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장윤주를 발견하다…‘최소한의 선의’ [쿠키인터뷰]

또 다른 장윤주를 발견하다…‘최소한의 선의’ [쿠키인터뷰]

영화 ‘최소한의 선의’에서 희연 역을 맡은 배우 장윤주 스틸컷.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싸이더스

잔뜩 지친 얼굴과 축 처진 어깨. 단정한 옷차림으로 교무실을 지키는, 피곤함에 찌든 고등학교 선생님. 처음 스크린으로 배우 장윤주의 이 같은 모습을 봤을 땐 눈을 의심했다. 여느 작품처럼 큰 소리를 내지도, 과장된 말투와 우악스러운 몸짓으로 캐릭터를 뽐내지도 않는다. 골치 아픈 일을 맞닥뜨려 고민에 빠진 현실 속 교사만이 보였다. 영화 ‘최소한의 선의’(감독 김현정)로 엿본 장윤주의 색다른 일면은 그 자체로 놀라웠다. 이제야 이런 모습을 만났다는 데 당혹스러웠을 정도다.

“그러니까 소문 좀 많이 내주세요. 장윤주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사람들이 좀 알게.”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윤주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역시도 ‘최소한의 선의’를 통해 만난 자신의 진지함이 마음에 든 듯했다. “누구나 다 복잡하고 다양한 면이 있잖아요. 제가 늘 명랑한 왈가닥 같지만 제가 해온 음악을 들어보면 또 안 그렇거든요. 하하. 감성적이고 우울함도 있는 사람이에요. 영화를 볼 때도 ‘최소한의 선의’처럼 여백 있는 작품을 선호하고요. 깊은 내면을 잘 꺼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아예 다른 캐릭터도 연기하고 싶었거든요. 어려움은 없었어요. 모든 게 자연스러웠죠.”

장윤주가 연기한 희연은 담당 학생 유미(최수인)의 임신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이는 담임교사다. 매번 고3 담임만 맡다 마음 좀 편하자고 고1 담임을 맡았더니 이번엔 임신한 학생이 있단다. 안 그래도 난임으로 속 시끄러운 그에게 유미는 자꾸만 모난 돌처럼 뾰족하게만 군다. 학교에선 유미를 자퇴시켜야 한다고 난리다. 그 역시도 편안해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결국 유미는 학교를 떠나고, 그토록 바라던 새 생명도 찾아왔지만 희연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 후 유미가 희연을 찾아오며 이들 관계는 급변한다. 각본을 본 그의 눈엔 선명한 진심이 보였다. 장윤주는 “유미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읽혔다”면서 “매체로 보고 듣던 것보다 더 나아간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어서 좋았다”고 돌아봤다.

‘최소한의 선의’ 스틸컷.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싸이더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게 출발점이었다. 장윤주의 눈에 비친 감독은 희연이자 유미였다. 그의 뚝심에서 희연을 읽어낸 장윤주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연기했다. 같은 장면도 여러 감정으로 각기 다르게 촬영하곤 했다. “진폭 많은 감정선으로 유미를 이해하고 선생님 이상의 보호자 역할까지 해보자 싶더라”고 말을 잇던 장윤주는 “영화가 생각할 만한 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뤄 더욱더 진심으로 임할 수 있었다”고 했다. 희연은 극 전개와 함께 조금씩 달라진다. 최소한의 말만 하며 제 감정을 꾹꾹 눌러오던 그는 급식실에서 유미와 대치한 이후로 조금씩 주위와 소통한다. 감독은 이 같은 변화를 담을 때도 장윤주에게 감정을 덜어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장윤주는 “감정을 뿜어내더라도 희연의 감정 진폭 안에서 움직였다”며 “갑자기 장윤주가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많은 조율을 거쳤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집중했으니, 영화가 막 내리고 그가 희연으로서 부른 노래가 흘러나올 때 마음이 일렁이는 건 당연할 수밖에. ‘최소한의 선의’는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유미와 한층 성장해 최소한의 선의를 베풀 줄 알게 된 희연까지 여러 캐릭터의 진심이 어우러져 먹먹한 여운과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장윤주는 “모든 인물이 최소한의 선의를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도 희연은 좀 더 나아간, 대단한 인물”이라면서 “대단한 여성을 연기할 수 있어 기쁘다”며 흡족해했다. 그는 또 “내가 이렇게나 색다른 역할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분들이 있길 바란다”며 “나 또한 계속 도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배우 장윤주. 싸이더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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