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박상돈 천안시장은 왜 서울에 갔는가

[조한필의 視線] 박상돈 천안시장은 왜 서울에 갔는가

박상돈 천안시장이 10월 31일 서울서 열린 수도권 기업 유치설명회에서 천안의 투자 강점을 설명하고 있다. 천안시

 남을 설득하는 장소에 당사자가 직접 나서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야 전달 내용에 힘이 실리고 진정성이 있다.

 유망 기업을 천안에 유치하면 그 수혜자는 시민이다. 그렇다고 시민이 유치전에 나설 수 없다. 그럴 때 대표성을 갖고, 나서라고 뽑은 게 시장이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시민이 준 소임을 잘 알고 있다.

 10월 31일 박 시장은 수도권 기업 투자유치 설명회를 위해 서울 출장을 갔다. 그냥 개회사나 하려고 간 건 아니다. 그 정도 역할에 만족할 박 시장도 아니다. 

 대기업 몇 곳을 포함해 모빌리티·바이오·반도체·이차전지 등 기업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천안이 기업 투자 최적의 투자처이고, 미래 산업거점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영섭 전 중소기업청장의 ‘성공을 위한 전략적 선택, 왜 천안인가’ 주제 발표에 대한 패널로 박 시장이 나섰다. 천안 2선 국회의원으로 시장직을 4년 넘게 지낸 그는 천안 홍보에 달인이다. 또 달변인 그가 이해가 쉽도록 천안의 미래 청사진을 요점을 잡아 설명했다. 시장 설명이 그 누구 설명 보다 청중에 다가가는 건, 듣는 이 얼굴만 봐도 안다. 그게 박 시장이 서울에 간 이유다.

 지난 6월 19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 대회의실. 국토교통부 ‘거점형 스마트도시 조성사업’ 신청 도시들 프레젠테이션 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천안시가 전주, 수원시와 최종 경합이 붙었다. 다른 시는 담당 국장 등 실무자가 왔는데 천안만 박 시장이 직접 발표했다. 

 그는 발표 20분을 위해 일주일간 시장실에서 실무진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연습했다. 발표 대본도 함께 수정하며 숙지했다. 대본 없이 발표하기 위해서다. 박 시장은 어떻게 해야지 평가위원들이 좋은 점수를 줄지 알고 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천안이 따낸 것이다. 지난해 충남 태안과 아산이 강소형 스마트도시에 한꺼번에 선정돼 이번에 다른 지역으로 간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를 뒤집는 데 박 시장이 한몫했다는 얘기가 탈락 도시들 사이 돌았다. 최종 선정 후 한참 지나 한 평가위원은 “천안시장의 사업 이해도와 진정성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천안시는 기초지자체 중 유일하게 국비 160억 원을 따냈다.

 박 시장의 현장 행보는 체질이다. 경부선 철로 가에 13년간 공사가 중지된 아파트 흉물이 있었다. 한 건설사가 이 아파트를 보강해 분양하겠다고 나섰다. 시로선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안전성이 걱정됐다. 지난 2월 시장이 직접 현장에 가서, 공사 관계자의 보강 계획을 듣고, 콘크리트 강도까지 측정하는 ‘극성’을 보였다. 시장이 기존 시공 부분 중 안전상 문제 되는 설치물 철거도 눈으로 확인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이 지난 2월 공사가 재개된 아파트 현장을 방문, 직접 콘크리크 강도를 측정하고 있다. 천안시

 박 시장은 1994년 보령시장(관선) 부임, 몇 개월만인 그해 여름 첫 보령머드축제를 개최한 사람이다. 보령의 특산물이 뭘까 고민하다가 “혹시 갯벌 진흙을 화장품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어떤 연구논문에 보령의 진흙 성분이 가장 우수하다는 사실이 실린 걸 확인했다. 자신이 생겼다. 진흙 샘플을 들고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을 찾아갔다.  시장이 직접 가니까 바로 성분 분석을 해 줬다. 이를 토대로 화장품 시제품을 만들고 테스트를 하면서, 한편으로 본격적인 머드축제 준비를 시작했다. 전광석화 같은 일처리 이지만 꼼꼼한 과정을 거쳐 머드축제가 탄생해 지금은 세계적인 여름 행사가 됐다.

 박 시장은 민선 8기 임기를 2년 남짓 남겨놓고 있다. 공약사업 정상 추진율이 90%를 넘겼다는 지난 29일 시 발표는 그리 놀랍지 않다. 그로선 당연한 진척도다. 공약사업 107개 중 29개가 완료됐고, 70개가 정상 추진 중이다. 

조한필 천안·아산 선임기자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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