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5일 (5)
지선 끝…금융공공기관 ‘탈서울론’ 다시 불붙나

지선 끝…금융공공기관 ‘탈서울론’ 다시 불붙나

승인 2026-06-04 17:53:30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리면서 금융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균형발전 기조와 선거 공약에 따라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이 조만간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대구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가 당선되면서 ‘IBK기업은행 대구 이전’ 공약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추 당선인은 기업은행 이전을 단순한 기관 이전이 아닌 ‘금융·산업 생태계 혁신’으로 규정하며, 대구 혁신도시에 위치한 신용보증기금과의 연계를 통한 정책금융 시너지 창출을 강조해 왔다.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역시 유사한 공약을 제시했던 만큼,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초당적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당국 이전 시나리오 역시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위는 외교부·통일부·국방부·법무부 등과 함께 서울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정부의 균형발전 기조 속에서 이전 압박이 상대적으로 큰 기관으로 꼽힌다. 금융위가 세종으로 옮겨질 경우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전반의 재배치 논의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사전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대통령실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와 함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각 부처로부터 산하 기관의 이전 가능성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지방 분권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히며 정책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다만 실제 이전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국책은행과 금융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법적·물리적 장벽과 노사 갈등에 막혀 공전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법 개정이다. 중소기업은행법은 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은 금융감독원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돼 있어 주요 금융기관 이전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 손질이 필수적이다.

노동계의 거센 반발과 이에 따른 인력 이탈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규정하며, 공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과거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노사 갈등과 인력 이탈이 현실화됐던 전례도 부담이다.
 
금융권 내에서는 업무 실효성과 효율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사, 대형 로펌·회계법인 등 핵심 네트워크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본점만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정책금융의 현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당시 150여 개 기관이 혁신도시로 이전했지만, 일부 혁신도시는 상가 공실률이 40%에 달하는 등 정주 여건 부족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역 경제 활성화 인구 분산 효과는 미미한 채 ‘주중 지방·주말 수도권’이라는 이중 생활만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산업 발전이나 국책은행 고유 기능보다 지역 정치 논리가 앞서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또 한 번의 ‘실패한 이전’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점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금융 기능이나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정주 여건과 산업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을 서두르면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인력 이탈이 커지고, 결국 조직 경쟁력만 떨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 경쟁력 저하와 소모적인 노사 갈등을 막으려면 구체적인 보완책을 정부와 당선인이 먼저 제시해야 한다”며 “사전 설명과 협의 과정 없이 속도전만 벌이면 현장 반발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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