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행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포용금융 확대 방안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현행 신용등급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신용등급체계가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A등급과 B등급 고객이 3년간 동일하게 이자를 제때 상환했다면 저신용등급의 금융 소비자가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체가 없다면 저신용자 입장에선 불리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는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기한 신용평가 체제의 구조적 문제와 맥을 같이한다. 김 실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라고 지적했다. 또 “성안에는 낮은 금리를 누리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 ‘성저십리’에는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다. 이 견고한 이중 구조가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적은 바 있다.
장 행장은 성실 상환자에 대한 혜택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자금을 성실히 상환했을 때 이자 상환에 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다”며 “현재 프로그램은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조정에 들어가고 원금의 최대 60%까지 상각하고 있는데, 소액 대출인 경우 상각 범위를 더 넓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용금융이 단순한 자금 공급에 그쳐선 안 된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장 행장은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금 지원 이후 취약계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재기를 도울 것인지까지 일련의 흐름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단순하게 낮은 금리의 자금을 공급하는 것만이 포용금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 주기에 걸쳐 단계별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포용금융”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이 직격한 ‘상록수’…장 행장 “조속히 해결”
이재명 대통령이 “원시적 약탈 금융”이라고 비판한 장기연체채권 유동전문회사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 지분에 대해선 조속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행장은 “산업은행이 업무 수탁은행이 될 텐데 이미 암묵적으로 (새도약기금에) 양도(매각)를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분만 남아있고, 잔액은 없는 상태”라며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신용불량자의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주요 은행 및 카드사가 공동 출자해 만든 민간 배드뱅크다. 이 대통령이 공유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부실채권 7000억원을 넘겨받은 상록수는 20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넘기지 않고 추심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채권이 새도약기금으로 넘어가면 대상 차주에 대한 추심은 즉시 중단된다. 상환 능력이 있다면 채무조정 및 분할상환이 추진된다. 상환능력이 없다면 1년 이내 채권 자동 소각이 진행된다. 기업은행은 현재 상록수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며 “경제 활동이나 기업의 수익 활동에도 정도가 있는 것. 아무리 돈이 최고라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 안의 우리 이웃인데 과유불급”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도 “카드 사태 때 카드회사·금융기관들이 다 정부 세금으로 도움 받지 않았나”라며 “카드 사태가 몇 년 전이냐. 그때 연체된 사람들이 지금 20년이 넘도록 이자가 늘어 몇천만원이 몇억원이 됐다더라”고 했다.
"‘AI 네이티브 뱅크’ 전환… 비은행 자회사 수익성 증대”
장 행장은 이날 기업은행이 미래 전략 방향성으로 △변화를 선도하는 금융 △가능성을 실현하는 능력 강화 △성과 창출 경영 등을 제시했다.
그는 “제가 그리는 IBK의 지향점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라며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IBK가 추구하는 금융의 목적과 제공 방식 작동 원리를 새롭게 정립해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 행장은 ‘변화를 선도하는 금융’에 대해 “단순히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와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과제로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 선도 △포용금융 및 책임금융 실천을 꼽았다.
내부 역량 고도화를 위한 ‘AI 네이티브 뱅크’ 전환도 적극 추진한다. 장 행장은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내부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초개인화된 AI 뱅킹 구현, AI 지능형 여신심사 체계, AI 에이전트 기반 업무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글로벌 금융허브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고도화하겠다”며 “데이터 수익화 사업과 외부 금융 플랫폼과의 제휴 사업을 추진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IBK 금융 영토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가시적 성과로 증명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장 행장은 “단순한 외형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며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시니어 전략을 고도화하고, 그룹사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수익구조 대변화로 어떤 경영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수익성은 비은행 자회사에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장 행장은 “기업은행은 특별법에 근거한 정책금융기관이자 상장기업으로, 공공성과 수익성이 충돌하게 된다”면서도 “우선순위로 삼는 것은 정책적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이자수익을 신경 써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자회사를 통한 수익성 증대를 고려하고 있다”며 “금융지주 자회사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이날 간담회와 동시에 ‘IBK 코스닥 붐업 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IR 기회를 확대하고 리서치 보고서 발간을 유도해 시장 신뢰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장 행장은 개회식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기업과 투자자를 잇는 든든한 가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