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 상당히 공포스러워 ”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 상당히 공포스러워 ”

[이영광의 간(間)보기] 김영선 노동 시간센터 연구위원

윤석열 정권과 노동계의 갈등이 지속될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노동 개혁을 들고나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 120시간 노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 강경 진압 후 지지율이 오르자 더 강하게 밀어붙일 생각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노동 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주 52시간제의 유연화다. 즉 1년 총 노동 시간은 같지만 주 최대 69시간 노동하고 몰아서 쉬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에 대해 조언을 구해보고자 지난 22일 <존버씨의 죽음> 저자이기도 한 김영선 노동 시간센터 연구위원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연구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정부, 노동을 도장깨기 하는  것 같은 인상 강해”

김영선 노동 시간센터 연구위원(김영선 제공)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 개혁을 주장하는 데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개혁이라는 말이 주는 신선함과 변화에 대한 기대들이 있죠. 그리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혁을 표방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데요. 그 개혁이라는 이름을 곰곰이 뜯어보면 상당히 시장 중심, 기업 중심, 경제 중심, 자본 친화적인 개혁이 아닌가 합니다. 역으로 말해 노동에 희생을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요. 그러나 윤석열 정부 포함해 기존 정치권에서 문제로 삼았던 특정 집단 타깃 삼아 강하게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의 개혁들인 것 같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화물연대 파업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가 도장깨기 하러  다니는 식으로 특정 집단에 강한 희생을 요구하는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말의 모습은 노동 개혁이지만, 노동을 도장깨기하는 건 아니냐는 인상이 상당히 강합니다.”

- 노동 개혁이 필요한 건 맞나요?
“개혁도 누구와 함께 어떤 가치를 갖고 어느 방향으로 어떤 목표를 세우냐에 따라 개혁의 과정이나 결이 많이 달라질 텐데요. 현재의 노동 개혁은 노동과 대화를 하거나 함께 머리 맞대고 의견 나누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죠. 기후 위기 등 새로운 시대에 노동이 개혁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하고 개혁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죠, 그런데, 개혁의 지점이나 방향, 그리고 그 방식이 특정 집단의 목소리만을 담는 것 같고 다른 집단은 거의 배제하고 공격하고 차별하는 방식이죠,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이 개혁을 표방하지만, 상당히 분열적이고 갈라치기 하는 거라서 공포적으로 보입니다.”

-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을 반노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노동 개혁 의미가 기업 친화적이라고 말씀을 드렸듯이, 반노동 성격이 없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화물연대와의 6월 합의도 이행하지 않고 대화도 안 하고 이제는 거의 엄포식으로 대응하고 있고요. 백기 투항이라며 전투에서 승리한 것처럼 묘사하는데, 노동자들은 대화의 상대이지 전투의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전쟁 용어 써가면서까지 상대를 대하는 거 보면 노동에 대해 협상자나 대화자가 아니라 적군인 것처럼 여기는 모습들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기존에 당선 이전부터 보인 120시간 발언도 그렇고 어떤 노동자의 사고가 났는데 그 사고에 대해 현장의 전반적인 상황 고려해 말하는 게 아니라 그 노동자가 운전 잘못했다는 식으로 문제를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식의 관점들이 보였는데요. 이렇듯 그 전조들이 앞서 말한 반노동적인 조치들이 ‘법과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강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문수, 대화 또는 이해관계 조율하는 모습 기대하기 어려워”

- 10월에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김문수 전 도지사가 임명되어 논란이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일단 경사노위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대화’할 수 있게 중재해 그 이해관계에 대해 ‘조율’하도록 힘쓰는 자리임을 감안해 볼 때, 특정한 정치적 의견 강하게 내왔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이기에, 건강한 대화와 조율 이끌어 내는 데 방해가 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 같기에 대화 중재자 역할 하는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금번 화물연대 위원장이 추운 겨울 며칠째 이어 가는 단식농성에 들러 애로사항이나 고충, 요구를 들으려 하기보다는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한 단식에 대해 ‘나도 단식을 많이 해봐서 아는데’라며 식사하며 농성하라는 발언 내놓는가 하면 당정 합의를 지켜달라고만 반복할 뿐이었죠. 이처럼 대화하거나 이해관계 조율하는 주관장으로서의 면모 기대하기 어려웠고 실망스러움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상황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 윤석열 정부 들어서 노동자 파업이 세 번 있었어요. 화물연대 파업 두 번과 대우조선 해양 파업 한 번인데 진압 과정은 어떻게 보셨어요?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법과 원칙이라는 이름 아래 특정 집단을 타깃 삼아서 뭔가 본때 보여주려고 하는 방식인 것 같기도 하고요. 여기서의 본때 효과가 대우조선해양이나 화물연대라는 특정 사업장이나 업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전반에 영향을 가하는 것 같고 결국 움츠러들어 눈치 보게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이야 엄포가 뭔가를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겠지만, 참으로 구태의연한 낡은 방식일 것이고요. 그리고 노동을 대화의 상대라기보다는 대결의 상대로 보기 때문에 백기 투항이란 표현들에서 나타나듯 전투에서 승리한 것처럼 여기는 모양입니다.”

- 근데 여름과 지금 파업 진압하는 게 다르지 않나요?
“지난여름 파업에서의 정부 대응은 그래도 대화와 조정의 여지를 두는 나름의 합의가 있었는데요. 그 합의 이행하지 않고 계속 지연하고 민생경제특위라고 해서 회의를 열겠다고 했죠. 그러나 그것도 빈도나 회의 시간이 매우 부족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강공으로 나가는 것은 10.29 참사가 어떻게든 연계돼서 해석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말해, 10.29 참사에 대한 국면 전환의 방식으로서 화물연대 파업에 엄포식으로 대응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이게 최근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져서인지 이걸 성공의 맛이라고 여기는 듯 싶습니다. 오늘(22일) 자인가요. 건설노조를 막가파식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또 노조를 부패 집단이라고도 규정하면서 척결해야 된다고 말하는 흐름이 화물연대 파업의 엄포 효과와 이어지는 건 아닌가 합니다.”

- 정부가 노조 통장 들여다본다는 것 같은데 이게 가능한가요?
“이게 방금 말씀드렸던 노동 도장 깨기의 새로운 버전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으로 파업 무력화하고 건설노조를 막가파로 규정했고 그다음에 노조를 부패집단의 선상에 올려놓고 부패 척결을 위한 방식으로 회계 투명성 본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 통장 들여다보기 조치가 사용되는 것 같아요. 이게 저도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노조 부패 척결의 한 방식으로 회계감사 조치 통해 개입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는 특정 집단을 타깃 하는 이전의 방식과 다른 것 같고, 노동 전반을 언제나 문제 삼을 수 있는 방식이란 점에서 그 엄포 효과가 더욱 넓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 69시간제, 위법을 합법으로 포장한 것”

- 이거 중국이냐 하는 짓 아닌가요?
“만약 부패가 어떤 사건으로 드러나면 그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서 여러 방식 중 은행 계좌를 보겠다는 건 가능할 텐데요. 부패 척결하기 위해서 통장 본다는 것은 노조를 준범죄자처럼 여기는 것이지 않냐 싶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바로 미래에 살인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는 걸 예측해 그 사람 처벌하는 것의 딜레마를 다루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범죄 유발한 사건이 아님에도 부패 척결이라는 이름으로 통장 들여다본다는 것은 노조를 준범죄자화 취급하는 것이고 이런 접근은 특정 집단/조직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공안 통치의 한 면이라 보입니다.”

- 노동 개혁 중 중요한 게 52시간 근무제인 것 같아요. 정부는 연간 종 노동 시간은 유지한 채로 주 단위 노동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주간 최대 69시간까지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건데.
“오랜 (논의) 과정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주52시간제 유연화하는 조치를 미래 노동 시장연구회 이름으로 발표했습니다. 여러 내용 중 연장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 분기 단위, 반기 단위, 연 단위로 바꾼다는 것이 핵심이죠, 그래서 주 69시간이 가능해진다고 하죠. 이것도 하루 11시간 반 노동을 6일 이어서 하는 경우 말하는데, 이게 하루 휴게시간 1시간 반 뺀 거더라고요. 그런데 휴게시간도 사실 회사에 묶여 있는 시간이잖아요. 그리고 출퇴근하는 데 평균 1시간 반 정도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하루 11시간 반 노동에, 휴게시간 1시간 반 그리고 출퇴근 시간 1시간 24분 정도 합하면, 하루 14시간 24분이 일에 엮이거나 묶이는 삶으로 되는 거예요. 이걸 만약 3개월 단위로 연장근로 한다고 하면, 하루 14시간 반가량 일에 묶여서 주 69시간 노동 라이프를 4주 연속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미래 노동 시장연구회 발표에서는 ‘이런 경우가 예외 또는 그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것은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일터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하냐 싶을 정도의 예외들이 넘쳐나고 있고요. 혹자는 이를 위법 천지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런 위법 천지의 여지가 더 늘어나는 것이고 이런 위법 천지의 상태가 합법인 것처럼 포장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되죠.”

- 그러나 우리나라는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 아닌가요?
“우리가 주 40시간제 주 5일제라고 얘기하지만, 그 40시간제는 법상의 기준으로만인데요. 법정 기준이 일터 현실에서 잘 지켜지는 사회가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일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은) 법상의 주 40시간이 아니라 변칙적으로 주52시간제로 운용되고 있는데, 이걸 더 늘려서 주 69시간으로 간다는 건 법과 원칙과도 멀어지는 것이고 세계적인 흐름과도 역행하는 것이죠. 그간 주52시간제를 거치면서 쌓아온 워라밸의 가치나 삶의 질에 대한 요구 등의 사회적 가치들이 쌓아서 만든 역사를 뒤엎는 것이고 워라벨에 대한 추구 열망들과도 완전히 뒤로 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 정부는 강제로 하는 게 아니라 노사가 합의해서 하도록 하겠다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적을 뿐만 아니라 갑을 관계에서 사측이 어떤 식으로든 압박해서 합의하도록 할 수 있지 않나요?
“노조 조직률이 10%~15%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나머지 다수를 차지하는 사업장의 경우 노사 합의라고 하는 말이 얼마나 노동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는 허울뿐인 발언인 것 같고요. 최근 강공 대응하는 정부의 기조 속에서 실제 현장에서는 위법에 대한 죄책감을 덜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측이 더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하는 것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느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런 가운데 노사 합의라는 말의 의미가 상당히 왜곡되기 쉽겠죠.”

“노동 시간, 소비 집약적인 라이프 스타일과 연결돼 있어”

- 선진국 같은 경우 주당 노동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많은 선진국이 대략 말씀드리면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고요, 연장근로 상한이 다 있긴 있습니다만 미래연의 권고안보다 길지는 않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해외에 시간 규정이 하루 단위 8시간이나 주 단위 40시간이라고 하는 기준선, 상한선이 있는데, 더 중요한 점은 법 제도가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작동을 하는 사회란 점인 것 같습니다. 그게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사회의 모습 아니겠나 싶습니다.”

- 노동 시간과 건강의 관계가 얼마나 있나요?
“우리가 노동시간을 건강 차원에서 많이 다루죠. 노동시간이 길면 신체 건강에 많은 부정적 영향 미친다는 보고가 정말 수도 없이 많을 정도인데요. 여러 사례 중 하나로 과로사가 하루 한 명꼴인 한 해 3~400명 정도이고 산재 신청이 6~700명 정도인데, 신청조차 못 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천 단위까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과로가 뇌심 질환을 포함해서 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부정적이고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신체 건강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사람을 마모시키고 소진시키는 지점이 있고 냉소에 휩싸이게 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는 것이고 그 부정적 영향들이 계량화할 수 없지만 심각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인 3~4년 차만 지나면 다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표현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또 길게 일하기 때문에 자유 시간이나 사회관계 시간, 가족 시간 그런 것들을 박탈시켜버리는 중요한 지점이 되는 거죠. 그래서 관계 차원에서도 당연히 장시간 노동은 안 좋은 것이고 과로와 장시간 노동하는 집단의 소비 패턴이 굉장히 상품 집약적이고 소비적이죠. 그러니까 퇴근 후 적은 시간에 뭔가 빨리빨리 뭔가를 해야 되니까 음식 만들어 먹는 게 아니라 배달시켜 먹는다든가 맛집 소비한다든가 그런 소비 집약적인 라이프와 연결되어 있다고 해석합니다.
더 넓게는 지구적 관점에서도 상품 집약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또 반환경적이잖아요. 플라스틱을 엄청나게 유발하고 뭐 한 번 배달시켜 먹으면 플라스틱이 상당하지 않습니까. 이런 플라스틱 유발 라이프를 조장하는 사회가 과로 사회라고 생각해요. 현재 기후 위기 때문에 탈탄소, 탄소 제로 패러다임으로 가야된다고 얘기하는데 장시간 노동 사회는 플라스틱 유발하는 라이프를 조장하고 69시간제는 탄소 제로 패러다임과도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럼, 노동문제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세요?
“현재의 강공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요. 법과 원칙을 앞세우면서 엄포하고 위축시키고 뭐가 도려내기식이고 도장깨기 하려는  조치들이 계속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응이 필요할 텐데 정말 어려운 부분이죠. 이런 막무가내식 꼼수들에 대응하는 방식은 고민이 되는데 정공법으로 가야되지 않냐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하나 다시 더 사회적 대화를 시도하고 현장의 고통을 더 많이 찬찬히 잘 드러내면서 사회적으로 설득하는 힘 발휘해야 할 것 같아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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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3830@hanmail.net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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