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로 소비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백화점만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명품과 외국인 소비가 실적을 떠받치며 주요 3사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내수 회복의 신호로 보기보다는 프리미엄 소비에 집중된 구조적 쏠림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유통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신세계·롯데쇼핑·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3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영업이익은 22.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매출 4%, 영업이익 37.4% 증가가 전망되며,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 1.8%, 영업이익 6.9%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백화점 3사는 같은 호황 국면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프리미엄 공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헤리티지관을 시작으로 강남점과 본점, 지방 점포까지 단계적인 리뉴얼을 추진하고 있으며,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 미식 공간 ‘하우스오브신세계’, 프리미엄 슈퍼마켓과 델리관 등을 포함한 약 6000평 규모의 식품관을 완성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등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오는 5월 어린이 미술대회를 개편한 ‘키즈 아트 스테이션(KiAS)’과 아트 전시 프로젝트 ‘아트 VM’ 등을 통해 쇼핑과 예술을 결합한 콘텐츠를 강화하며 집객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중심으로 축적한 팝업·전시 기획 역량을 기반으로 외국인과 M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점포 중심 전략을 넘어 관광지 등 외부 공간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는 ‘확장형 리테일’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품과 식품 장르가 전체 매출 신장을 견인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고가 소비 여력이 높은 고객 유입이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지속 확대해 글로벌 백화점으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명품과 외국인 소비가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올해 1분기 외국인 매출 신장률은 각각 98%, 100%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방한 외래관광객은 약 47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수치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통 업종 내 모든 채널을 통틀어 매출 성장 추세가 가장 높은 채널은 백화점”이라며 “고수익성 패션 포함 전 상품군 호조인 가운데 명품이 외형 성장 견인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근로소득 증가, 자산시장 상승, 외국인 매출 급증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백화점 구매력 반등은 2026년 내내 지속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 호황 “내수 회복 신호탄 아닌 ‘소비 양극화’”…이유는?
이처럼 내수 전반이 둔화하는 가운데 백화점만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백화점 호황을 소비 양극화의 결과로 보고 있다. 소비가 전반적으로 확대된 것이 아니라 계층과 소비 유형에 따라 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고소득층의 프리미엄 소비는 유지되는 반면, 일반 소비는 위축되며 중저가 소비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 유통 채널 간 격차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 실적 성장을 내수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커머스를 제외한 오프라인 유통 전반은 경기 성장률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다른 지표들 역시 내수 회복을 가리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주식시장 상승으로 고소득층의 소비 여력은 확대됐지만, 중산층 소비가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매출이 증가하고, 백화점들이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MZ세대까지 프리미엄 소비층으로 끌어들이면서 수요 기반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명품과 프리미엄 소비에 대한 가치 인식이 유지되는 한 경기 침체와 무관하게 수요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명품 소비는 증가하는 반면, 동일한 소비자라도 필수재나 일반 소비재에서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한 명의 소비자 내에서도 소비 패턴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특히 과거 중장년층 중심이던 프리미엄 소비가 최근에는 30~40대로 확산되면서, 명품을 통해 만족감과 심리적 보상을 얻는 소비 경향도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