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 의혹 자초하나…‘일베’ 김이나·‘여혐’ 최상엽 논란 더 충격적인 이유

대필 의혹 자초하나…‘일베’ 김이나·‘여혐’ 최상엽 논란 더 충격적인 이유

소속사 식구 김이나·최상엽 잇따른 혐오 논란
‘서정적 작사가’ 이미지 치명타 불가피
납득 힘든 해명에 풀리지 않는 의심
“일상생활 언어 사용에도 신중 기해야”

작사가 겸 방송인 김이나(왼쪽), 루시 최상엽. 미스틱스토리.

작사가 겸 방송인 김이나(45), 그룹 루시 최상엽(30)을 향한 비판 여론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특정 집단 혹은 인물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 그리고 언어 조탁을 업으로 삼는 작사가라는 것이다. 하필 두 사람의 서정적인 가사는 정평이 나, 이들의 실언이 대중에게는 더욱 충격적인 모양새다. ‘그간 대필이라도 한 것이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이나는 지난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 접속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재조명된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

김이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인 ‘좌장면’, ‘훠궈’는 물론, ‘여자는 3일에 1번씩 패야 한다’라는 뜻의 ‘삼일한’을 인터넷 방송 등에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모두 ‘일베저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단어들이다.

김이나는 “아직까지도 그 출처가 일베(일베저장소)인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지만, 부족한 해명에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결국 김이나는 지난 9일 MBC FM4U 라디오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해서 큰 심려를 끼쳐드려서 너무나 죄송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밝히고 싶었다면서도,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이에 그의 라디오 하차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무엇보다 김이나가 2019년 유튜브 예능 ‘문명특급’에 출연해 작사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이 ‘자승자박’이 된 모양새다. 당시 그는 작사할 때 우스꽝스러워질까 봐 모르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단언한 바 있다. 이는 자신이 뱉은 혐오 용어의 출처가 어딘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과 완벽히 상충한다. 

김이나로 추정되는 누리꾼의 인터넷 채팅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최상엽은 최근 팬 소통 플랫폼 버블에서 “내 폴라로이드 카메라”라는 한 팬의 메시지에 “종이싸개”라고 답장했다. 이어 그는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팬에게 “폴라로이드 찍으면 종이 나오잖아”라고 태연하게 받아쳤다.

이후 이들의 대화 캡처는 온라인상에 급속도로 확산됐고, 최상엽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일부 누리꾼이 ‘종이싸개’가 여성의 월경을 비하하는 단어 ‘피싸개’에서 파생된 표현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더욱 불이 붙었다.

이에 최상엽은 4일 “신중하지 못한 단어 선택으로 저를 응원해 주셨던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성 혐오 의혹에는 “제가 사용한 단어는 절대 다른 의미나 의도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진의를 차치하더라도 팬의 물건을 두고 굳이 불쾌한 어감이 드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두 사람이 혐오 표현을 사용한 저의와 맥락은 본인이 아닌 이상 정확히 파악할 방도가 없다. 대중 역시 이를 안다. 그럼에도 이토록 실망감을 내비치는 까닭은 이들이 누구보다 단어가 갖는 느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작사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의미를 모르고 문제가 된 단어를 썼을 리 없다는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가요 관계자 A씨는 이번 논란에 대해 “K팝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대중가요는 ‘대중’이라는 말이 앞에 붙는 만큼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며 “대중가요의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작사가들도 그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이 스타 작사가라면 사명감을 가지고 일상생활 언어 사용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해야함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 B씨는 “모든 콘텐츠는 창작자 의도를 담고 있다.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노래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가사는 기본적으로 함축적인 표현이라 내포하는 메시지가 많다. 이에 대중은 창작물을 통해 창작자를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창작물을 창작자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번 논란은 대중에게 더욱 당황스러웠을 일”이라고 분석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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