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란히 1분기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며 시장의 기대를 키웠지만, 정작 회사 안팎의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임금단체협상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성장의 온기를 반감시키는 모양새다.
노조의 투쟁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파업이 자칫 대규모 손실과 K-바이오 전반의 신인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1분기 성적표는 ‘호실적’보다 ‘노사 리스크’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린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지난 22일 단체행동에 나섰다. 약 2000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이날 집회는 회사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분기 실적도 발표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공장 풀가동과 5공장 가동 확대(램프업) 효과가 실적 성장을 이끌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8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1조2571억원으로 2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46.2%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분기에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뒀다. 매출은 14% 증가한 4549억원, 영업이익은 13% 늘어난 1440억원으로 지난 1월 올해 매출 가이던스(전망치)로 제시한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 목표를 달성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 판매, 신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수익 확대가 주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따라 연간 매출 성장 가이던스를 15~20%로 유지했다. 다만 미국 록빌 공장 인수에 따른 매출 기여분은 이번 전망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향후 반영될 예정이다. 회사는 미국 록빌 생산시설 인수를 통해 한국 송도와 미국 록빌을 축으로 한 ‘이원화’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 대응력을 한층 높인다는 계획이다.
증권가는 5공장 램프업과 미국 생산거점 편입 효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록빌 공장의 매출이 3분기부터 반영돼 추가적인 실적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3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인수를 완료한 미국 록빌 공장은 500여명의 현지 인력과 6만리터(ℓ) 규모의 생산 설비를 전면 승계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월 개시한 5공장의 가동 확대 효과가 반영되면서 안정적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 록빌 공장은 2분기부터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되나, 매출 인식은 3분기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중장기 모멘텀으로는 △3분기 미국 공장 매출 반영 △연내 송도 6공장 착공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펩타이드 등 모달리티 확장을 제시했다.
실적 성장세 가파른데…노조 파업 압박 ‘찬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 78만5000ℓ를 확보하며 빠르게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중에선 생산능력(케파)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국 록빌 공장 6만ℓ까지 합산하면 총 생산능력은 84만5000ℓ까지 증강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에 계속 나서고 있지만, 노조가 회사의 성장 가도를 가로막는 형국이다. 노조는 회사와의 입장차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5일 대규모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파업이 현실화하면 6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노사는 지난해 12월23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진행된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 역시 결렬됐다. 인천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유아람 부장판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를 상대로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지만, 노조는 예고된 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법원은 회사가 쟁의 금지를 요청한 9개 작업 중 △농축 및 버퍼 교환(UFDF) △원액 충전(DS Filling) △이와 연관된 버퍼 제조·공급 등 3개 항목에 대해서만 파업을 막았다. 의약품 제품 변질 우려가 큰 최종 공정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명시한 쟁의 금지 작업에 대해 “의약품 물질 생성이 완료된 상태에서 유지·보관에 적합한 형태로 조절하는 마무리 작업”이라며 작업이 제때 수행되지 않을 경우 제품이 변질돼 폐기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인정했다. 반면 △플라스크 및 배양기 배양 △정제 및 바이러스 여과 등 초기 6개 공정에 대해선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활동에 해당한다”면서도 “단순히 중단 시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쟁의행위 자체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사 간 핵심 쟁점은 임금 처우다. 사측은 평균 6.2%(기본 4.1%, 성과 2.1%) 임금 인상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14% 인상과 1인당 격려금 30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영업이익의 20%는 초과 이익 성과급(OPI)으로 배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작년 11월 인사팀 문건 유출에 대한 사측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도 제시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직원 5000명의 주민등록번호, 학력, 연봉 등 개인정보가 담긴 인사팀 자료가 내부에 유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박재성 노조 위원장은 22일 투쟁결의대회에서 “작년 11월 인사팀 문건 유출 이후 회사는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노사 갈등의 원인은 회사에 있다. 우리는 회사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협상 타결 없이는 가처분 결과와 무관하게 파업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제품화시키는 일부 공정에 한해서만 작업해야 한다는 판결이기에 파업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파업 시 대규모 손실 불가피…K-바이오 악영향
생산 공정 특성상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정제하는 방식으로 생산돼 365일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요하다. 공정이 중단되거나 차질이 발생하면 수개월간 진행된 생산분이 한순간에 전량 폐기될 수 있다.
주주가치 훼손도 우려된다. 노사 갈등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주주들의 피해도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직원들에 대한 투자’로 포장했다. 박 위원장은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우려에 대해 “노조의 일련의 행위들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구성원과 회사가 함께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결국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직원에 대한 보상이 확대된다고 해서 회사의 재원이 소모된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에 대한 투자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신뢰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글로벌 CDMO 기업 론자와의 선두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고객사 신뢰 저하와 수주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 이는 곧 K-바이오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를 상대로 대규모 수주를 수행하는 CDMO 기업은 생산 안정성과 납기 신뢰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노사 갈등이 장기화돼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면 고객사 입장에선 공급망 리스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진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 파업에 대비해 필수 공정 가처분 신청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지만,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공정 중단 시 제품 폐기 등 불가역적 손실 가능성이 있다”며 파업에 따른 대규모 손실 가능성에 대한 단기 리스크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