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지도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현장에서 묵묵히 고개를 숙이며 상대 후보를 존중하는 ‘현장 매너’의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안 상정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불성립하는 등 여야의 대립이 파국으로 치닫으며 여의도의 공기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감지된다. 지도부는 서로를 향해 ‘내란 청산’과 ‘공소취소 저지’를 외치며 날을 세우고 있지만, 민심을 느낄 수 있는 각 지역 선거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 “열심히 해봅시다”…현장서 덕담 주고 받은 보궐선거 후보들
지난 12일 인천 계양을의 심장부인 계양산전통시장. 취재진이 찾아간 해당 선거구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왕섭 국민의힘 후보가 인파 속에서 마주쳤다. 긴장감이 흐를 법한 순간이었지만, 양 후보는 약속이라도 한 듯 환한 미소를 띠며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고생 많으시다. 열심히 한번 해봅시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며 짧은 악수와 덕담을 나눈 뒤 다시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져 시민들을 만났다.
각 당에서 지원 유세에 나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현장에서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은 쿠키뉴스에 “뉴스를 보면 맨날 싸우기만 해서 보기 싫었는데, 후보들이 시장에서 웃으며 인사하는 걸 보니 마음이 좀 놓인다”고 귀띔했다.
인천 연수갑의 풍경도 비슷했다. 송영길 민주당 후보는 후보 등록 첫날인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당시 박종진 국민의힘 후보와 현장에서 만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송 후보에 따르면 박 후보는 송 후보를 보고 깍듯하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다가왔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 고소·고발 없는 선거를 치르자”고 말했다. 송 후보는 이에 “좋은 말씀이다”라고 답했다.
송 후보는 ‘원래 후보들끼리 네거티브를 염두에 두느냐’는 질문에 “후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면서도 “너무 지나치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 북갑에서도 이색적인 광경이 포착됐다.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선거 인사를 하던 하정우 민주당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는 지난달 29일 시장 길목에서 마주쳤다. 정당과 소속은 달랐지만, 두 후보는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건강을 챙기라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하 후보는 한 후보에게 “건강하셔야 한다. 파이팅이다”라고 인사했고, 한 후보는 “생산적으로 한번 해보자”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포옹하기도 했다.
◇ ‘화합’ 향한 마중물…정치인의 경쟁 ‘매너’
양극화로 선거가 과열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후보 간 예의는 시민들에게 정치가 싸움이 아닌 경쟁임을 다시금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취재진이 만난 정치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정치인들이 시민들과 함께 있는 현장에서 보여주는 ‘매너’가 단순한 예의를 넘어 선거 전체의 질을 결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 대립에 따른 유권자의 피로도를 완화하고 신뢰감을 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네거티브 대신 ‘누가 더 지역을 잘 아는가’라는 본질적인 경쟁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현장 매너가 상대 후보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화합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정치는 ‘생활’”이라며 “시민들 눈앞에서 보여주는 후보들의 매너는 정치가 사람을 향해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