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흠모하는 마음을 담아 박막례 할머니의 SNS 게시글에 하트를 눌렀다. 불현듯 나이 드는 게 무서워졌다. 이 하트를 누른 사람들 가운데 박막례 할머니의 동년배는 몇이나 될까. 윤여정 배우의 또래 여성들에게 해외 시상식 소식을 접하고 즐거워할 기회가 주어졌나. 내가 70세를 넘긴 후에도 적당히 바쁘고 즐겁게 지낼 확률은 높지 않다는 비관이 엄습했다.
통계에 따르면 평범한 사람들의 절반은 가난한 노년기를 맞는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OECD 평균(13.5%)의 2배를 훌쩍 넘긴 43.8%다. 그중에서도 여성 노인의 상황은 심각하다. 남성보다 국민연금 가입 인원이 적고, 수급 금액도 낮다.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노년기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여성이 더 많다.
돈은 차치하더라도, 재미없이 살게 될 위험이 크다는 점이 공포다. 청년들은 노인들의 문화를 거리낌 없이 즐긴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를 만들고 전통시장으로 먹방 투어를 간다. 중장년층의 말투를 흉내내고 어르신 컴퓨터교실에서 탄생한 이미지를 밈(meme)으로 활용한다. 반면 노인들은 청년의 오락거리를 공유받지 못한다. 극장, PC방, 전시회에서 70세 이상 노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70세 이상 노인의 스마트폰 보유율, 인터넷 이용률은 모두 30%대에 그친다.
무인 계산기 앞에서 당황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아무리 자주 목격해도 그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요새 초등학생들은 컴퓨터 시간에 코딩을 배우고, 논술 시간에 가상화폐 주제로 토의한다. 30년 뒤에는 나도 번쩍이는 신개념 기계 앞에서 삐거덕거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세상 사람들이 어떤 재미있는 일들을 즐기고 있는지 깜깜 모르고 살게 될 수도 있겠다.
돌이켜 보면 나는 노인의 생활에서 재미를 지우는 데 일조했다. 언젠가 할머니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을 “그냥 누렁이”라고 설명했다. 할머니가 내 물통에 그려진 라이언을 보고 “얘는 뭐야?”라고 물으셨다. 할머니는 청력이 나쁘고, 카카오톡이 뭔지 모르니까 간단한 대답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말과 기계적 친절에 둘러싸인 삶을 즐길 사람은 없다. 먼 미래에 손주가 내 앞에서만 친절한 단답형 기계처럼 군다면 얼마나 슬플까.
라이언이 누군지 궁금해하는 어르신을 다시 마주칠 때를 대비해 모범 답안을 외워 다닌다. ‘얘는 갈기가 없는 수사자인데요. 둥둥섬 왕자인데 왕위 계승엔 관심이 없었고, 바깥세상이 궁금해서 섬에서 탈출했어요. 생긴 것처럼 성격도 둥글둥글하고 온순하대요.’ 노인도 청년의 문화 속을 드나들며 재미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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