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회장은 29일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의 사퇴 예고는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대표팀 지원과 대회 집중을 강조했지만, 배경에는 오랜 기간 누적된 협회 운영에 관한 불신이 있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논란, 징계 축구인 사면 파동,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논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와 법원 판결까지 여러 사안이 맞물렸다.
정 회장은 2013년 축구협회장에 처음 올랐다. 이후 무려 네 차례 회장직을 맡으며 한국 축구 행정의 중심에 섰다. 재임 기간 남자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 꾸준히 갔고, 연령별 대표팀도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냈다. 천안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건립도 정 회장 체제에서 추진된 대표 사업이었다. 정 회장은 축구계 내부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2월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유효투표 182표 중 156표를 얻어 85.7%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 내부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압도적 재신임이었다.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가장 큰 분기점은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경질, 이후 홍명보 감독 선임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절차와 소통 모두에서 비판을 받았다. 대표팀 감독 선임이라는 축구협회의 핵심 업무가 흔들리면서 팬들의 불신도 커졌다.
팬들은 축구협회의 잘못된 행태에 등을 돌렸다. 홍 감독 부임 후 첫 홈경기였던 2024년 9월 팔레스타인전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5만9579명이 입장했다. 그러나 2025년 6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쿠웨이트전 관중은 4만1911명에 그쳤다. 같은해 10월 상대 이름값이 컸던 브라질전은 6만3237명으로 흥행했지만, 나흘 뒤 파라과이전 관중은 2만2206명까지 떨어졌다. 2008년 9월 요르단전(1만6537명) 이후 17년 만의 최소 관중이었다.
결국 홍 감독 선임 과정은 문체부 감사의 주요 대상이 됐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국가대표 감독 선임 절차를 부적정하게 운영했다고 봤다. 감독 추천과 면접, 이사회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취지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 역시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협회가 대표팀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을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장기 인프라를 위한 핵심 사업이었지만, 문체부는 보조금 관리가 부적정했다고 판단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사면, 보조금 문제까지 협회 행정 전반이 감사 대상에 올랐다.
문체부는 지난해 축구협회 특정감사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정 회장 등 관련자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축구협회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 판단은 문체부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문체부의 감사 범위와 징계 요구가 적법하고, 사안별 조치 요구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문체부는 1심 판결 이후 축구협회에 감사 조치 요구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집행정지 효력이 소멸되면 협회는 정 회장을 포함한 관련 임직원 징계의결 요구와 제도개선·시정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협회 차원에서 항소에 나섰지만, 정 회장으로서는 법적·행정적 압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월드컵도 사퇴 시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협회장 거취와 문체부 감사, 항소 문제가 계속 전면에 놓이면 대표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이 즉각 사퇴가 아닌 ‘월드컵 이후 사퇴’를 택한 것도 대표팀 지원 명분을 남기면서 대회 이후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정 회장은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 번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정몽규의 13년은 끝날 예정이다. 이제 공은 협회로 넘어간다. 정몽규 체제 이후 대한축구협회가 가장 먼저 마주할 과제는 대표팀 성적만큼이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