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3일 (2)
“개혁 아닌 개입”…농민 2만명, 농협법 개정안에 반발

“개혁 아닌 개입”…농민 2만명, 농협법 개정안에 반발

여의도 일대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
강호동 회장, 무릎 꿇고 큰 절…“자율성 잃으면 피해는 농업인 몫”
직선제·감독권 확대에 “조합장 96%가 반대”

승인 2026-04-21 18: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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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농민 2만여 명이 21일 오후 여의도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남동균 기자

전국 농민과 농·축협 조합장 2만여 명이 여의도에 집결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농협법 개정안에 맞서 “농협 자율성을 훼손하는 관치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는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붉은 머리띠를 두른 참석자들은 ‘관치 농협 반대’, ‘졸속 입법 반대’ 등 피켓을 들고 도로를 가득 메웠다. 구호가 터질 때마다 붉은·노란 피켓이 일제히 하늘로 치켜올려졌다.

여의도 일대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농협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치 감독 즉각 중단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독소조항 폐기 △자회사 지도·감독권 현행 유지 △통합 감사기구 신설안 철회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추진 중단 등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단상에 오른 박경식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국의 농민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국회 앞에 모인 것은 농협의 자율성 상실이 곧 농업의 위기, 나아가 농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이번 농협법 개정은 개혁이 아니라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속도전식 입법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를 통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농민과 함께 설계된 개혁만이 농협을 살릴 수 있고, 농협의 주인은 정부가 아닌 조합원”이라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개정안이 농업인 지원 축소와 농가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한 남성 조합원은 “농협도 잘못한 부분은 고쳐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감사와 인사권까지 쥐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면 농업인 지원만 줄어들지 않겠나”라며 “결국 그 여파는 농가 경영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농민 2만여 명이 21일 오후 여의도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남동균 기자


직선제·감독권 확대에 “조합장 96%가 반대”

이번 상경 집회는 조합장 여론조사 결과가 불씨가 됐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9~10일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871명 중 96.1%가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직접 감독권 확대와 외부 독립 감사기구 설치에 대해서도 각각 96.8%, 96.4%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비대위는 “조합장 10명 중 9명 이상이 반대하는 개편안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특히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과 정부 감독권·감사권 확대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비대위는 “중앙회장 직선제는 200만 조합원을 상대로 한 대형 선거를 고착화해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데다, 중앙회장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금품수수나 횡령 혐의로 기소된 임직원에 대해 1심 유죄만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무죄추정 원칙을 위반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짚었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농민 2만여 명이 21일 오후 여의도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남동균 기자

강호동 회장, 무릎 꿇고 큰 절…정적과 박수 교차

이날 집회에는 논란의 중심에 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횡령·금품수수 등 각종 비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강 회장은 조합장·농민들과 같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무대에 올라 두 손을 짚고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현장에서는 한동안 정적과 박수가 교차했다.

강 회장은 “기본을 지키는 개혁이라면 언제든 앞장서서 동참하겠다”며 “농협이 먼저 뼈를 깎는 자정 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농협이 관치의 틀에 갇혀 자율성을 잃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돌아간다”며 “정부와 국회는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제도를 설계해 달라”고 호소했다. 횡령·금품수수 등 비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강 회장이 ‘자율성 수호’를 전면에 내세운 장면은 농협법 개정 논란에 얽힌 이해관계의 복잡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정안을 “농협의 고질적인 내부통제 부실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손보기 위한 개혁”이라고 설명한다. 중앙회와 지주·자회사, 지역조합을 아우르는 통합 감사기구를 별도 법인 형태로 설치하고, 중앙회장 선거에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도록 바꾸는 것은 금품선거와 ‘셀프 감사’ 구조를 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다. 농협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견제와 감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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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은행과 금융당국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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