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를 김정은의 첫째 아이로 보아야 하는 세 가지 이유

김주애를 김정은의 첫째 아이로 보아야 하는 세 가지 이유

글‧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21년 11월부터 자신의 딸 김주애를 ICBM 시험발사 현장과 각종 군사 관련 현지지도에 자주 대동하고, 김주애에 대한 의전이 계속 격상되면서 그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어 후계수업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김주애의 후계자 내정 가능성에 대해 초기에는 매우 회의적이었던 정부 당국자들도 작년 말과 올해 초에는 “세습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통일부)라고 평가하거나 김주애를 마침내 ‘유력한 후계자’(국정원)로 간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있는데 남존여비사상이 강한 북한에서 여자아이인 김주애에게 권력을 물려줄 수 있겠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런 문제제제기가 나오는 것은 관계당국이 불확실한 ‘첩보’에 의존해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있을 것이라고 계속 추정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관계당국이 뒤늦게나마 그같은 추정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본고는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왜 신뢰할만한 ‘실체’가 없으며, 김정은을 직접 만난 인사들의 1차적인 증언 자료와 언론보도 및 각종 비공개 자료들을 토대로 왜 김주애를 김정은의 첫째 아이로 보아야 하는지 그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김정은의 아들 관련 비합리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다.

김정은의 ‘2010년 아들’ 존재 추정 근거의 신뢰성 문제

한국의 관계 당국은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있는 것으로 오랫동안 추정해왔는데, 그 주된 근거는 ‘김정은에게 직접 전달될 가능성이 큰 물품 리스트’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정원은 김정은에게 직접 공수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해외 조달 채널을 확보하고 어떤 종류의 물건이 보내지는지 면밀히 보고 있었는데, 2010년에 남자 아이용 기저귀와 최고급 장난감이 김정은의 ‘관저’로 직접 간 사실이 확인됐고, 이러한 정황을 통해 정보당국은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 고영환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도 2023년 12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아들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북한 김정은 서기실 관련 특수요원들이 북한에 남자 기저귀, 남자 장난감들을 보낸 것이 근거였다고 전해져 있습니다. 북한을 움직이는 통치 구조의 핵심인 당 서기실을 통해 로얄 패밀리에게 이런 남자아이 용품이 보내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김정은 총비서에게 아들이 있다는 판단이 굳어졌다는 설명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2010년에는 김정일이 살아있었고, 당시에는 ‘김정은서기실’이 아니라 ‘김정일서기실’이 로얄패밀리에 필요한 물품들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정일에게는 자식이 김정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둘째 아들 김정철도 있고, 그가 정식으로 결혼한 김영숙과의 관계에서 태어난 딸들도 있기 때문에 김정일서기실이 수입한 남자아이용 기저귀와 고급 장난감만으로 김정은에게 아들이 태어났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매우 성급한 것이었다. 그래서 과거 ‘첩보’ 분석에 참여한 한 당국자는 나중에 당시 평가가 잘못된 것 같다고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술회(述懷)했다.

2017년 8월 29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 현안 보고에서 “리설주가 올해 2월, 셋째를 출산했다”라고 밝혔다. 관계 당국은 김주애의 동생에 대해서는 이처럼 출생 시기까지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신뢰할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 하지만 2010년에 태어났다면 더 많은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할 ‘장남’에 대해 김주애의 동생만큼도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2023년 2월 15일 권영세 당시 통일부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첫째 자녀가 아들이라는 설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권 장관은 “현재 김주애가 둘째로 알려져 있는데 (김정은의) 전체적인 자녀 구성과 관련해 기존에 알고 있던 부분과 다른 게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첫째가 아들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장관은 다시 2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주애 위로 장남이 있다는 설에 대해 “김정은의 첫째 부분에 대해서는 … 추측할 만한 정황들은 있었지만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공식적으로 저희들이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첫째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 지금 김주애라고 불리는 많이 다니는 그 딸 밑에 한 명이 더 있다. 그러나 그 성별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 위에 아들이 있는지 여부는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권 장관은 이어 “아들이 없고 딸만 둘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애 위에 장남이 있다는 명확한 정보는 없고, ‘첩보 수준’의 정황 증거만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런데 2023년 3월 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후에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기자들에게 “첫째가 아들이란 점에 대해서는 대북 정보기관을 포함해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첩보상 아들이 확실하다는 것을 외부 정보기관과 정보 공유 등을 통해 확신하고 있다”이라고 전달함으로써 김정은의 첫째가 아들이라는 설이 다시 힘을 받는 듯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당일 오후 늦게 서둘러 대변인실 명의로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 ‘김정은 첫째=아들’설이 확산되는 것을 진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정원 대변인실입니다]

“김정은 첫째 자녀”에 대한 금일 국정원 정보위 보고 인용 보도에 오해 소지가 있어 설명 드립니다. 일부 언론에서 “김정은 첫째가 아들이 확실하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과 관련, 국정원은 “김정은 첫째 자녀가 아들이라는 첩보가 있어 계속 확인 중에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보도에 참고 바랍니다.

관계 당국이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다른 ‘첩보’들도 갖고 있겠지만 썩 신뢰할만한 수준의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보당국이 자신의 과거 발표를 부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김주애가 김정은의 첫째 아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다 솔직하게 밝히는 용기가 필요할 시점이라고 본다.

리설주의 2010년 공개 활동 분석과 김주애의 출생 시기

북한의 대표적인 예술․예능 영재학교인 금성학원의 ‘별’이었던 리설주는 졸업 후 중국에서 성악을 공부한 후 귀국해 은하수관현악단에서 가수로 활동하다가 2009년에 김정은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하수관현악단에서 리설주는 가장 빼어난 미모를 가진 가수였다.

2009년 가을까지만 해도 김정일은 여러 악단의 합동공연에 주로 참석했는데, 2009년 말부터는 은하수관현악단이 단독으로 개최하는 음악회에 빈번히 참석하기 시작했다. 리설주가 김정은과 결혼하면서 그가 가수로 활동했던 은하수관현악단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리설주는 2010년 9월 개최된 은하수관현악단 음악회에서 ‘타오르라 우등불아’라는 노래를 불렀다. 은하수관현악단 9월 음악회는 수일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리설주는 이외에도 2010년 12월 31일 개최된 은하수관현악단 2011 신년경축음악회에서 ‘병사의 발자욱’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2011년 2월 5일 개최된 은하수 설명절음악회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등 가수로서의 활동을 지속했다. 리설주가 만약 2010년에 장남을 출산했으면 육아를 중단하고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리설주는 2012년 7월부터 김정은의 공개 활동에 자주 동행하다가 9월 9일 조선중앙TV 보도 이후 약 50일간 임신으로 인해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리설주는 같은 해 10월 29일 김정은과 함께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창립 60돌 기념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했는데, 이때 얼굴이 붓고 배가 많이 나와 임신 사실을 추정케 했다. 리설주는 이후 4.25국방체육단 사격선수들의 사격경기, 번개팀과 평양팀간의 여자배구경기를 관람했고, 12월 21일에는 인공위성 ‘광명성-3’호 2호기의 성공적 발사에 기여한 과학자 등을 위해 개최한 연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2013년 1월 1일 모란봉악단의 신년경축공연에 참석한 후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가 2월 16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을 계기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리설주의 이 같은 공개활동에 비추어볼 때 김주애는 2013년 1월경에 태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언론과 ‘나무위키’에서는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김주애가 2월 19일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유명 전직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이해 2월 말에 방북해 리설주를 직접 만나 김주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점에 비추어볼 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만약 리설주가 2월 19일에 김주애를 출산했다면 2월 말은 산후조리 때문에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가족을 직접 만난 많은 인사의 증언

1. 전직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에 이 시기에 딸이 태어났다는 사실은 데니스 로드먼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로드먼을 포함한 NBA 전·현직 선수 및 코치 13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2013년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로드맨은 같은 해 3월 18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일간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방북 기간 중 김정은 부부와 만찬을 나누는 동안 “리설주는 끊임없이 아름다운 딸(beautiful baby daughter)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로드먼은 2013년 9월 3일부터 7일까지 다시 방북해 김정은을 만났다. 그리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의 딸 주애(Ju-ae)를 안았고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씨(MS.Lee)와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과 나는 그의 가족과 함께 해변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며 “우리는 함께 식사했고, 술을 마셨으며, 북한과 미국이 역사적인 친선 농구경기를 하는 계획을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로드먼의 이때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의 딸 이름이 ‘주애’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외부 세계에 알려졌다.

로드먼은 김정은의 가족과 함께 해변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고 주애를 안았다고 밝혔는데, 만약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있다면 그도 함께 있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로드먼은 당시 김정은의 아들을 보지도 못했고, 그에 대해 들은 바도 전혀 없다.

2. 데니스 로드먼의 전 매니저 크리스 볼로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4차례(2013년 2차례, 2014년 1차례, 2017년 1차례) 방북해 김정은의 딸 주애를 안아본 전 매니저 크리스 볼로(Chris Volo)도 방북 기간 아들에 대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2023년 5월 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우리는 2013년 9월 초 원산 별장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을 포함한 가족들과 일주일 정도를 함께 보냈습니다. 당시 우리는 그의 딸을 안아보고, 그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준 첫 번째 사람들이었습니다. 딸은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기였습니다. 기어 다니지도 못할 만큼의 갓난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김 위원장의 아들과 관련한 어떤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3.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 절친 조아오 미카엘로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 단짝 친구였던 조아오 미카엘로도 2012년 7월과 2013년 4월 두 차례 북한에 초대돼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을 때 직접 딸에 관해서는 들었지만, 아들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현재 스위스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미카엘로는 2012년 북한에 처음 초대됐을 당시 김정은과 리설주를 만났고, 김정은으로부터 리설주가 임신한 사실을 직접 들었다. 그는 다음 해인 2013년 다시 방북했지만 리설주를 만나지 못했고, 김정은에게서 딸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김정은을 직접 만난 다른 서방의 한 인사도 자유아시아방송에 김 위원장이 딸 주애에 관해 자주 언급했지만 아들은 단 한 번도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4. 문재인 전 대통령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없다는 점은 2018년 4월 27일 그와 문재인 대통령 간의 판문점 도보다리에서의 대화 내용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된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에 발간된 회고록에서 김정은이 그에게 “나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한테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적고 있다. 만약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있거나 2017년생 자식이 아들이라면, 그는 “나도 딸이 있는데”가 아니라 “나도 아들이 있는데” 또는 “나도 자식이 있는데”라고 말했을 것이다.

2018년의 문-김 대화 내용을 보면 김주애의 2017년생 동생도 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김주애의 동생이 만약 아들이라면 김정은이 지금처럼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하고 후계수업을 시키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5. 김정일의 전 요리사 후지모토 켄지 등

1988년부터 1996년까지, 그리고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김정일의 스시 요리사로 북한에서 11년간 일했던 후지모토 겐지가 2016년에 다시 방북해 김정은을 만났지만, 그도 ‘김정은의 아들’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이야기가 들은 바 없다. 이외에도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없다는 보다 명확한 근거도 있다.

김정은이 ‘후계 내정자’의 조기 공개를 결정한 이유와 한국 정부의 과제
  
만약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있다면, 김정은의 가족이 데니스 로드먼 일행과 함께 해변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때 김주애만 보여주고 아들을 숨길 이유가 없다. 그리고 김정은이 그의 스위스 절친과 후지모토 겐지 등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에게까지 김주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아들의 존재에 대한 언급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

이제는 정부도 ‘불확실한 첩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신뢰할만한 수많은 정보와 근거들에 기초해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이 있다고 본 초기 평가의 오류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김주애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재평가할 시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북한은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사회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권력을 부자세습의 형태로 이양해온 사실상의 군주제 국가이다. 그런데 김정은에게 대를 이을 아들이 없다면, 김정은은 불가피하게 딸 중에서 자신의 권력을 맡길 신뢰할만한 후계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

문화적인 전통 때문에 북한의 간부와 주민들이 미래의 여성 최고지도자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은 김주애를 언론에 자주 노출시킴으로써 김주애가 미래에 그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김정은은 4대 권력세습에 대해 군부로부터 먼저 확고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김주애를 주로 군사 분야 현지지도에 대동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것인가라는 1차원적 논의를 넘어서서 그가 어떠한 자질과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보다 깊이 있는 분석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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