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에서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 보험사의 핵심 의사결정 영역까지 AI가 들어간 사례는 아직 드물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보험사 AI 활용은 문서 작성·업무 보조·반복 업무 자동화 등 이른바 ‘솔루션형 AI’에 집중돼 있고, 데이터를 학습해 전략과 판단까지 수행하는 ‘의사결정 AI’는 규제와 인프라 한계에 막혀 있다는 설명이다.
서동훈 AIA생명 테크놀로지본부장은 28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보험산업의 AI 활용에 따른 기회와 위협’ 세미나에서 “현재 보험사들이 AI를 많이 도입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솔루션 베이스 도입”이라며 “실제 금융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결정 AI는 현장에서 거의 도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업계 AI 활용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가장 빠르게 확산 중인 분야는 코파일럿(Copilot) 기반 AI 어시스턴트다. 문서 작성, 일정 관리, 메일 요약 등 사무 업무를 보조하는 방식이다. 반복 업무 자동화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AI로 자동화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인력 부담을 줄이는 형태다.
반면 ‘의사결정 AI’는 도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순히 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모델을 찾는 수준을 넘어, 변화하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흐름을 읽고 전략까지 도출하는 AI를 뜻한다. 서 본부장은 “앞의 두 가지는 비즈니스 케이스가 명확하다”며 “어떤 업무를 자동화하고 어느 정도 효율을 얻는지가 보이기 때문에 도입이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의사결정 AI는 최고경영자(CEO)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고, 실제 구축 과정에서도 금융권 특유의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제약으로 규제를 꼽았다. 보험사가 AI 기반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클라우드 전환과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감독당국 승인과 데이터 안정성 검증, 클라우드 이용 보고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 본부장은 “현재 온프레미스(On-Premise) 환경에 있는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려면 굉장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규제 준수 문제뿐 아니라 클라우드 자체도 결코 저렴한 시스템이 아니다”고 말했다.
데이터 품질 관리 문제도 핵심 과제로 언급됐다. 그는 “데이터는 한 번 구축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변한다”며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끊임없이 데이터를 정제해야 하는데, 금융사 입장에서는 투입되는 노력 대비 효익이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는 유스케이스, 글로벌은 플랫폼…보험사 AI 전략의 차이
국내 보험사와 글로벌 보험사의 접근 방식 차이도 강조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개별 AI 솔루션과 유스케이스 중심으로 접근하는 반면, 글로벌 보험사들은 클라우드·데이터 플랫폼·AI 거버넌스 체계를 먼저 구축한 뒤 AI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AIA는 데이터 품질을 관리하는 ‘데이터 카운슬(Data Council)’과 AI 리스크를 통제하는 ‘AI 카운슬(AI Council)’ 체계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요 데이터를 지정해 품질 지표(DQ)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AI 편향성·개인정보 유출·할루시네이션·법규 위반 여부 등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이다. 서 본부장은 “AI는 계속 학습하며 변화하는 툴이기 때문에 한 번 점검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분기마다 KPI 변화나 정확도 저하 여부 등을 리뷰하고 공유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차원의 AI 공동 활용 구조도 소개했다. 각 국가 법인이 AI 유스케이스를 제출하면 그룹 차원에서 검토한 뒤 다른 국가에도 공유하는 방식이다. 다만 한국은 망분리 규제 등으로 외부 AI 활용이 제한돼 있어 적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AIA는 AI 기반 코드 생성(Code Generation·코드젠) 시스템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 개발 요구사항과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요구사항 정의서와 기술 문서, 소스코드, 테스트 케이스까지 자동 생성하고 테스트 수행과 운영 이관까지 지원하는 구조다.
그는 “기존에는 사용자가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개발자가 코드를 만든 뒤 테스트와 운영 이관까지 여러 단계의 사람 개입이 필요했다”며 “현재는 AI가 요구사항 템플릿 생성부터 테스트 케이스 작성, 테스트 수행, 이관 작업까지 상당 부분 자동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크 스타트업에서는 AI끼리 서로 코드를 비판·개선하며 품질까지 높이는 구조도 이미 활용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보험사는 규제 때문에 이런 기술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 본부장은 정책적 지원 필요성도 제기했다. 우선 망분리와 샌드박스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중소형 보험사들이 자유롭게 AI를 시험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 형태의 안전한 실험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AI가 실제로 동작하는지 테스트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안전한 테스트 공간을 마련해 금융사들이 자유롭게 실험해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권 공동 AI 솔루션 제공 체계 필요성도 언급했다. GPU 서버 발열과 인프라 한계 등으로 자체 구축이 어려운 보험사들을 위해, 공용 AI 보안·개발 솔루션을 안전한 환경에서 제공하고 사용량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 본부장은 “클로드 코드(Claude Code) 같은 AI 개발 도구도 현재 보험사에서는 사실상 활용하기 어렵다”며 “공동 AI 인프라와 보안 솔루션을 안전하게 제공하는 구조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