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사고·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규정하는 생명안전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이 염원해온 지 12년만이다.
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생명안전기본법은 재석 의원 191명 중 찬성 188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대표발의한 생명안전기본법은 참사가 발생할 경우 독립 조사기구를 설치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대통령 소속 국민생명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가 국민 안전권 증진을 위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국무총리 소속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안전사고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의 심리 회복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시행토록 했다.
용혜인 의원은 “저 용혜인은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시작했고, 거리에서 정치를 결심했다”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앞에 무한한 책임을 져야만 재난참사의 온전한 회복이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반드시 거치는 이 연쇄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더 이상 참사로 가족을 잃지 않는 나라, 누구나 자신의 안전을 의심하지 않는 나라가 되는 데, 오늘 이 법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늘 생명안전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헌법이 선언한 국가의 책임을 구체적인 제도로 만드는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면서도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입법을 마련하지 못해 국회의장으로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법이 발의되고 국회에서 해결되는 동안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며 “오랜 시간 아픔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 주신 참사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법안 통과 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난·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은 감격과 고통이 담긴 소회를 전했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故) 진윤희양 어머니)는 “굉장히 오래 기다렸다. 12년 전 세월호 참사가 있을 당시 국가는 없었다”며 “생명안전기본법 같은 최소한의 안전권을 보장하는 법이 있었다면 우리가 거리에서 12년을 싸우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생명안전기본법이 통과돼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형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애태원 참사 희생자 고 유연주씨 아버지)은 “너무 감격스럽고 고통스럽다”며 “엎드리고 구르고 걸으면서 지금까지 정부에 투쟁한 지난 3년6개월여의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안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저희 같이 길바닥에서 투쟁하고, 국가에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일들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 중 과로사한 고(故)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오늘 이 법이 통과됐는데 감정이 복합적이다”라며 “저희는 아직까지 쿠팡의 산업재해 은폐 지시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 거리에서 순회 투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오늘 통과된 법안을 기초로 더 세부적으로 다듬어 저희처럼 긴 시간 거리를 헤매고 농성·단식하지 않아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모든 일상들을 포기하는 다른 가족들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생명안전기본법 통과를 기점으로 후속 법안 정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창민 의원은 “쿠팡 노동자 상황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며 “후속 법안들이나 과제들이 여러 개 남았다. 꼼꼼히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박주민 의원은 “과제가 많다. 시행령을 잘 만들어야 하고, 재난안전 관련 기본법을 만들었으니 하위 법을 정비해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이를 국정과제로 삼고 관련된 태스크포스(TF)도 행정안전부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저희가 꼼꼼하게 챙겨 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