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30일 (2)
“비리 회장이 개혁 주인공 행세”…들끓는 농협 노조

“비리 회장이 개혁 주인공 행세”…들끓는 농협 노조

노조, 중앙회장 퇴진·농협법 폐기 촉구
“비리 회장이 주인공인 양 촌극 벌여”
“도둑 잡으랬더니 집주인 가두나”…관치 입법 비판

승인 2026-04-28 17: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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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노동조합)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농협법 개악 저지 및 강호동 회장 퇴진 촉구 전 간부집회’ 집회를 열었다. 최은희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노동조합)가 집회를 열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즉각 퇴진과 농협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비리 회장을 빌미로 한 정부의 관치 입법 시도를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강 회장이 물러나고 농협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까지 천막농성과 연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2시 시작된 ‘농협법 개악 저지 및 강호동 회장 퇴진 촉구 전 간부집회’에는 NH농협지부 간부와 지역위원장들을 비롯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노총 지도부 등이 대거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강호동 OUT’ 문구가 적힌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비리 회장 강호동은 책임지고 물러나라”, “관치 농협법 중단하고 농협 자율 보장하라” 등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NH농협지부는 이날 집회에서 △농협법 개정안 즉각 폐기 △농협의 실질적 자율 경영 보장 △농식품부 장관의 강호동 회장 즉각 해임 등을 공식 요구했다. 노조는 정부가 회장의 비리를 명분 삼아 농협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관치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추진 중인 농협법 개정안에 포함된 농협감사위원회 신설, 농식품부의 감독 범위 확대 및 감독권 강화 등이 협동조합의 자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날 단상에 오른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은 “한겨울 천막농성과 전국 순회 투쟁, 세종 정부청사 앞 집회까지 이어졌지만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노동조합과 농협 구성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석 달 가까이 진행된 대규모 정부 합동 감사에서 회장 관련 비리가 10건이 넘게 터졌다”며 “하나하나 열거하기 부끄러운 추악한 회장과 측근들의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농협법 개악 저지 및 강호동 회장 퇴진 촉구 전 간부집회’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은희 기자

“비리 회장이 주인공인 양 촌극 벌여”

우 위원장은 강 회장이 별도의 집회에 참석해 정부를 규탄한 것을 두고 ‘촌극’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비리의 몸통이고 본인이 사퇴하면 이 모든 일들이 자연적으로 해결될 사태에서, 본인이 주인공처럼 집회를 주최해 단상에 오르는 촌극도 있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비리의 원인은 그대로 두고, 오히려 농협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잘못된 농협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비리 회장 강호동이 물러나는 것이 이런 농협법 개악을 막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강호동 회장은 더 이상 조합원 뒤에 숨지 말고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외쳤다.

연대 발언에 나선 류기성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금 추진되고 있는 농협법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한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농협은 권력의 하부 조직이 아니라 농업인과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자주적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장의 비리를 이유로 전체 조직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깨뜨리는 방식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졸속 입법을 중단하지 않으면 협동조합 자주권 찬탈로 규정하고 한국노총 150만 노동자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농민 2만여 명이 지난 21일 오후 여의도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남동균 기자


“도둑 잡으랬더니 집주인 가두나”…관치 입법 비판


참석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강 회장의 퇴진이 농협법 개악을 막고 조직을 바로 세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도 “일반 직원은 대출 서류 한 번만 잘못 받아도 감사로 연봉이 깎이고 퇴직을 논하는 중징계를 받는데, 회장은 벌써 열 번은 잘렸어야 할 일을 하고도 아무 제재 없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집에 도둑이 들어 신고했더니 도둑을 잡지도 않고, 집주인을 묶어두고 ‘집을 관리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다”며 “비리 책임은 놔둔 채 정부가 감사위 신설과 경영 개입만 확대하려 한다면 농협법과 헌법이 보장한 자치·독립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지역 등 각 지부 대표들도 차례로 발언에 나서 강 회장 퇴진과 농협법 개정 저지를 촉구했다. 한 지역위원장은 “1961년 농협 창립 이후 조합원의 피와 땀으로 쌓아온 소중한 조직이 한 사람의 비리 회장 때문에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농식품부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회를 앞세워 농협을 하부 조직처럼 통제하려 한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국무조정실·농림축산식품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감사원)은 지난 1월26일부터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 등을 상대로 특별감사를 벌인 뒤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 의뢰하고, ‘농협개혁추진단’을 통해 농협 개혁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2024~2025년 농협재단 핵심 간부를 통해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조합원·임직원 등에게 선물·답례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노조 측은 정부와 국회가 입법을 멈추고 강호동 회장 해임과 농협 자율성 보장을 위한 근본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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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은행과 금융당국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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