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2일 (3)
저스틴 민 “미국서 한국 콘텐츠 인기… 이제야 알아주네요” [쿠키인터뷰]

저스틴 민 “미국서 한국 콘텐츠 인기… 이제야 알아주네요” [쿠키인터뷰]

승인 2022-04-30 19:24:10 수정 2022-04-30 19: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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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저스틴 민. 에코글로벌그룹

양(저스틴 민)은 단순한 안드로이드가 아니다. 제이크(콜린 퍼렐) 가족에게 양은 뛰어난 인공지능 로봇을 넘어 안정과 위로를 주는 중요한 존재다. 양이 작동을 멈춘 후 존재감은 더 커진다. 양이 남긴 기억은 제이크 가족이 지나온 시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반추하게 한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을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은 처음부터 양 역할로 저스틴 민을 점지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저스틴 민은 아시아계 청년의 모습을 한 양을 로봇과 인간의 경계에서 연기했다. 29일 오후 전주 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저스틴 민은 2세대 재미교포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한국에 오는 건 굉장히 쉬운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애프터 양’ 대본을 비행기에서 읽고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코고나다 감독과 처음 만나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출연을 결정했다.

“양은 늘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캐릭터예요. 영화를 보면 양이 오빠, 혹은 베이비시터로서 주어진 의무를 즐겁게 수행했다는 걸 알 수 있죠. 어떻게 보면 하인 같은 존재일 수 있어요. 하지만 어려워 보이는 일도 기쁜 마음으로 수행하는 양의 모습에 감동했어요. 세탁소를 운영하신 저희 부모님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코고나다 감독님과는 아시안계 미국인이란 정체성과 삶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어요. 스토리텔링에서 침묵이 갖는 의미에 관해 대화한 순간도 기억에 남아요.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침묵엔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이 있고 매우 큰 소리를 낸다고 생각하거든요. 침묵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면 감정의 빈 곳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영화 ‘애프터 양’ 스틸컷

양이 제이크 가족 구성원과 각각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고민하는 건 저스틴 민의 숙제였다. 그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장면들을 상상했다. 아마 가족들이 서로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양에겐 털어놓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양은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지만 일부러 로봇으로 보이도록 연기하진 않았다.

“로봇으로서 특정 행동을 하거나 로봇 같은 면을 보여줘야 한다고 의식하진 않았어요. 감독님과 전 양이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어떤 장면은 인간적으로 연기하고, 어떤 장면은 로봇처럼 보여주기도 했어요. 로봇으로서 뭘 해야겠다는 것보다 양이 이렇게 행동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연기했습니다. 감독님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간을 들여서 원하는 만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줬어요. 뛰어난 배우들과 연기하는 것도 저를 편하게 만들어줬고요.”

저스틴 민은 취재진이 한국어 질문을 듣고 통역 없이 이해한 후 영어로 답했다. 부모님들도 집에서 그에게 한국어로 말할 정도로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는 편이다. 어린 시절에도 인구의 70%가 아시아인인 동네에서 자라 한국인들의 문화에 익숙한 편이다. 그와 같은 한국계 미국인과 ‘애프터 양’을 작업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함을 느꼈다”고 했다.

배우 저스틴 민. 에코글로벌그룹

“아버지가 필라델피아에서 석사 공부를 하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셨어요. 이후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셨죠. 사실 전 대학에서 정치과학과 영어를 전공했어요. 변호사나 기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해보니 제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어요. 뭘 해야 하나 집에서 고민하면서 슬퍼했던 시기였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차분히 생각하면서 배우는 어떨까 생각하던 차에 광고 캐스팅을 한다는 얘길 듣고 오디션을 봤어요. 해봤자 손해 볼 거 없다는 가벼운 마음이었죠. 이후에도 순탄치 않고 힘든 여정이었어요. 지금은 그 과정 하나하나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스틴 민은 미국에서 K팝과 한국작품의 인기를 실감한다. 한국 콘텐츠뿐 아니라 한국 문화와 한국인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다. 그 역시 한국 문화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한국작품을 보려고 한다.

“미국에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폭발적이에요. 5~6년 전만 해도 누군가를 만나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김치 좋아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러면 ‘김치 좋지’하고 끝이었죠. 지금은 제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을 너무 좋아한다면서 많은 관심 보여요. 좋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워요. 한국 콘텐츠는 항상 뛰어났는데, 이제야 몇 개만 보고 알아주는 거잖아요. 저도 한국에서 한국 스태프와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동경하고 좋아하는 감독님들이 너무 많거든요.”

전주=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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