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한국전력은 전국에서 추출한 전력망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 전력망 수요 분석 모델을 AI 기반으로 전면 개선하고, 올해 준공된 신태백·신양양 변전소의 첨단 전력설비(STATCOM) 운영 방식을 최적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수요 분석 모델 개선을 통해 연간 약 600억원, STATCOM 설비 최적화를 통해 연간 약 500억원의 전력구입비를 추가 절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운영 혁신의 핵심은 실제 고장 빅데이터 기반의 ‘복합 비선형 AI 학습’이다. 기존 모델은 서울·경기·부산 등 한정된 지역의 데이터 159개만을 활용해 평균적인 패턴을 예측하는 데 그쳤다. 반면 한전의 신규 모델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단위에서 수집된 9만5000건의 실제 고장기록장치 데이터를 인공신경망인 DNN(Deep Neural Network) 기반 AI 모델에 학습시켜 완성했다. 여기에 STFT(단시간 푸리에 변환) 기반 신호처리를 적용해 데이터 품질을 높였으며, 복합적이고 비선형적인 전력 부하 반응까지 보다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전력망 최적화 노력의 배경에는 첨단 시설 도입에 따라 급변하는 전력 사용 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일반 가정용이나 산업용 부하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고정적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급증한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시설보다 3~5배 이상의 전력을 상시 요구하며 새로운 전력 블랙홀로 부상했다.
수요가 늘어난 전기차 충전소 역시 사용자들이 주로 퇴근 후 밤에 충전하는 패턴을 보이는 등 이용 습관에 따라 전력 소비가 매우 빠르고 불규칙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기후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까지 맞물리면서, 전력 수요의 불확실성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통제하기 위해 방대한 실제 데이터를 학습한 AI 두뇌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특히 동해안 지역은 발전설비는 충분하지만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망 용량이 부족해 출력제어가 반복돼 왔다. 해당 지역은 신한울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소 등이 집중돼있어 총 발전 용량이 약 17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도권으로 송전 가능한 용량은 약 11.4GW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과잉전력이 축적되면 불안정성이 커져 빈번한 출력제어가 요구되고, 이는 전력구입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한전은 AI 기반 수요 모델을 통해 이러한 송전 제약 상황에서도 보다 정밀한 계통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DNN 구조의 AI 수요 모델 개선을 통해 단순 평균 패턴이 아니라 특정 상황 속에서 어떤 부하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까지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최신 전력 소비 환경에서도 현실적인 계통 해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한전은 다각도의 AI 기술 노하우와 접목해 계통 운영 효율화 노력을 중장기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부하모델 개선의 경우 5년 주기로 전력 사용 패턴을 지속 최신화할 예정이며, STATCOM 최적화 역시 향후 지역의 HVDC 건설이 완료된 이후에도 재생에너지 확대 등 변화하는 전력망 환경에 대응해 최적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장거리 송전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에서 생산된 것은 지역에서 소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전력망 자체의 중요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역 내 수급 균형을 맞추더라도 기상과 수요 변동에 따라 전력의 과부족이 발생할 수 있어, 지역 간 전력 융통을 위한 송전망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기업 입지는 전기요금 외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지산지소 정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분산형 전원 확대와 별개로 전력망 확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전력망 내에서 운영 효율을 높이는 여유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한전의 접근은 현 시점에서 타당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