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들이 올해도 정부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본연의 기능인 정책금융 공급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올해 정부에 배당금 8806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직전 회계연도(7587억원)보다 16.1%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배당성향은 51.34%로, 지난해 이익의 절반 이상이 정부 배당으로 돌아간다. 최근 5년간 산은이 정부에 지급한 배당금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국책은행들도 배당 확대 기조에 동참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처음 분기 배당을 도입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고쳐 분기 배당 근거를 마련한 뒤, 올해 사업연도 2분기를 기준으로 1회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첫 분기 배당 기준일은 7월31일로 정해졌다. 구체적인 배당금 규모는 6월 말 이후 45일 이내 열리는 이사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중소기업은행 별도 기준 최근 5개년 평균 배당성향은 32.9%다. 수출입은행 역시 배당 성향이 높은 국책은행으로 꼽힌다. 수은의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은 37.8%로, 3대 국책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국책은행의 배당 규모와 방향성은 재정경제부가 주도하는 배당협의체에서 결정된다. 산은은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정부(76.38%)와 산은·한국은행이 나머지 지분을 들고 있어 정부 지분이 100%에 가깝다. IBK기업은행 역시 정부 지분이 59.5%에 달한다. 정부가 이들 은행에서 대규모 배당을 받아가는 이유는 세수 부족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매년 대규모 배당이 이뤄지면서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공급 여력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점이다. 국책은행의 이익에는 보유 주식 매각 등 일시적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고배당이 반복되면, 향후 수익 둔화 시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 국내 은행의 BIS 총자본비율은 15.83%, 보통주자본비율은 13.51%로 전분기보다 일제히 하락했다. 연말 배당 확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자산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겹치면서 자본완충력이 서서히 깎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개별 은행 중에서는 정책은행인 산은의 보통주자본비율이 전분기보다 0.61%포인트 떨어졌다. 자본비율이 하락한 13개 은행 가운데 낙폭이 큰 편에 속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대규모 정책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불확실한 리스크에 대비해 이익의 상당 부분을 내부유보로 쌓아야 한다”며 “첨단산업 지원을 강조하면서 자본을 회수하는 것은 모순된 행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정책금융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고배당 기조가 고착되면 국책은행이 위기 국면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든다”며 “당분간은 배당 확대보다 자본 여력과 정책 집행 능력을 키우는 것에 힘 써야 한다”고 했다.
학계에서도 정부가 공기업·국책은행 배당을 ‘세수 보완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배당 요구가 높을수록 공기업의 이익조정 유인이 커지고, 회계 투명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보고서 ‘기업에 대한 배당정책이 이익조정에 미치는 영향’에서 연구진은 “정부의 배당정책이 공기업에 재무적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배당 의사결정 시 기관별 재무여건을 충분히 고려하고, 무리한 배당을 강행하는 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OECD 역시 2024년 발간한 국영기업 배당 관련 보고서에서 “국가가 소유한 기업의 배당은 정부 재정에 중요한 수입원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배당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상업적 지속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재정여건이 악화되는 시기에 배당정책이 경기·선거 사이클에 종속될 위험이 커지는 만큼, 투자 수요와 재정 수입 간 균형 있는 배당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