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청년들의 생활환경 바꿔야”

“저출산 문제, 청년들의 생활환경 바꿔야”

[이영광의 간(間)보기]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 동향 조사 출생·사망통계' 자료를 보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아이의 예상 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사실 저출산 문제는 최근 나온 건 아니다. 때문에 정부도 저출산 문제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 조언을 들어보고자 지난 9일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연구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0.78명, 충격적인 숫자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상림 제공)

-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 명으로 하락했다는 발표가 나와서 충격을 주었는데요. 출산율 저하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세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굉장히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이 숫자는 굉장히 충격적인 숫자입니다. 보통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국가들은 1.3에서 1.6 사이로 왔다 갔다 해요. 그리고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프랑스나 스웨덴 같은 나라는 2.0에 가깝게 다시 올라갔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계속 떨어졌거든요.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2016년부터 계속 떨어지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전쟁이나 경제 위기 등 특별한 이유가 없어요. 특별한 이유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하락하는 굉장히 문제가 있죠. 제가 본 바로 역사상으로 합계 출산율이 1.0 이하 기록이 있는 데가 아마 2010년에 대만이 그랬고요. 대공황 시절에 오스트리아 빈이라든가 유럽 대도시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요. 또 독일이 통일될 때 동독이 무너지면서 동독 지역에서 합계 출산율이 0.7대까지 떨어진 적은 있어요. 그런데 그건 예외적인 상황들이었어요, 근데 우리나라는 도시가 아니라 국가 전체로 1.0 밑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건 너무 심각한 일입니다.”

-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지금 청년들이 짝을 만나서 가족 꾸리는 걸 진행하기 굉장히 어려운 구조가 돼 있습니다. 우선 눈에 보이는 원인으로 일자리 문제 그다음에 주거 문제와 교육비 문제가 있어요. 일자리는 지금 좋은 일자리가 없을뿐더러 실업률로 잡히지 않는 플랫폼 노동이나 비정규직 비율이 너무 높아서 미래를 꿈꾸기 힘들고요. 주거비는 지금 청년들이 근로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그리고 교육비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대학 졸업하면서 많은 청년이 큰 빚을 지고 사회에 진출하고 있고요. 그리고 아이를 낳는다고 할지라도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서 그게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이러한 문제들이 있는데 이런 문제들은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들이거든요.”

- 주거비 언급하셨잖아요. 주거비는 지방과 수도권이 차이 있지 않나요?
“차이가 있긴 있죠. 그런데 대부분 수도권 얘기를 주로 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고요. 우리나라 청년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거든요. 또한 수도권이 아니다 할지라도 대도시의 경우 낮은 수준은 절대 아니잖아요. 중소도시 같은 경우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까 주거비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는데 거기는 또 일자리나 생활 여건이 받쳐주지 못해요. 그러니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가 그렇게 쉬운 구조는 아닌 거죠. 그리고 큰 문제는 요즘 서서히 지적되기 시작하는데 그러면 과연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가 나아지고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아이를 낳을 것 인가죠. 아닐 것 같거든요.”

- 왜요?
“예를 들어서 지금 좋은 직장과 집이 있는 친구들은 아이를 많이 낳냐면 아니잖아요. 요즘은 그런 문제까지도 심층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 지금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잖아요. 그것도 출산율 저하에 영향이 있을까요?
“1인 가구는 관계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 다른 식으로 볼 필요가 있죠. 지금 우리나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건 세 가지 축이 있어요. 하나는 사별한 노인분들이고요. 두 번째는 이혼이나 일자리 때문에 떨어져 살게 된 중년층, 세 번째로 미혼 상태인 청년들이거든요. 근데 중년층의 1인 가구는 아마 이혼 등으로 저출산의 직접적 영향이라고 보기 힘들고요. 또 하나 흥미로운 게 청년들이 미혼율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1인 가구가 굉장히 빨리 늘어나는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1인 가구도 늘어난 것도 맞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미혼 청년 수도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어요. 청년들이 독립을 못 하고 있다는 거죠.”

“저출산 예산, 허구 많아”

- 사실 저출산 문제는 최근 나온 문제는 아니잖아요. 정부도 여러 정책을 발표했고요. 하지만 효과가 없어요. 왜 정책이 먹히지 않을까요?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 저출산을 만들고 있는 전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들이에요. 그런데 이 구조적인 문제들을 이런 개별 사업들로 해결이 안 될 거예요. 예를 들면 주거비가 상승하면서 주는 부담을 상쇄할 정도로 지원해 주지도 못했어요. 또 한 가지는 저출산 정책에 대한 예산을 자세히 보면 허구가 굉장히 많습니다.”

- 허구요?
“저출산과 상관이 없는 예산이죠. 예를 들면 아이 예방 백신 접종, 급식비 지원 같은 것들은 또 저출산 정책으로 포함돼 있어요. 그러나 그게 직접적인 저출산은 아니잖아요. 또 한 가지는 또 주거비 대출 전세자금이라든가 내 집 마련 대출한 거 있잖아요. 그것도 저출산 예산으로 잡혀 있어요. 근데 그 돈은 돌려받잖아요. 왜 이렇게 됐냐면 정부에서 계속 출산율이 안 오르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니까  지원을 많이 한다는 식으로 부풀린 측면도 있어요.”

- 정부 방향이 잘못된 건가요?
“잘못됐다기보다 저출산이 생기는 원인을 처음에 잘못 이해했던 것 같아요. 미시적인 비용 문제만 도와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구조적인 문제가 더 심해지면서 저출산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인식 하는 거죠. 그런데 이 구조적인 문제는 사업들로 풀 수 없는데 공무원들은 어쩔 수 없이 사업으로만 해야 돼요. 그건 공무원들의 한계예요. 그래서 이걸 어떤 공무원이나 정부의 탓이라고 얘기하기보다도 이런 전체 기조의 문제를 끌고 가지 못한 정치권의 차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고요
또 하나는 자꾸 저도 ‘그래서 무엇을 하면 출산율이 오르겠습니까? 어떤 사업 하면 될까요’라고 질문하거든요. 그거 자체도 사업으로 접근하자는 얘기예요. 그리고 전문가들도 언론에 나와 정부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특단의 조치가 뭔지는 자기들도 몰라요. 결국은 사업을 만들라는 얘기예요.”

- 청년들의 생활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던데.
“맞죠. 우리가 저출산 문제를 아이 안 낳은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생애 과정 이행이 중단된 거에 대해서 봐야 될 것 같아요. 청년들이 때가 되면 부모님에게서 독립하고 짝을 만나 가정 꾸리고 아이 낳아 키우는 걸 모든 사람이 꼭 그래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선택이 계속 원활히 이루어져야지 사회가 유지되는데 외형적인 구조적 변화들 때문에 이게 멈춰버린 거예요. 이것이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에요. 아이를 낳기만 하세요. 정부가 키워주고’라는  없어요. 우리 사회가 같이 문제 해법을 찾아야 돼요.”

“우리 사회. 하나의 지향점만 가지고 살아”

-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인구 분산을 말씀하시더라고요. 무슨 말이냐면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어서 이들이 경쟁하니 출산하지 않는 거라는 건데.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건 한 3, 4년쯤에 조영태 교수와 고우림 박사가 먼저 얘기한 거예요. 저도 동의하고요. 저출산이 수도권 집중 문제라고 하는데 이것도 두 가지 층위가 있어요. 하나는 수도권에 모이면서 생활 비용이 많이 들고 또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다 좋은 직장을 갖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서 수도권은 출산율이 떨어지고 지방은 지방대로 쇠퇴하는 게 하나 있죠. 근데 조영태 교수가 처음 얘기했을 때 맥락은 그보다 훨씬 더 심층적인 거예요. 이건 꼭 수도권에 모여서 밀도 경쟁이 높아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하나의 지향점만 가지고 살아요.”

- 무슨 말이에요?
“우리가 서울에 성공한 사람의 모델이 있잖아요. 서울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 어느 아파트를 살고 어느 정도의 소비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기준이 돼버린 거예요. 한 가지 기준에 모든 사람이 다 몰려버리면 경쟁도 높아지고 자원이 부족하게 되겠죠. 근데 그게 아니라 만약에 부산의 삶도 괜찮고 중소도시의 삶도 그럭저럭 괜찮아서 살 만한 환경이라고 하면 자원에 대한 경쟁도가 훨씬 더 낮아지겠죠. 그런 차원을 담고 있는 얘기였는데 이게 점점 표면적인 내용으로만 가면서 ‘지방에는 먹이가 없어서 서울에 왔더니 둥지가 없기 때문에 애를 못 낳는다’란 소리 하는데 이건 굉장히 단편적으로 이해한 거예요.
사실 수도권 집중이라는 게 왜 생겼냐면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발전해 온 경로를 보여주는 거거든요. 특히 IMF 이후 지방에 있는 중견기업들이 다 무너졌어요. 그러면서 이게 더 극심해졌거든요. 우리가 선택한 발전의 경로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들이 청년 세대에 응축돼서 나타나고 있는 거라고 봐야 돼요. 그래서 단순히 인구 밀도의 얘기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심층적인 얘기가 그 뒤에 숨어 있고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응축돼 있는 걸 보여주는 지표로써 수도권 집중을 얘기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 연구위원님은 우리 사회가 하나의 지향점만 가지고 산다고 하셨잖아요. 외국 사람들도 성공하고 싶은 건 똑같을 텐데 외국은 안 그런가요?
“외국은 다른 것 같아요. 우리는 지역마다 레벨이 다른 거거든요. 지역의 차이는 발전의 정도예요. 그런데 외국을 가보면 도시의 차이는 발전의 정도도 있겠지만 색깔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이건 문화나 삶의 방식이 다른 거고요. 외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성공을 위해서 뛰어다니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는 성공 안 하면 패배자가 돼버리잖아요.”

- 왜 우리는 성공만을 목표로 할까요?
“IMF 90년대 이후로 삶의 방향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우리는 중산층이 IMF 때 무너지고 우리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우리가 중요하게 믿어야 될 가치들이 굉장히 크게 훼손된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 우리 사회가 그런 지향이 있었기도 했는데 특히 2000년대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여러 가지 경제적 여건들이 악화가 있으면서 이런 일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청년들 좀 더 안정된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면 출산율 오를 것”

-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이건 짧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우리가 발전하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면서 자기 삶의 생애 과정을 이행하게 하는 거 그리고 가족들과 우리가 버렸던 가족의 가치라든가 우리 삶의 친밀성, 삶의 여유 같은 것을 찾는다는 과정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은 훨씬 더 오래 걸릴 거예요. 지금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그런 과정을 해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저출산 정책이 몇몇 사업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기조를 만들고 그런 것들을 위해서 사회적 타협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그럼, 출산율이 올라갈 수도 있을까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청년들이 좀 더 안정된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된다면 출산율은 오르겠죠. 그러니까 지금 우리의 목표는 출산율을 올리는 게 아니라 청년이 멈췄던 생애 과정 이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게 우리의 정책의 우리 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과제라고 생각해요.”

- 그럼, 목표 자체를 바꿔야 하겠네요?
“그렇죠. 실제로 저출산의 극복에 성공한 나라들은 사회를 재구조하는 데 성공한 나라들이에요. 이걸 몇 가지 지원으로만 한정 지어서는 안 되고요. 그래서 제가 이걸 국정 기조의 문제로 끌어올려야 된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이건 우리가 어떤 선택 하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냐에 달린 것 같아요. 지금은 쉽지 않고 저출산 문제를 너무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전문가들도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어둡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저출산이라든가 청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거든요. 실제로 어떤 실행을 하게 될지 이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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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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