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국민연금 못 낸다”는 청년들, 국가가 지원해주나

“돈 없어서 국민연금 못 낸다”는 청년들, 국가가 지원해주나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초 가입연령인 18세가 되면 국가가 연금 보험료 3개월치를 지원하는 ‘생애 최초 연금보험료 지원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청년들의 가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재정 부담이 큰 탓에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뒤따른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법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해 “청년기에 학업이나 군복무 등으로 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18세 청년에게 최초 연금보험료를 3개월 지원한다면 직접 지원 효과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국민연금공단 관리 대상에 포함돼 (가입 기간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애 최초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제도는 만 18세 청년을 대상으로 생애 첫 3개월 국민연금 보험료를 정부가 대신 내주는 사업을 말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최초 가입연령인 만 18세 때 직업·소득이 없어도, 국가가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조기 가입을 할 수 있다. 이후 소득이 없으면 납부예외자로 분류돼,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은 향후 추후납부제도를 활용해 소급 납부하면, 가입기간이 늘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청년의 가입 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그만큼 연금 수령액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청년들에게 연금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가 있다. 현재 적용예외자나 납부예외자로 분류돼 국민연금 가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층 비중이 기성세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18~34세 청년층 국민연금 사각지대 규모는 해당 연령대 인구 중 53.3%에 달했다. 35~59세(32.7%)에 비해 1.63배 높은 수준이다. 소득이 없어 아직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만 18~27세의 적용예외자는 52.5%로, 타 연령 집단보다 2.5~3배가량 높은 실정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어 납부예외자가 된 청년들도 상당수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27세 지역가입자 중 소득이 없어 보험료 납부 예외를 신청한 이들은 15만267명으로 집계됐다. 

가입기간에 비례해 급여액이 결정되는 국민연금 제도의 특성상 청년기에 적용제외자로 분류되거나 보험료 미납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노후소득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 제도가 세대별로 불평등하게 설계된 점도 문제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만 해도 보험료율 3%-소득대체율 70%로 설계됐다. 쉽게 말해 월급 100만원인 사람이 3만원을 40년 동안 내면 향후 70만원을 수령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1.5%로, 9만원을 40년 동안 내고 41만5000원 수령에 그친다. 소득대체율이 높은 시기에 오래 가입한 중장년층의 혜택이 더 큰 셈이다.

이에 국민연금연구원도 생애 최초 보험료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연구원은 지난 2022년 ‘국민연금제도 내 청년층의 다중 불리 경험과 지원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생애 최초 보험료 지원이 청년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을 높여 가입 유인을 지속적으로 제고하는 넛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심각한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종헌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장도 본지에 “생애 최초 보험료 지원사업은 반드시 시행해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 납부를 통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장려하는 제도”라며 “적용예외자가 아닌 기가입자가 돼야 국민연금공단의 관리 대상으로서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생애 최초 보험료 지원 사업’을 추진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납부예외자를 양산하고, 관리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장경태 전 민주당 의원도 지난 2021년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까지 5년간 총 2026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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