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4월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온실가스(GHG) 집약도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는 국제 항해에 투입되는 5000톤 이상 선박이 강화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변화는 미국의 ‘친환경 해양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리며, 한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해상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은 첨단 친환경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풍력 보조 추진장치 ‘윙 세일(Wing Sail)’을 탑재한 LNG 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로터 세일 한계 극복한 윙 세일…삼성중공업 특허로 효율 대폭 상향
삼성중공업은 조선업계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윙 세일(Wing Sail)’과 ‘세이버윈드(SAVER Wind)’ 등 첨단 풍력 활용 보조 기술을 중심으로 시장 선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은 물론, 효율성까지 동시에 잡겠다는 해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20일 윙 세일이 적용된 LNG 운반선의 기본설계로 국내 한국선급(KR)과 라이베리아 기국에서 동시에 기본설계 승인(AIP)을 획득했다. 이는 풍력 보조 추진장치의 실제 적용이 국제 기준에 부합함을 공식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윙 세일은 항공기 날개 원리를 선체에 적용한 현대식 돛 구조물이다. 바람의 양력(압력차)을 활용해 운항 중 양력을 선박 추진력으로 변환해주면서 추진 엔진의 부담을 줄여준다.
삼성중공업이 윙 세일 개발에 나선 것은 기존 로터 세일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원통형 구조물을 회전시켜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이용해 추진력을 생성하는 로터 세일은 윙 세일보다 작은 크기로 큰 추진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다만 회전에 필요한 에너지가 추가로 소모되고 지속적인 회전운동으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고 많은 하중을 받게 되는 베어링의 마모와 이에 따른 유지·보수도 부담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로터 세일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항공기 날개 원리를 적용한 ‘고정형 윙 세일’ 개발에 집중했다.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윙 세일은 항공기 날개와 유사한 고정형 구조로 양력을 발생시켜 추진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로터 세일 대비 효율이 높고 다양한 풍향에서 작동 가능하게 된다. 필요시 접거나 방향을 조절할 수 있어 구조물 설치에 따른 저항도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공기저감장치 ‘세이버윈드’를 독자 개발해 바람의 저항을 줄임과 동시에 풍력을 추진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연비를 높이고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이버윈드 캡을 설치한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 제공 세이버윈드는 단순히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디플렉터(Deflector) 개념에서 나아가 공기 흐름을 선박 표면에 유리하게 재분배해 마찰·항력 모두를 감축시키는 삼성중공업의 특허 장치로, 공기 저항을 줄여준다.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 김진규 프로는 “에어포일 디자인이 채택된 윙 세일은 다양한 풍향과 풍속에서도 일정한 추진력과 연료절감 효과를 제공한다”며 “로터 세일이 정형화된 솔루션인 반면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윙 세일은 차별화된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윙 세일과 세이버윈드를 복합 적용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두 기술을 토대로 엔진 연료 소모가 최대치 기준 약 10~20% 저감 가능하다는 실증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실질적 친환경 효과까지 시장에 각인시켰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의 윙 세일은 바람의 방향과 속도 변화에도 자동 제어 및 틸팅 시스템(각도 조절)을 적용해 안정성과 효율을 동시에 챙겼다. 기존 풍력 장치에서 제기되던 조타실 시야 저해 문제 역시 조타실을 선수(선박 전방)쪽으로 이전하는 창의적인 설계를 도입해 극복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기술력들이 LNG 운반선에서의 첫 상용화를 시작으로,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신연료 기반 다양한 친환경 선박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풍력 활용 윙 세일과 세이버윈드는 상용 선박에서 실질적인 연비개선·배출 감소 효과를 보여줬다”며 “앞으로 첨단 친환경 선박 개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조선업계의 글로벌 탄소중립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