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4일 (6)

같은 물인데 가격은 최대 67% 차이…생수 가격의 비밀

같은 물인데 가격은 최대 67% 차이…생수 가격의 비밀

좋은 뉴스는 독자의 균형있는 읽기로 완성됩니다.

뉴스 정보표(KuKi Literacy)

심층기사 읽기 정보
분량 약 약 4분4분
취재방법 통계자료, 기업자료, 전문가 인터뷰
주제 생수 가격이 원가보다 브랜드와 유통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주의사항 브랜드별 가격 비교는 용량·판매채널·묶음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세요.
관전포인트 같은 수원지 제품도 왜 가격이 달라지는지, 유통 단계와 브랜드 가치를 함께 읽어보세요

이 사안과 관련한 다양한 기사는 쿠키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 한지영 디자이너
국내 생수 시장에서는 같은 수원지에서 같은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도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최대 67% 차이 난다. 최근 고물가 속 초저가 PB(자체브랜드) 생수가 인기를 끌면서 ‘비싼 생수와 싼 생수는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PB 상품인 ‘오케이프라이스 생수’는 2L 6병 묶음 기준 1980원이다. 병당 가격은 330원이다.

반면 같은 날 쿠팡 최저가 기준 제주삼다수는 2L 6병 6980원으로 병당 약 1163원, 아이시스는 4700원으로 병당 약 783원, 백산수는 3890원으로 병당 약 648원이다. 오케이프라이스 생수와 비교하면 제주삼다수는 병당 약 3.5배, 아이시스는 2.4배, 백산수는 2배 가까이 비싸다.

가격 차이는 브랜드가 달라도 수원지와 제조업체가 같을 때도 나타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주요 유통매장과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생수 28개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같은 수원지의 원수를 사용하고 제조업체와 성분 함량까지 동일한 제품의 가격 차이는 최대 67.4%에 달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북 순창의 한 제조업체에서 생산하는 ‘탐사수 무라벨’과 ‘아이시스8.0’이다. 두 제품은 모두 같은 취수원에서 생산되지만 500mL 40병 기준 탐사수 무라벨은 8590원, 아이시스8.0은 1만4440원에 판매된다. 이를 개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탐사수 무라벨은 약 215원, 아이시스8.0은 약 361원이다. 같은 물인데도 소비자는 한 병당 약 146원을 더 지불하는 셈이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판매 채널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생수 가격 분석에 따르면 동일 브랜드 생수도 유통 형태에 따라 가격 차이가 뚜렷했다. 2L 기준 아이시스는 최대 910원, 제주삼다수는 645원, 500mL 기준으로는 각각 최대 485원과 470원의 차이를 보였다.

협의회는 편의점이 대형마트보다 유통 단계가 많고 인건비와 임대료, 가맹수수료 등 고정비 부담이 커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마트에 생수가 진열돼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마트에 생수가 진열돼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결국 생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물’보다 브랜드와 유통 구조라고 설명한다. 원수 자체의 원가 비중은 크지 않은 반면, 물류, 유통, 광고·마케팅 비용이 더해지면서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PB 생수는 대량 생산과 낮은 마케팅 비용을 앞세워 가격을 낮추는 반면, 브랜드 생수는 유통망과 브랜드 관리 비용 등이 반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물인데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점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국내에는 약 60개의 취수원에서 300여 개 생수 브랜드가 생산되고 있으며, 하나의 취수원에서 20여 개 브랜드가 함께 생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수원지의 물을 여러 브랜드가 사용하는 구조인 만큼 브랜드 전략과 유통 방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산품은 일반적으로 원가 비중이 소비자가격의 15% 수준이다. 의약품도 5% 정도밖에 안 된다”며 “생수 역시 물 자체의 원가는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체가 20% 이상의 마진을 붙여 납품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결국 소비자가격 차이는 제조 원가보다 유통 구조와 브랜드 가치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브랜드 제품은 제조 마진뿐 아니라 유통 단계와 브랜드 관리 비용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PB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같은 물이라도 PB와 일반 브랜드, 프리미엄 브랜드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치가 다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을수록 소비자는 물 자체보다 신뢰와 브랜드에 비용을 지불하는 비중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마트도 초저가 PB 생수의 가격 경쟁력이 통합 매입과 운영 효율화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케이프라이스 생수는 통합 매입을 통한 대량 생산과 운영 효율화를 기반으로 가격을 낮춘 상품”이라며 “고물가 시대 고객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PB 생수 생산업체와 협업하고 수원지를 이원화해 공급 안정성과 품질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생수 시장이 가격 경쟁과 브랜드 경쟁으로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장기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PB 생수 시장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초저가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와 선물용 프리미엄 생수를 찾는 수요도 함께 있는 만큼 소비자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