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더 실패’ 이현욱, 홈에서 유일하게 패배한 팀 불명예 [바둑]

‘오더 실패’ 이현욱, 홈에서 유일하게 패배한 팀 불명예 [바둑]

여수, 홈에서 보령에 패배하며 상위권 도약 실패
원정에서 승리한 보령, 정규시즌 1위 독주 이어가
김은지 9전 9승 맹활약에도 여수 ‘오더 실패’가 발목

국후 복기. 왼쪽부터 김미리 보령 감독, 김다영 선수, 이현욱 여수 감독, 조혜연 선수. 한국기원

이현욱 여수 감독의 ‘오더 실패’가 결국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번에도 주장 김은지만 승리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패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여수는 이번 시즌 여자바둑리그 투어 경기 중 홈에서 패배한 유일한 팀이 되고 말았다.

13일 전라남도 여수시 디오션리조트에서 ‘여수투어’로 펼쳐진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9라운드 2경기에서 홈팀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원정팀 보령머드에 1-2로 석패했다. 여수는 9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끝판왕’ 김은지만 홀로 빛났고, 보령은 김민서·김다영 원투펀치가 팀 승리를 견인했다.

선취점 주인공은 이번에도 여수 주장 김은지 9단이었다. 최정 9단이 불참한 이번 시즌, 여자바둑리그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김 9단은 9라운드까지 9판 전부 등판해 모두 승리했다. 여수는 두 판 중 한 판만 이기면 팀이 승리할 수 있음에도 후속 득점이 이어지지 않았다.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보령이 더 여유가 있었다. 이유는 오더 때문. 한국기원 바둑TV가 발표한 ‘적중률 꼴찌(33.3%)’ 이현욱 여수 감독은 이번 오더에서도 최강의 필승카드 김은지를 상대팀 최약체와 붙였다. 보령은 마음 편히 김은지전을 내주고 나머지 두 판에서 힘을 낸다는 전략으로 승부에 임했는데, 이게 적중했다.

보령 원투펀치 1지명 김민서 3단과 2지명 김다영 5단은 각각 이나경 2단과 조혜연 9단을 꺾었다. 그림 같은 2-1 역전승으로 이번 시즌 여자바둑리그 최초로 원정팀이 홈팀을 꺾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8월15일 이번 시즌 첫 지역투어로 펼친 ‘평택 투어’에선 홈팀 평택이 홈그라운드 승리를 바탕으로 1위로 올라섰고, 지난 7일 ‘삼척투어’에서도 홈팀 삼척이 포항을 제압한 바 있다.

승부처였던 1국을 가져오며 보령에 승리를 안긴 김다영(왼쪽) 5단. 조혜연 9단은 여자바둑리그 다음 시즌 불참을 선언한 이후 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국기원

팀 승리를 결정지은 김다영 5단은 “처음에는 성적에 대한 기대를 안 했는데 승리가 쌓이면서 두 자리 승수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있다. 리그 시작 전 저희 팀이 약팀으로 꼽혔는데 그런 부분들이 자극이 돼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승리한 보령머드는 7승2패로 1위로 독주를 이어갔고, 패한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상위권 반등에 실패하면서 4승5패, 5위에 머물렀다. 영봉패를 막아내며 홀로 활약한 김은지 9단은 1승을 추가하며 개인전 9전 9승으로 다승 1위를 달렸다. 이어지는 14일에는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과 포항 포스코퓨처엠의 9라운드 3경기가, 15일에는 평택 브레인시티와 서울 부광약품의 9라운드 4경기가 펼쳐진다.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3판 다승제 14라운드 더블리그(총 56경기, 168대국)로 순위를 가리고, 상위 4개 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열릴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결정한다. 우승 상금은 5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3500만원이며,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수여된다. 상금과 별도로 승자 130만원, 패자 4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생각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장고는 각 40분에 추가시간 20초, 속기는 각 10분에 추가시간 20초로 진행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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