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2일 (1)
“조립 하청은 옛말”…삼성, 베트남·인도로 공급망 ‘체질개선’ 가속

“조립 하청은 옛말”…삼성, 베트남·인도로 공급망 ‘체질개선’ 가속

베트남, FC-BGA·OLED 중심 ‘AI 부품 생산기지’로 전환
인도, 1.4만 개발인력 기반 ‘R&D·내수 시장’ 동시 공략
통상 리스크 대응 ‘투 트랙’…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가속

승인 2026-04-18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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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뒷줄 오른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용범 정책실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9일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과 함께 베트남과 인도를 찾는 가운데, 삼성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완제품 조립 중심의 역할을 넘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기판 등 고부가 부품 생산 비중을 키우고, 인도에서는 생산 확대와 현지 시장 공략을 동시에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베트남 전략은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핵심 부품 생산 거점으로 진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스마트폰 조립 중심이던 베트남 거점이 이제는 부품과 디스플레이까지 아우르는 생산 허브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 옌빈 공단에 있는 삼성전기 베트남 법인. 삼성전기 제공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서 ‘AI 부품 허브’로

삼성전기는 14일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베트남 생산법인에 약 12억달러(한화 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베트남 외국인투자청으로부터 로봇·자율주행차·인공지능(AI)용 FC-BGA 생산 관련 투자 등록도 마쳤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성능 기판으로,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 장비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고밀도 설계와 빠른 신호 전달이 가능해 AI 인프라 확대와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금 생산능력이 최대치(풀 캐파)로 돌아가고 있어 생산성 개선과 수율 제고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며 “고객의 요구 수준이 현재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보완 투자와 일부 공장도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베트남 박닌성에 약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해당 공장은 노트북과 모니터 등 프리미엄 IT 기기용 OLED 모듈 라인이 추가로 구축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하노이, 타이응우옌, 박닌, 호치민 등지에 걸쳐 6개의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30년간 베트남 내 누적 투자 규모는 232억달러 이상으로, 현지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FDI) 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노이다에 있는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삼성전자 제공

인도, 생산 넘어 ‘AI 두뇌·시장 기지’로

베트남이 하드웨어 생산 거점이라면 인도는 소프트웨어와 내수 시장을 결합한 전략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은 인도 현지 공장 증설과 함께 2026년형 AI 가전 라인업을 앞세워 인도 소비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동시에 델리(가전), 노이다, 벵갈루루(스마트폰) 등 3곳의 R&D 센터를 중심으로 AI 소프트웨어와 제품 아키텍처 개발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삼성은 인도에서 1만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있으며, 벵갈루루에는 반도체 아키텍처 전담 인력 4000명이 별도로 근무 중이다. 단순 조립이나 판매에 그치지 않고, 현지 인재를 활용해 제품과 기술을 현지화하는 구조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인도 현지어 지원, AI 기능 탑재 확대, 지역 특화 가전 출시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베트남·인도 전략이 미중 갈등과 통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분산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첨단 부품과 디스플레이 생산을 늘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내수시장과 R&D 기능을 키우며 지역별 역할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AI 부품과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 제조 기지로, 인도는 소프트웨어와 AI 연구 및 내수 시장 공략 전진기지로 역할이 명확히 갈리고 있다"며 "이재용 회장이 이번 순방에서 두 나라에서의 중장기 청사진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동행한다. 특히 이 회장은 이번 순방 기간 인도와 베트남을 모두 방문해 경제사절단 일정을 소화한다. 주요 대기업 총수 중 두 나라를 모두 찾는 것은 이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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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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