국 뉴욕대, 공동저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