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국회 측 대리인단의 질의에 대부분 ‘묵묵부답’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을 적법한 작전 지시로 이해했다며 이전의 입장을 고수했다.
헌법재판소는 4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5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수감 중인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4일 낮 12시17분쯤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출발해 낮 12시40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도착했다. 이어 곧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번 5차 변론에서는 비상계엄에 관여한 군·국가정보원 핵심 인사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증인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총 3인으로 세 사람 모두 국회 측이 신청한 증인이다.
이날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이진우 전 사령관은 증인신문에 앞서 “저도 형사소송에 관련돼 있고 검찰 조서에 대한 증거 인부(인정 또는 부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엄중하고 중요한 상황임을 알지만 (답변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본인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제시된 증거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상황에서 헌재 증언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적극 응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실제로 이 전 사령관은 국회 측의 질의에 대한 답변 대부분을 거절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수방사 병력에 국회 담을 넘어 진입하라고 했는가’, ‘병력에게 진입하라고 한 무렵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나’, 윤 대통령이 전화하는 일이 자주 있었는지, 윤 대통령으로부터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질문했으나이 전 사령관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통화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묻는 질의에도 “제 재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답하지 않았다.
정형식 재판관이 “대통령과 통화한 건 맞느냐”고 묻자 이 전 사령관은 “그렇다”고 긍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재차 “답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이 계속해서 답변을 거부하자 국회 측은 가림막 설치를 희망하는지 물었다. 이에 이 전 사령관은 “그건 상관하지 않는다. 군인으로서 직책과 명예심을 가지고 말씀드리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질의에는 입을 열었다. 이 전 사령관은 ‘국회에 병력을 투입하라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는 계엄법에 따른 적법한 지시였냐’는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질문에 “위법·위헌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며 “지금도 그 부분은 적법하다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 하셔서 법에 대해 누구보다 전문가 아닌가”라며 “국민 상대로 전 국민에게 방송을 통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데, 그게 ‘위법이다, 위헌이다’라는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최근 헌법재판소 외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발언보다 헌재 변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갑근·배보윤 변호사를 비롯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오후 1시5분경 출석하면서 변론 전략 등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대답 없이 심판정으로 직행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도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증인신문을 마친 뒤 휴정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그게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지, 사람들마다 기억이 다르기에 대통령이 뭐라 할 수는 없으나, 상식에 근거해 본다면 사건의 실체가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